▲ 소수 인력으로도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주목된다. 18명 임직원으로 총 계약금 1조 5000억원 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의 이정규 대표.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바이오 중에서도 레드 바이오(Red Bio)로 분류되는 의약품 관련 제약바이오 산업은 인력만으로도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대형 제약사가 소규모 바이오텍을 인수합병(M&A)하거나 협업하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다. 신약개발 절차는 나뉘어 있으므로 각 단계마다 기업들은 협업을 이뤄낼 수 있다. 생화학과 생명공학, 의학 부문 등에서 높은 지식이 요구되지만 바이오 산업은 각 분야마다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이끄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바이오텍과 임상시험위탁기관(CRO)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는 이미 활발한 기업 모델이다. 한국에서도 이를 증명하고 있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텍 투자 여전히 활발

업계에서 바이오텍(Biotech)으로 불리는 기업은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볼 수도 있다. 해당 사업 모델이 먼저 시작된 미국에서 대개 바이오텍으로 부르고 있어 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투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에도 소수 인력이 신약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신규투자금액은 2017년 3788억원에서 2018년 841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9년 11월을 기준으로 1조19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공개 투자를 제외하고 2019년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2조원이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뮨온시아, 디앤디파마텍, 티움바이오, 제넨바이오, 인트론바이오, 이수앱지스, 지놈앤컴퍼니, 로킷헬스케어, 바이젠셀, 고바이오랩 등이 2019년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소수 인력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바이오텍 사례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있다. 2019년 12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기술이전을 토대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꾸려가고 있다. 이 기업은 설립한 후 3년만에 대웅제약과 개발 단계에 따른 계약금을 포함한 총 계약금 470억원 규모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BBT-401’에 대한 아시아 판권을 기술이전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요 파이프라인별 추정 매출액(단위 억원).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브릿지바이오가 주목을 받는 이유로는 설립 4년 차에 임직원 18명이 반환의무가 없는 확정 계약금 500억원을 포함해 총 계약금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공시킨 점이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이다.

바이오텍 관계자는 “브릿지바이오는 의약품 연구보다 개발에 특화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유능한 소수의 인력으로 의료 미충족 수요에 해당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 이를 빠르게 개발해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눈에 띄게 개발이 빠르다”고 말했다.

CRO, 지식‧인력집약 산업으로 꼽혀

CRO는 신약 개발에 필수인 임상시험을 수탁받아 진행하는 기관이다. 이는 임상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수행 등 임상시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CRO 시장은 2018년을 기준으로 약 354억원 규모다. 이는 연평균 8.2%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2024년까지 55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CRO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1.7%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한국 CRO 매출액은 2014년 기준 980억원에서 2017년 1927억원으로 3년 새 2배 증가했다.

▲ 한국 임상시험위탁기관 매출(단위 억원, 왼쪽)과 글로벌 임상시험위탁 시장 규모(단위 억달러). 출처=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업계

신약 개발이 제약사의 주요 사업 전략 중 하나로 비밀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한국에서 CRO의 역할은 다소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중요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RO는 점유율 확보와 매출 성장을 위해 기업간 M&A와 기능별 부문 기업 인수를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신약이나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발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CRO 산업이 독립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CRO 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70~80%를 나타내는 인력집약적 산업이다. 신약개발 컨설팅 서비스에서는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할 때에는 전반적인 개발전략과 수행계획에 대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계획수립업무를 대행하므로 임직원의 임상시험 경험과 전문성, 윤리성 등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CRO 업무는 자문, 계획, 관리, 감독, 데이터 분석 등으로 대부분 사람이 직접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지식‧인력집약적 비즈니스로 한국에 걸맞은 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LSK Global PS가 토종 CRO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업은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1106건 이상의 임상을 위탁 받아 수행했다. 글로벌 임상은 129건을 진행했다. 이 기업은 ‘One-Stop Full Service’라는 경영 철학 아래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한국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LSK Global PS는 한국 CRO로는 최초로 약물감시(PV) 부서를 구성해 의약품의 시판 전 및 시판 후 감시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의 의약품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격을 갖춘 PV 요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한국 CRO 최초로 약물감시 유럽지사를 폴란드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LSK Global PS 관계자는 “임상시험 운영 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통계분석, 약물감시까지 임상 전 분야에 대한 원스톱 풀서비스가 가능하다”면서 “임상시험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올바른 결과로 이끄는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 경험과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