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는 2020년 어떤 변화의 흐름을 보여줄까?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던 암호화폐 시세가 다시 등락을 거듭하며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020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의 고도화로 다양한 디앱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디지털 경제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비트코인은 여전히 대장주다. 출처=갈무리

혼란의 연속
글로벌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의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페이스북의 리브라다.

페이스북은 6월 18일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암호화폐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백서를 발행한 후 출시 시기는 2020년으로 잡았다. 파트너들은 지난 10월 14일 스위스에서 리브라 프로젝트 협정식까지 열었다.

문제는 기득권의 반발이다. 특히 달러 등 기존 기축통화를 가진 기득권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브라의 존재가 알려지자 7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부정적인 트윗을 남겼다. 그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면서 “규제없는 암호화폐는 불법적인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도 견제하며 "신뢰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자금세탁의 원흉이 될 수 있다며 “상용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우려는 기존 통화시장의 질서교란이다. 페이스북이 일종의 기축통화인 암호화폐를 내세워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현존하는 통화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핵심에는 제도권의 화폐권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더욱 크다. 물론 리브라가 2020년 등장해도 당장 기축통화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되지만, 만일의 만일을 대비해서라도 23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통해 기축통화의 가능성을 노리는 것은 제도권 입장에서 공포 그 자체다. 현재 리브라가 사실상 숨 고르기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리브라는 뜨거운 화두다. 출처=리브라

암호화폐 전체로 시각을 돌려보면, 역시 시세 등락이 주요 이슈다.

30일(현지시간) 코인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 전체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장주 비트코인의 점유율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알트코인이 쏟아지고 있으나 비트코인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고 있으며, 모든 암호화폐 시세는 극적인 등락을 거듭하며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2020년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거래소 이슈도 논란이다. 당장 국내의 경우 해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소위 거래소 먹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빗썸이 국세청으로부터 약 80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아 휘청이는 등 제도권과 암호화폐 업계의 신경전도 벌어지는 분위기다.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를 두고 과세를 할 경우 이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2020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경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을 두고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소위 캐시리스 시대를 맞아 테크핀 시대가 도래하며, 그 하단에 디지털 경제가 탄력을 받으면서 암호화폐도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다는 논리다.

각 국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미국은 리브라에 반대하면서도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즉 디지털 경제 육성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은 인민은행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결국 민간 시장 주도의 암호화폐 등장 및 디지털 경제는 위험하지만,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가 핵심이 되어 디지털 경제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마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관건은 2020년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부상하며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달렸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에서 보면 이 기술전투가 민간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영역에서 벌어지면 더 유리하다. 가뜩이나 암호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증폭되며 투자자들이 떠나는 상황에서, 국가가 이를 맡아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면 시장은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그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이 중앙 집중형 플랫폼에 대한 반격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기득권에 대한 비기득권의 통렬한 반격 시도도 기존 권력의 체계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디앱 생태계 등장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기업들이 속속 분산형 플랫폼 기반의 블록체인으로 디앱 생태계를 출시하는 가운데, 이러한 서비스들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생활밀착형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토큰 이코노미의 건전성을 증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자전거를 공유할 때 돈이나 암호화폐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전거 공유 플랫폼을 외부에 홍보하거나 혹은 자전거를 이용하며 발생하는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해 서비스 고도화에 기여를 할 경우 암호화폐를 무료로 받는 방식,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여기서 암호화폐는 화폐라기 보다 '보상이자 재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된다. 돈의 기능을 하면서, 획득하고 쓰는 방식은 다르다. 자연스럽게 암호화폐와 토큰 이코노미로 구축된 생태계는 '마이크로 리코드'와 같은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줄 수 있다. 블록체인 등 탈 중앙화의 개념에서 나온 논리다.

2020년 디앱 생태계의 방향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