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필요하다’라는 말과 ‘원하다’라는 말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할지 모른다. 대부분 구분할 줄 안다고 말로만 하지, 이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이는 거의 없다. 마치 소주 브랜드를 블라인드 테스트하여 맛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케팅에서는 필요한 것은 needs 그리고 원하는 것은 wants,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많은 자신의 취향과 기호가 담겨져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해석에 불과하다. 그저 입버릇처럼 ‘필요해’라고 할 뿐 정작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세상에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논쟁은 “인간은 ‘이성적인가 혹은 감성적인가’?” 라는 질문에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바보같은 선택’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둘 중에 뭐가 맞는지 모른다. 다만, 대부분 둘다 갖고 있고, 둘 중에 필요한 부분을 취사선택할 뿐이다.

이 둘을 가르는 차이는 경제학과 경영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으로부터 나타난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매우 이성적 존재라고 판단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하는 판단은 그 판단의 주체인 인간의 이성에 의해서만 지배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은 실수 및 실패를 ‘무지’로부터 찾았다.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그러한 우매한 선택을 한다고 했고, 그로 인해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만 ‘인간다워 진다고’ 믿었다.

반면에 경제학에서 파생된 ‘경영학’, 최근의 행동 경제학(Nudge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인간을 감성적이기 보다는 ‘비이성적 존재’로 이해했다. 인간의 크고 작은 실수는 그들이 이성 보다 감성 또는 비이성적으로도 생각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경영학에 기초한 인간관)를 더욱 믿는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이성적이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일을 할 때 말이다. 이성을 앞세워, 감성을 최대한 억눌러 후회가 많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깨달았다. 이것이 단순히 이성과 감성 간의 우선순위에 따른 내적 갈등이 아니라고 말이다. 오히려 내가 추진하려는 일에 대하여 담긴 욕구와 욕망(Desire)의 종류와 크기, 깊이, 넓이 등이 ‘타인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더욱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각자가 하는 일이 가지는 성격과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를 모두 표준화 시킬 수 있다고 믿지 말고, 개별화 및 개인화 하여 내 마음에 더욱 귀 기울여 이를 이성적인 부분으로 표출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꼭 물어본다. 직장 속에서 어떤 직무를 맡아 수행한다고 볼 때, 직무에 대한 발전이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나도 성장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말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⑴‘왜(why)’ 그 일을 해야할까? ⑵그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어떤 욕구(What)를 충족시켜줄 것인가? ⑶그것이 혹시 ‘일시적’인 것은 아닐까? ⑷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가? ⑸일의 결과에 바라는 바가 없다면, 적어도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욕구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해보는 편이다.

 

⑴ ‘왜(why)’ 그 일을 해야할까?

왜(why)라는 질문으로부터 원하는 자신의 욕구 또는 바라는 방향성이 없다면,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잃기 쉽다. 아주 말초적인 것도 좋고, 장기적으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좋다. 여기에 대한 아주 쉽고도 명확한 답이 나왔다면 뒷 부분의 질문이 굳이 필요 없다.

 

⑵ 그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어떤 욕구(What)를 충족시켜줄 것인가?

일을 완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한 두가지 있어야 한다. needs, wants 등이 반영된 어떤 것이든 관계 없다. 그 결과를 얻음으로써 여러 모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한 번쯤 해볼 만 하고, 점차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욱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⑶ 그것이 혹시 ‘일시적’인 것은 아닐까?

일시적인 것은 지속하기 어렵다. 어떤 일이든 직장에서 하는 일이라면 기왕이면 오래도록 경험하여 더 높은 수준 또는 관련된 다른 곳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가치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이 없으면 그 일은 누구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어차피 일회용이니 말이다.

 

⑷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가?

이러한 근거는 일하는 직무상 발생시키는 가치의 성장, 그에 따른 비즈니스의 영향력을 감안하여 찾는다. 그것이 일 외적으로 가져야 할 나의 목적 및 목표이다. 그로 인해 내가 가지게 될 조직 안팎의 영향력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더 확장하면, 개인의 퍼스널 브랜드 차원에서 접근해도 무방하다.

 

⑸ 일의 결과에 바라는 바가 없다면, 적어도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욕구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⑷의 답이 결과에 치중되어 있다면,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일의 경험치는 오히려 과정에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과정상에 내가 원하는 방법 및 단계가 최대한 반영되어 있도록 일을 재조정하여 일의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소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위의 5가지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도록 해보자. 그로 인해 그 일을 할지, 한다면 어떤 이유로 하게 되는지, 일의 여러 요소 중에 어디에 의미를 두고 했을 때, 내가 더 큰 만족감을 가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일의 변화에 따라 나의 변화가 일어날 때, 과연 내 욕구 및 욕망은 유지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그저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원초적 욕구를 ‘무엇에 의해 설명’할 수 있는지 보다 살펴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면 오히려 스스로를 설득하는데 훨씬 쉽다. 잡념을 갖지 않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일에 대하여 ‘객관적인 입장의 관점’이 더욱 관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코칭을 받는 이들에게도 이러한 질문으로 ‘자신의 일과 스스로를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그러면 그들의 욕구 및 욕망을 객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억지 주장이 간혹 안쓰럽게 보이기 까지 하다.

직장도 시장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가진 욕구가 수시로 충돌한다. 그 안에서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설명 가능한 범위의 이성을 끄집어내어 배열하여 보여줄 뿐이다. 거기서 누가 더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계급이 깡패다.

이를 넘어서서 자신의 주장이 담긴 어떤 일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들에게 굳이 애써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말라고 한다. Needs와 wants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확하지 못한 사고 체계’를 가진 인간인데 말이다.

오히려 이때에 만족의 요소 및 부분을 세분화하여 과반에 가깝게 얻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실행하라고 권한다. 그것이 더욱 현명한 직장생활을 위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더욱 나은 선택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 얻어야 할 것은 매우 많다. 그리고, 각자가 현재 일하는 일에 대하여 충족시키고 싶은 욕구와 욕망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고, 나의 의지가 반영된 어떤 결과를 맺어야 한다는 ‘wants’에 대한 부분도 있다. 또한, 이를 총체적으로 모두 담고 있는 욕구(Desire)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직장생활은 없다. 리더는 리더 나름대로 하고 싶지만, 직원들 눈치보고 못하는 일들이 있고, 직원들은 직원들 대로 하고 싶지만, 회사의 사정 및 상황에 따라 못하는 것이 있다.

이를 감안하여 최소한 내가 얻어야 할 것에 집중하자. 이를 애써 이성적, 감성적, 비이성적 등의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것으로 분류하지 말자. 그저 현재 직무상 해야하는 일의 여러 가지 중에 조직이 부여한 것과 스스로 부여한 것을 구분하여 이 둘이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이때 어떤 균형을 가져가야 할지 살펴보자.

앞서 이야기 한 5가지 질문과 그리고, 위의 내용을 수시로 점검하는 길만이 일에 대한 불만족을 최소화하고 일의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