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가운데, 도심을 육해공 입체적 각도로 조명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와도 협력한다.

현대차는 CES 2020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현지시간)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어 자사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했다.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의 세 가지 방법론을 추구하는 장면이 연출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UAM은 하늘을 정조준한 모빌리티 전략이며 PBV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수용 가능한 개인화 설계 기반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로 정의된다. 또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새로운 커뮤니티다. UAM과 PBV가 각각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면, Hub는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전격 등판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며 "UAM과 PBV, Hub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도시를 새로운 비전으로 조각하고 싶다”면서 “현대차는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간 경계를 허물고, 의미 있는 시간 활용으로 사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루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PBV의 용도가 영상에 시연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세 가지 전략

UAM, PBV, Hub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한다. 현장에서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Smart Mobility Device)'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Smart Mobility Service)'의 전략이 공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의 DNA를 제조업체에서 플랫폼 업체로 변신시킨다는 청사진이 등장했다.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먼저 UAM은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전기 추진 기반의 수직이착륙(eVTOL : 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이 가능한 PAV를 활용해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메가시티의 부작용인 교통체증 및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버와의 협력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현재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터를 바탕으로 우버에어의 비전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현대차와 협력해 UAM 비전을 가다듬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UAM사업부장 신재원 부사장은 "이제 우리는 도심 상공의 하늘을 열어줄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앞에 와 있다"며 "UAM은 지상의 교통 혼잡에서 해방되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우버 엘리베이트를 총괄하는 에릭 앨리슨(Eric Allison)도 등판했다. 그는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 업체 중 첫번째 협력 파트너”라며 “우리는 현대차가 빠른 속도로 항공 기체를 개발하고 고품질의 PAV를 대량 생산해 승객들의 비용을 절감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우버의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다면 수년 내 항공 택시 네트워크를 출범시키는 커다란 도약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에 PAV가 있으며, 현장에서 PAV 모형이 공개됐다. PAV 콘셉트 'S-A1'은 실제 비행 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2.2m 위로 설치됐으며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100% 전기 추진 방식으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적의 안전 성능을 제공하며, 도심 비행에 적합하도록 소음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사장은 "현대자동차는 자문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주요 도시를 분석하고, 역동적인 미래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대차가 제시할 UAM과 PBV, Hub 등 세 가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PBV는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아이템이다. 시각적으로 보기에는 UAM이 돋보였으나,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PBV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캡슐형태로 만들어진 PBV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두고 발상의 전환을 꾀한 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빌리티를 ‘이동의 연속성’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시간의 효율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PBV는 이동과 함께 이동하며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모듈형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식당, 카페, 호텔 등 여가 공간에서부터 병원, 약국 등 사회에 필수 시설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될 수 있다.

물류적 관점의 강점도 있다. PBV간의 자율 군집주행이 가능해 개인별 수화물은 물론 다양한 ‘이동의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PBV는 도시의 아이콘이자 다양한 모듈의 조합, 나아가 클러스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해 존재한다”면서 “PBV로 새로운 커뮤니티 모빌리티 플랫폼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Hub는 UAM과 PBV의 연결고리다. 모빌리티의 환승 거점을 의미하며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다. 외과, 치과, 안과, 약국 등 의료 서비스 PBV들이 결합하면 종합병원으로 Hub가 기능하는 방식이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S-A1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 정의선 회장이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 정의선 회장이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찬란한 꿈...쉽지는 않을 것

현대차는 CES 2020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자사의 모빌리티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보여줬다. 특히 우버와의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의 현실성을 끌어온 장면이 고무적이다.

현장에서 국내 ICT 스타트업 업계의 전문가이자, 내년 3월 벤처 투자사 TBT 공동대표에 내정된 임정욱 센터장을 만났다. 임 센터장은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을 두고 “세 개의 축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전략을 매우 훌륭하게 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대차의 모빌리티 로드맵이 우버와 만나 구체적인 플랜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임 센터장은 이어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도 인상적이고,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 자체도 매우 매끄러웠다. 글로벌 기업의 자존심이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의 말대로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은 인상적이고 선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우버와의 기술적 협력에 있어 누가 어떤 주도권을 쥘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고, 현대차 주도의 새로운 모빌리티 청사진이 얼마나 현실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