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올해도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사업 역시 당분간 가시밭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간 수주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로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물류 산업이다. 물류 시장의 성장과 함께 물류 센터 건설도 증가하면서 유통업체 뿐 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도 차츰 물류센터 수주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 장지동의 서울복합물류센터. 사진=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의하면 국내건설 수주는 2016년 역대 최고치인 164조9000억원을 기록한 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건산연 이홍일 연구위원에 따르면 건설수주와 건설투자간 시차를 감안할 때 올해 건설투자도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건설사에게 있어 주 먹거리였던 각종 정비사업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건설경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건산연은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올해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및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서울의 정비사업은 수익성 악화와 함께 사업추진도 일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새 먹거리 중 하나가 바로 물류센터의 수주이다. 새벽배송 등의 새로운 온라인 쇼핑유형과 전자상거래로 대표되는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물류의 하드웨어인 물류센터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범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분기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 규모는 8조9000억원에서 2017년 4분기에는 약 21조8000억원으로 분기평균 4.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택배 물동량 역시 대폭 상승하고 있다. 2007년 기준 전국의 택배 물동량은 약 8억 박스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약 23억 박스를 넘어서며 연평균 11.2%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 연도별 물류센터 등록면적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배송시장이 성장하면서 저온저장장치를 구비한 물류센터 역시 증가 추세다. 이 수석애널리스트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의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물류센터 중 1000㎡ 이상의 물류센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면적 1000㎡ 이상 물류센터는 2018년 12월 기준으로 4년 전에 비해 86.4%나 증가해 연 평균 16.9%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등지의 배송이 급증하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물류센터 공급량 역시 같은 기간 104.9% 상승해 연평균 19.6% 증가세를 보였다.

물류 유통업체들도 잇달아 물류센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쿠팡이 대구 달성군의 국가산업단지에서 약 10만평, 33만㎡에 달하는 메가 물류센터 착공식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2021년까지 32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초대형 풀필먼트 센터로 만들어진다.

유통업체는 물론 수주 양극화로 인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물류센터 수주 확보도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창성건설’이 대표적으로 물류센터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 중 하나다. 연면적 2만5915㎡인 ‘팸스 용인캠프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3만㎡ 규모의 ‘김포 물류센터’, 6만7167㎡의 ‘김포 M2 물류센터’, 4만3600㎡의 ‘김포 M4 물류센터’를 연달아 수주하고 8만4295㎡ 규모의 의왕테크노파크 물류센터도 수주하면서 적극적으로 물류센터 시공사업에 나서고 있다.

‘씨제이 대한통운’ 역시 물류센터로 극적인 반등세를 이뤄낸 기업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19년 시공능력 평가 순위에서 49위를 기록하며 40위대로 뛰어든 씨제이 대한통운은 공사실적에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액은 7586억원 중 공사실적이 4441억원으로 전해보다 705억원 증가했다. CS 양산물류센터와 평택물류센터 등의 시공 실적 확대를 해오고 있다.

삼호건설도 지난해 12월 인천시 남항 항동 배후단지의 복합물류센터 건설 수주를 달성하면서 2170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도 물류센터 선점을 위한 수주전에 돌입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2월 19일 1469억원 규모의 ‘양지로지스틱스 물류센터’를 수주했다. 양지로지스틱스 물류센터는 연면적만 20만5000㎡로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최신식 냉동·상온 보관창고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양지 로지스틱스 물류센터‘는 ‘안산 마스턴 물류센터’와 ‘용인 남사면 북리 물류센터’ 수주에 이어 지난해 세번째 수주한 대형물류센터다. 용인 남사면 북리 물류센터는 604억원에 수주했고 안산 마스턴 물류센터 역시 1243억원에 수주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수주로 인한 수주금액만 3316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정비사업 중 해당 금액보다 많은 시공 수주액은 지난해 11월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의 8477억원과 12월 경기도 용인 수주 초입마을 리모델링 수주액인 4000억원 정도로 다른 그 외 정비사업 수주액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금액이다.

이런 성장세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설 공종에서 물류센터 등의 수주가 점하는 비율은 아직까지 미약한 편이다. 건산연이 세미나에서 제시한 민간수주 공종별 추이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는 비주거 건축수주가 전체 민간 수주의 37.7%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확대되고 창고와 공장 수주 역시 증가되고 있지만 물류센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원은 “최근의 비주거 건축수주 중 창고와 공장 등의 수주가 늘어난 데에는 반도체 공장 등의 건설 증가의 영향이 컸다"며 "물류창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물류센터 수주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데에는 완전한 대체 시장이라기보다는 건설 수주난을 이겨낼 새로운 시장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 건설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성장세와 잠재력이 큰 만큼 앞으로도 물류센터 확보에 치중을 활 계획”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물류센터는 발주가 한정된 시장이고 단기적으로는 다른 정비사업이나 인프라, 건축 시장과 비교해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물류 센터는 완전한 대체 시장이라기보다는 새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추가된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업계는 수주 여건과 경영 여건 악화에 재건축 규제도 겹쳐 상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여건하에서 새로운 시장이자 새로운 수주 물꼬로 큰 의미가 크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차츰 그 비중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건설사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장이라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확보 움직임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의 한 관계자 역시 “중소형 창고는 최근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1만여평 이상의 대형 물류창고는 현재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면서 “대형 물류센터 증가와 관련해 건설 시공의 수요도 늘고 있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