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중동 정세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중동 수주 국내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일 미군의 바그다드 공습으로 반군지도자 솔레이마니가 사망한데 이어 이란은 현지 시간 8일 이라크 북부의 아르비 기지와 서부의 아사드 공군기지에 대해 수십 발의 미사일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추가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중동 지역에 건설 수주가 많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 정세 급변으로 수많은 물류가 오가는 페르시아 만 일대의 봉쇄 등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사업 철수와 원자재 수급 경로에 대한 재검토도 시사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해당 사태가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과 재건 사업 등 침체한 건설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하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수급 악화·자금 조달 우려 속 상황 예의주시

‘해외건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에만 현대건설이 27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의 ‘마르잔 인크리먼트 프로그램 패키지6, 12' 사업의 수주를 달성했다. 대우건설도 2019년 ‘알포항 컨테이너터미널 수주’로 2억달러를, SK건설 역시 같은 해에 1억8000만달러 규모의 ‘2단계 에티하드 철도 건설 A공구’ 등을 수주한 바 있다. 건설사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이라크에 거주하는 한국인만 1500여명으로 대부분이 건설업 관련 인력들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이란 지역에 수주를 진행하는 국내건설사는 없지만 이란, 이라크를 중심으로 전면전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중동 곳곳에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건설사들 중 페르시아 만 연안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만 5조원 이상의 수주를 확보한 현대건설도 향후 전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측은 현재 분쟁지역과 이라크에서 수행중인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 현장이 상당히 이격된 거리라 현재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장기화와 악화에 대한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한 매뉴얼을 통해 계속적으로 대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사태가 이라크로 번지고 장기화되면 정부 등의 권고·지시나 자체 판단을 통해 위험수위에 따라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출처=한화건설

이라크에서 10만호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를 건설 중인 한화건설도 현황 파악을 주시하면서 현재 정부의 권고대로 출입국 통제와 함께 현지 내에 출입하는 인력들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건설사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사태 장기화로 인한 해협봉쇄 가능성이다. 사업장 근처에 별도로 자재를 생산하는 곳을 갖춘 기업도 있지만 해상 등으로 이동되는 원자재와 원유 수급이 막히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자재의 경우 해상으로 이동되는 원자재가 있지만 육로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원유나 원자재의 해상 경로가 막히는 경우에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현재 수주나 수행 중인 사업의 경우 기성금 등의 조달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사태 악화로 인근 지역의 발주처들 예산 집행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관계자 역시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면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외교부 입출국민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 권고사안에 따르는 중”이라면서 “공사 현장 근처에 따로 18개의 건자재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경로 재검토를 위한 대책을 준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화건설 관계자는 IS가 이라크 지역에 준동할 당시에 필요 원자재의 유통 경로를 터키 등이나 다른 우회로를 확보하는 식으로 다변화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공사 기성금 등 자금 조달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공사 기성금의 경우 사업 진행 경과와 공사 결과에 따라 조금씩 나눠받는 방식으로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금액 확보에서 차질이 생기면 공사 전체 일정이 지연되는 ‘슬로우 다운’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과거 중동전처럼 위기가 기회될지는 두고봐야”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과거 중동 전쟁의 사례처럼 유가 상승발 자금력 증대로 국내건설사들의 중동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동에 건설 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들은 그런 일면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현재 수주중인 사업에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자금 여력 개선 등으로 발주처 증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현재 사업 진행에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우선 높고 단기적으로 발주처는 줄어들 수 있어 현재 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좋을 것이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른 건설 관계자 역시 “당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주시하고 있다. 장기적인 상황을 논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 뿐 아니라 이라크 내부로 대리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재건 사업 쪽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유가의 가격 변동에 따라 재정이 많이 확보 되면 발주처 등이 늘어나고 수주 역시 활발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가 하락의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발주 증가는커녕 오히려 기존 사업도 지연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건설 사업에 수혜가 될 가능성도 공존하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 역시 중동 정세가 안정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금 기준에서는 굉장히 속단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