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생리대에 대한 ‘발암물질’ 공포가 점차 잦아들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일부 생리대 제품에 발암물질 검출로 이슈가 된 이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존재하고 있어 불안감에 떠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생리 건강권 지키지 위한 사회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최근 식약처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총359개의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이하 생리용품) 대상으로 색소, 산·알칼리, 포름알데히드 순도시험 등 품질 점검을 한 결과 모두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생리용품 330개 제품을 대상으로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60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검출량이 대부분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VOCs는 지난 생리대 파동 시 제품에서 발견된 주요 발암물질 중 하나다.

특히 생리용품 126개 제품을 대상으로 다이옥신, 퓨란에 대한 독성을 측정한 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확인했다. 다이옥신은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1급 발암 물질이며, 퓨란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2B급 물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종 가운데 15종에서는 두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일부 제품에서 독성이 약한 2종은 검증됐지만 이도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식약처는 생리대 함유 가능성이 높은 VOCS 84종 중 인체위해성이 높은 10종에 대한 1차 전수 조사를 우선 실시한바 있다. 10종에는 에틸벤젠, 스타이렌, 클로로포름 등이 포함됐고, 2017년 9월 발표한 1차 조사 결과도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2년이 넘게 흐른 후 나온 결론은 대부분 지난 결과와 유사한 수준으로 인체 유해 우려 수준이 아니라는 같은 내용이다.

▲ 탐폰과 생리대 제품. 출처=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떠는 모습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용해오면서 호소해왔던 생리 불순이나 생리량 감소, 난소 질환 등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약처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정도지 발암물질이 아예 발견되지 않았으니 “평생 써도 좋다”는 결론이 아니다. 결국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엔 위해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며 불안감을 남겼다.  

생리대는 여성의 필수품이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수십 년 동안 월에 일주일은 꼬박 매일 하루에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7개 이상을 사용한다. 식약처는 1차 결과 발표 당시 소비자들이 호소한 증상에 대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며 전문의 진료를 받아볼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단순한 전문의 진료로 나아질 증상이었다면 생리대 안전성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들도 여전히 허위·과대광고를 하고 있어 똑똑한 소비자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식약처는 유기농·천연 재료 사용을 표방한 생리대 광고 사이트 1644건을 점검한 결과, 허위·과대광고 사이트 869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적발된 광고는 대부분 생리통, 생리불순, 질염 등의 여성질환 또는 가려움, 피부 발진, 냄새 등의 외음부피부질환을 예방·완화할 수 있다는 의학적 효능을 표방한 광고였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정부의 발표보다 각 분야 전문가 말을 더 믿는 실정에 이르렀다. 지금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발암물질 없는 생리대’를 검색하며 안전한 생리대를 구매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생리대 포장지 전성분, 사용기한 표시 의무화도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제도 자체가 허가 및 신고 항목에 기재된 일부 원료만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원재료명 또는 화학성분명을 그대로 나열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과거에 비해 소비자가 구체적인 성분 명을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성분 표기만으로는 안전성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소비자 개인의 꼼꼼한 확인이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의 안전과 알 권리 확보를 위해 유해 물질 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개별 성분들을 보다 쉽게 표기하도록 하는 점진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생리 인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출처=라엘

다만 식약처의 의약외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도입 계획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P는 원료부터 생산 공정, 제품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우수 제품을 만들고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조 시설·품질·위생·인력 등을 포함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약품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일부 의약외품(연고제·파스류)에 한해 GMP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GMP를 도입해 품질 및 안정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는 생리대뿐 아니라 생리컵 제조업체의 품질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GMP안을 마련하고 5개 업체와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생리용품을 대상으로 폴리염화비페닐류(PCBs 12종)의 위해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완제품의 품질 기준 적합 여부를 관리하는데, GMP가 도입되면 원료 입고부터 제조공정마다 필요한 검사를 하는 등 제조 공정 전반에서 정해진 기준을 준수하는지 보는 만큼 관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다”면서 “권고 도입이지만 GMP 준수여부를 확인한 후 GMP 적합 판정서를 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들이 품질이 확보된 의약외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품질점검을 할 것이며, 특히 올해는 생리대에 GMP을 도입하는 첫 해로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노력하여 의약외품 품질 수준을 한층 더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