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강남동약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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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배가 아파서 고생을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계속 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를 하면 온몸에 기력이 빠지고 밥도 먹기 싫어집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내 배를 어루만지면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얘기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 손이 아픈 배에 닿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배 아픈 것이 사라지고 편안해짐을 느끼면 어느새 잠이 들고,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추억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엄마 손이 ‘약손’이 되는 것이 정말 모든 엄마의 손이 ‘약’이기 때문일까요 ?
대체로 어린아이들이 배가 아픈 것은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찬 과일을 너무 많이 먹거나 아이스크림, 찬 음료수 등 각종 찬 음식들을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되면 배탈이 나면서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게 됩니다.

찬 음식이 배에 들어가게 되면 1차적으로 위장의 온도를 낮추게 되어 위장에서 소화를 방해하게 되고 2차적으로는 대장에 들어가서 영양분과 수분의 흡수를 방해하게 됩니다.

대장에서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설될 음식물 중에서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변이 묽어져서 설사를 하게 됩니다.

위장과 대장은 자체의 뜨거운 온도를 통해서 마치 찜통과 같이 음식을 쪄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너무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위장과 대장의 온도가 낮아져서 찌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찬 음식이 들어가게 되면 용량 초과로 인하여 몸은 흡수를 거부하고 통증을 느끼게 되어 설사라는 형태가 나타나게 됩니다.

만약 자식이 설사를 하거나 복통을 호소하면 우리 엄마들은 지혜를 발휘하여 배를 만져보기 시작합니다. 만약 자식의 배가 평소와 달리 차거나 엄마 손의 온도보다 지나치게 낮다면 엄마는 자식을 무릎에 눕히고 배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이때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얘기하면서 차가운 배를 열심히 문지르십니다.

이러한 행동은 두 가지 면에서 좋은 치료가 됩니다. 자식에게는 아픈 배가 빨리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어 심리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고, 배를 문지르면서 생기는 열은 내부 온도를 높여서 위장과 대장에서 흡수가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이렇게 배를 문지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안정에 따뜻한 온도가 배에 더해져 점점 복통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스르르 잠이 들게 됩니다.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재는 ‘핫팩’이라는 것이 엄마 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잠깐만 데우면 엄마 손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그리고 더 빨리 배를 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불러주시던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사랑의 마음만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비록 핫팩보다는 덜 뜨겁지만 엄마 손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강혁 편집국장 k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