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이르면 3월부터 수도권 일대에서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와 더불어 본인 예금잔고, 주식·채권을 비롯한 금융자산 내역 등자금 마련을 위한 증빙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기존 자금조달계획서 항목들도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7일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관리는 지역) 9억 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제출과 각 신고항목의 구체화를 내용으로 담은 ‘주택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초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12.16 대책'에서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의 세분화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다.

국토부는 “주택 취득자금 조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이상 거래 및 불법행위에 대한 신속 대응 및 선제적 조사 추진을 위함”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자금 조달 방법을 작성할 때 ▲예금 ▲주식·채권 ▲부동산 처분금액 ▲상속·증여 ▲현금 ▲금융기관 대출 ▲임대 보증금 ▲회사지원금 8개의 각 항목에 대한 증빙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국토부가 명시한 증빙서류는 총 15종에 이른다. 예금은 ▲잔고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 주식·채권은 ▲주식거래내역서 ▲잔고증명서, 현금은 ▲소득금액증명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부동산 처분금액은 ▲부동산 매매계약서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대출은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임대 보증금은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회사 지원금· 사채 등, 그 밖의 차입금(일정한 기한 내에 원금의 상환과 일정한 이자를 지급한다는 채무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은 ▲금전 차용 내용을 확인 할 수있는 서류를 증빙해야 한다.

기존에는 현금과 그와 비슷한 자산을 ‘현금 등’ 항목으로 뭉텅그려 기재했지만, 이후로는 현금과 기타로 나누어 적고, 기타 자산의 종류도 금괴, 비트코인 등 구체적으로 자산대상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증여와 상속액을 구매에 사용하는 경우도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았는지를 명시하게 됐다. 이를 통해 부부와 직계존비속(본인의 자녀(손자녀)와 부모(조부모)) 중 누구에게 받았는지에 따라 증여세 부과 여부와 면제를 드러나게 했다. 부부 간 증여는 6억 원까지, 직계존비속의 증여는 5000만 원까지 면제이다.

▲  '주택취득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법정양식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또 주택 소유주에게 자금을 어떻게 지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현금 지급, 계좌이체, 보증금·대출 승계 등으로 자세히 밝혀야 한다. 특히 현금으로 대금을 전달할 경우, 이유를 정확히 소명해야 한다. 만일 허위로 적은 것이 확인될 경우 대금의 2%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금융 및 회사 지원금이 아닌 ‘그 밖의 차입금'은 상환액과 상환 방법을 적시해야 한다. 기존의 ‘부모님에게 빌렸다’고 말하고, 나중에 원금이나 이자에 대한 상환을 하지 않는 경우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자금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도 기존 ‘투기과열지구 3억 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 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됐다.

KB국민은행 Liiv on(리브온)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아파트 중위가격(매매가격의 중간값)이 서울 8억9751만 원, 수도권 5억2565만 원이었다. 이로써 서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도권의 아파트들과 지방 일부 지역(부산 해운대구) 등도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됐다.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부동산 매매 신고와 함께 해당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500만 원이하, 계약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그동안 자녀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많아 증빙서류를 이렇게 까다롭게 보게 되면 꽤 부담이 될 것이다”라면서 “규제대상이 일부 고액 주택에 한정되어 있지만,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12일까지 입법예고 의견청취를 진행한다. 이후 40일간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3월부터 서류를 제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