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Pixabay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미국과 이란 간에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흔들림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ETF는 주가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의 등락에 따라 ETF의 괴리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유 가격이 단기 급등하며 국제 원유 선물에 투자한 원유선물인버스ETF의 괴리율이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격한 원유선물ETF의 괴리율 상승은 지난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사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ETF의 괴리율이 커진다는 것은 실제 거래되는 가격(시장가격과)과 순자산가치(iNAV) 간 가격 차이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괴리율이 높은 상품에 투자한다면 나중에 기준가 조정으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여러 종목을 묶어 만든 펀드 상품인 ETF는 특성상 급격한 시장 변동성이 생기면 거래 시점에서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즉 괴리율이 1%를 초과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그만큼 높은 가격에 해당 ETF를 매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지난 2013년 말부터 국내 ETF는 괴리율 1%, 해외 ETF는 괴리율 2% 이상이 되면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괴리율 격차의 상승으로 발생하는 투자자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연초 괴리율 12월 말 대비 15.2배 급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1월초 美-이란 간 분쟁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원유선물 인버스 상품인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H)’ 의 괴리율 변화를 비교하면 1월3일에 –2.74, 1월6일에 –1.95를 기록하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월2일의 괴리율 –0.18 대비 각각 –15.2배, -10.8배의 급등 현상이 나타냈다.

또 다른 원유선물 인버스 상품인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의 괴리율 변화도 지난 1월3일에 –2.74, 1월6일에 –1.95를 기록하여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월2일의 괴리율 –0.18 대비 각각 –15.2배, -10.8배 높은 괴리율을 나타냈으며 ‘KODEX WTI원유인버스ETF(H)’와 동일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반면 인버스 상품이 아닌 선물 ETF의 괴리율 변화를 보면 지난 ‘KODEX WTI원유선물ETF(H)’의 괴리율은 지난 1월3일에 2.80, 1월6일에 2.04를 기록했으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월2일의 괴리율 0.02 대비 각각 140배와 102배 급등 현상을 나타냈다.

역시 다른 선물ETF 중 하나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 ETF(H)’의 괴리율은 지난 1월3일에 2.64, 1월6일에 2.10를 기록하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월2일의 괴리율 0.22 대비 각각 12.00배, 9.54배 상승하며 ‘KODEX WTI원유선물(H)’ 괴리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인버스ETF는 주식관련 장내 외 파생상품 투자 및 증권차입매도 등을 통해 기초지수(KOSPI 200지수)의 일일 변동률(일별수익률)을 음(-)의 1배수 즉, 역방향으로 추적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ETF를 말한다. 즉 향후 지수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에 방어 수단으로 운용하는 ETF 상품이다. 예를 들어, KOSPI 200지수가 1% 상승할 경우 인버스 ETF는 마이너스 1% 수익률이 발생(손실)하고, 반대로 KOSPI 200 지수가 1% 하락 시에는 인버스 ETF는 플러스 1%의 수익률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다.

정리하면 ‘원유선물인버스ETF’ 투자자들은 美-이란 간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기 전과 후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했다는 뜻이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H)’이나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모두 지난 1월2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1월3일과 6일에는 각각 –15.2배, -10.8배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미래 시점의 유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했는데 예측하지 못한 시장 변동성으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반대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선물ETF 상품은 투자자들이 미래의 원유가 상승 예상가격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1월2일 기준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美-이란 돌발 분쟁으로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변동률로 원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KODEX WTI원유선물ETF(H)’ 와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는 예상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원자재 연구원은 “미국 이란 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원유가격이 단기 급등하여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매입한 투자자는 단기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라며 ” 그렇지만 이번 리스크는 장기적, 구조적인 성격의 가격 상승이 아니고 한시적인 이벤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 배럴당 65달러 선이 의미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며 ” 중국, 인도, 한국 등 석유 순수입국들은 배럴당 65달러 미만 가격에서는 소비 수요가 지속될 수 있지만 65달러를 상회할 경우에는 수요가 깨져 공급자에게 부담이 생기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지만 아직은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은 석유 순수입국에 속한다” 며 “미국의 석유 소비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승 중인 원유 가격 리미트(제한선) 배럴당 65달러는 매우 중요한 기준선이므로 60달러 선에서 매입한 투자자들은 조급하게 매도해서 손실을 확정짓지 말고 신중하게 유가 흐름을 체크할 필요가 있으며, 결국 유가는 수요-공급의 함수 관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수요가 깨지는 65달러 선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오히려 배럴당 65달러를 상회할 경우에는 일시적인 오버슈팅 현상일 것이므로 인버스ETF의 재투자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ETF 투자의 핵심 검증 사항인 ‘순자산가치(iNAV)’는 ETF에 투자하기 전에 투자 상품의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자료를 참고하여 최대한 정확한 ‘실시간 순자산가치’를 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즉 괴리율이 작을수록 투자상품의 순자산가치를 정확하게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며 ” 최근 미국과 이란 간에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경우를 보면 이 상황은 단기간에 발생한 시장 변동성이므로 이미 발생한 상품의 손실은 괴리율보다 시장 변동성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향후 변동성이 얼마나 더 신규 투자상품의 괴리율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지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종가 기준으로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할 경우에는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제한하는 부적합 공시를 하므로 그렇게 큰 괴리율이 발생할 경우에는 거래를 중지해야 한다“ 면서 ” 장중에 발생하는 괴리율 등락은 투자에 참고하되 이미 발생한 투자상품의 가격 하락은 향후 시장 상황을 내다보고 계속 유지할지 매도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매크로 시장의 변동성은 단순히 ETF만이 아니라 전체 위험자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조급하게 매도하거나 종목 교체를 하지 말고 상황이 호전될 수 있으므로 좀 더 지켜본 후 전문가와 상담을 한 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