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12.16 대책)으로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고강도 규제로 인한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고가 주택 아파트가 많은 강남4구와 마용성으로 대표되는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와 양천구 등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지만 그 상승폭은 이전보다 사그라들었다.

반면 노원구과 강북구, 동대문구 등의 지역은 기존의 매매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한국감정원 자료에 의하면 12.16 대책 영향으로 고가아파트 위주의 급격한 매수심리 위축과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자치구 25개구 중 21개 구는 상승폭을 축소했지만 강북구, 노원구, 동대문구, 중랑구의 4개구는 상승폭을 유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은 "상대적으로 저가아파트가 많은 지역 중 직주 근접성 또는 학군이 좋은 노원구(0.08%), 강북구(0.08%), 동대문구(0.06%)는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발호재가 있는 도봉구 창동역 인근과 동북선 교통 호재가 있는 노원구 상계역, 강북구의 미아 뉴타운 등의 지역은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 회수가 이어지면서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급증했던 투자 위주의 문의와 수요는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로는 관망세를 보이며 주춤한 상태다. 대신 고강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저가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지역들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는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등을 비롯한 강북지역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시장이다. 투자 수요 이외에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 동북선 경전철 호재 따라 곳곳서 풍선효과 가능성

▲ 상계역 상계벽산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노원구에 위치한 지하철 4호선 상계역은 동북선 경전철의 북쪽 끝 종점으로 확정됐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동북선도시철도 법인과 민간투자사업 금융지원 약정을 체결하고 현대엔지니어링도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등 본격적으로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계역 인근에서 동북선 교통 호재의 가장 큰 수혜자로는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가 꼽히고 있다. 상계역 인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신축 아파트라는 희소성과 동북선 도시철도호재로 이미 단지의 가격 상승은 물론, 인근 단지 역시 매매가가이 오르고 있다.

▲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상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의 경우 84㎡ 기준이 현재 9억원에서 9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이다. 동북선 호재 뿐 만 아니라 상계역 인근에 신축 아파트가 드문 만큼 매물은 적고 수요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12.16 대책으로 사실상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액이 줄어든 점과 서울 진입을 노린 수요로 인해 인근 단지들도 가격이 따라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염광 아파트를 비롯해 인근 아파트의 비슷한 평수 매매가격은 6억5000만원에서 7억원대까지 상승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으로 현재 이 지역에는 갭투자를 찾는 수요도 꾸준하다고 이야기했다. 또 “갭투자 수요로 상계역 바로 인근의 벽산 아파트 등에서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바로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원구 중계동 - 대책발표로 문의 급증 후 다시 관망세, 전세는 꾸준히 상승

▲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노원구 중계동의 '중계주공5단지'는 12.16 대책 발표 이후 한 때 매수 문의가 급증한 지역 중 하나라는 것이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대책 발표 직후 한 때 하루에 80여 통 이상 걸려왔다는 문의전화는 40여통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영업 분석을 위해 통화 수를 집계했다는 은행사거리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현재는 투자 심리가 가라앉으면서 투자 수요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장기적으로 이 지역은 2020년 상반기에는 안정적인 보합권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서울 지역의 주택 상승은 강남4구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12.16 대책의 영향으로 이 지역이 투자 등에서 다소 유리한 점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승효과만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계주공 5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현재 문의가 다시 줄면서 보합권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가격이 하락할 요소는 없지만 투자 수요를 중심으로 관망세가 유지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지역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은 모두 갭메우기를 통해 가격이 상승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투자 심리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은행 사거리 인근 중계주공 5단지와 청구·건영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사거리 인근의 중개업자는 “전세는 분명히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85㎡이상의 대형 평형의 상승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85㎡ 이상 평형의 전세가격은 1개월 사이에만 5000만원 상승했다. 그는 "매수세가 전세로 변환되는 징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건영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만 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매매가는 9억원 전후다. 중계주공5단지는 8억5000만원대에 매매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전세는 4억5000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도봉구 창동 - 창동역 교통·개발 호재 속 문의는 꾸준, 매물은 품귀 

▲ 창동 창업,문화산업단지 조성 공사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인근에는 현재 개발호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창동·상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창동역 인근 '창동도시개발구역 1지구'에 2021년까지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케이팝 아레나 공연장 등의 민자사업 뿐만 아니라 2025년 창동역에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GTX-C도 창동역을 경유하게 된다. 이런 영향에 힘입어 창동역 인근 아파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상승세를 확대하고 있다. 창동역과 창동문화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공사장 부지 인근의 '동아청솔 아파트'도 2년새 2억~2억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이 곳도 매물이 드문 상태라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창동역 인근의 중개업자는 “해당 단지의 경우 매물이 많지 않다. 거래가 활발해 매물이 소진된 데다가 매도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물건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2.16 대책 이후로 문의전화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수 문의는 꾸준히 온다. 거래 자체는 매물이 없어 활발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해당 업자에 따르면 현재 동아청솔 아파트는 84㎡ 매매가격이 7억4000만~7억9000만원이다. 그는 “가격이 조금만 싸도 살 사람은 많다. 대기 수요가 항상 있다. 강남에 비해 가격이 많이 싼데다가 그나마 비교적 대출 여력이 있어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현대2차아이파크' 역시 84㎡ 의 매매가격은 약 6억5000만~7억원이다. 반년전과 비교해서는 5000여만원 가량 상승했다”고 이야기했다.

▲ 도봉구 창동 '창동현대아이파크2차'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해당 중개업자는 “이런 상승세는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크게 오르지는 않는다. 도봉구 방학동의 경우도 호가는 올랐지만 비싼 호가 덕에 오히려 거래는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호재가 있는 창동역과 멀리 이격된 곳일수록 이런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등의 경우도 대단지이긴 하지만 창동역 인근 개발 호재의 영향은 적다. 해당 단지는 현재 84㎡ 기준으로 매매가격이 약 4억원 정도 되지만 상승폭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라면서 "창동의 경우만 봐도 창4동과 창5동은 오르지만 쌍문동 인근의 창1동과 창2동, 창3동은 가격 상승세가 미진하다”고 답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삼성래미안2차' - 실수요로 인한 풍선효과 기대심리에 매물 '실종'

▲ 강북구 미아동 미아뉴타운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강북구 미아뉴타운 지역도 12.16 대책 이후 매수 문의는 줄었다. 특히 매물은 풍선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로 자취를 감췄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업자들은 이 곳을 비록한 강북, 도봉, 노원 일대는 실수요자가 좌지우지하는 만큼 앞으로 실수요가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아뉴타운의 대장주는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다. 해당 단지의 한 중개업자는 “84㎡의 매매가격은 판상형의 경우 8억5000여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래미안 2차 아파트의 상승 여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해당 업자는 “서울의 9억원 미만 아파트는 12.16 대책 이후로는 결국 상승한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물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12.16 대책 전에는 매수문의가 많았고 거래도 많았는데 현재 매수 문의는 줄었다”고 언급했다.

다른 중개업자들 역시 12.16 대책 이후로 매수 문의가 줄고 관망세가 확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중개업자는 이미 매도인들 사이에서 풍선효과 등의 가격 상승을 염두하고 물건을 회수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귀띔 했다. 그는 “12.16 대책이 나온지 얼마 안돼서 40평대 등 대형 평수 소유자 중심으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지역은 투자 수요로도 움직이지만 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인다. 집값 상승시에도 실수요자의 영향이 크다. 규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힘들어졌고, 서울에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인식도 있다. 따라서 실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를 노리고 매도자들과 소유자들이 매물을 다시 집어 넣는 상황이다”라고 매물 품귀 현상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업자는 또 강남 등의 투자 수요가 강북으로 이전되는 방식의 풍선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투자수요는 관망을 유지하리라 본다. 강남 지역의 투자 수요는 주로 강남이나 인근 지역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애초에 수요 타깃이 다르다. 강남 투기 수요가 투자 대체처로 강북을 택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한 풍선효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12.16 대책, 실수요자에게 강북은 매력적...'실수요'로도 풍선효과 가능해"

전문가들 역시 저가 아파트의 대출 등은 비교적 수월한 만큼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이른바 노원, 도봉, 강북 일대의 풍선효과는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가격대의 주택이 강북 지역에 많다는 것은 분명 가격 상승 동기가 될 수 있다. 해당 가격대에서는 대출 규제가 사실상 기존이랑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전체적으로 신축 주택의 선호가 매우 높은데다가 실수요자들은 기존 대출규제 정도로도 여전히 6억원과 9억원 사이의 물건은 매수할 수 있으니 매수를 꾸준히 시도하는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강북 일대는 투자수요로만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고 실제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지역의 풍선효과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강북 시장이 서울이면서 수요층이 유입되는 속도가 빠른데 비해 여전히 공급은 제한적인 '초과수요 시장'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특히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데 비해 물건은 적고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도 많지 않다. 강남권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신축 주택 사이에서 절세 목적의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강북 지역은 세금 이슈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단 신축 아파트등을 실수요자가 점해도 그 순간 매물이 잠기면서 매물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