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범(汎) 현대가인 HDC그룹 품에 안겼다. ‘보이콧 재팬’ 여파와 공급과잉 등으로 항공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 주인을 맞게 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의 꼬리표를 떼고 다시 한 번 비상(飛上)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새 주인 맞은 아시아나항공… 27일 인수 계약 마쳐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컨소시엄)은 27일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로 인해 1988년 2월 창립해 대한항공에 이어 제2 국적항공사로 하늘길을 누볐던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게 됐다. 

금호가의 대표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0년 그룹 재건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지난 3월 회계감사 ‘한정’ 사태를 겪으면서 모회사 금호산업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는 SK, GS, 한화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또한 아시아나항공을 “두 번 다시 없을 매물”이라며 매각 흥행을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외에는 대기업으로 꼽힐 만한 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인수전에 다소 김이 빠지기도 했다.

당초 금호산업과 HDC 측은 이달 12일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과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에 의견이 갈리며 체결이 지연됐다. 

HDC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구주 가격의 15% 이상(약 480억원)을 손해배상 한도로 정해 금호산업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금호 측은 구주 가격의 5%(약 160억원)만 부담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은 결국 한발씩 물러서 9.9%에서 합의했다.

HDC는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HDC는 내년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로고부터 바꿔라… 기재·서비스 경쟁력 제고 전망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으면서 맞게 될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변화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의 경쟁력은 중장기적으로 재고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또한 시주발행 형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한층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 HDC는 인수금액 2조5000억원 가운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약 2조원의 실탄을 아시아시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실탄이 투입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에서는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FSC(풀서비스캐리어)와 경쟁하고 중단거리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CC(저비용항공사)와 경쟁하는 ‘넛크래커’ 신세였다. 이에 중단거리는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집중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중심 네트워크 항공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리스본, 인천~카이로, 인천~멜버른 등 직항 부정기 항공편을 띄우면서 장거리 노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HDC 측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무리하고 내년 1분기 중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에 2년 9개월 가량 남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고위 임원진을 물갈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원진 뿐 아니라 일반직원들의 인력 감축도 확대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 5월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국내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영업직, 공항서비스직 가운데 근속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노후 기체 변경과 더불어 서비스 혁신도 기대된다. HDC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신형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브랜드, 승무원 유니폼 등의 변화도 감지된다. 일례로 정몽규 HDC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실무진을 불러 최종 계약 마무리 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날개’ 모양의 로고를 대신할 새 브랜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사명도 앞에 ‘HDC’가 붙을 수 있단 관측도 있다. 

과도한 재무부담·고용승계 협의 등 암초… HDC, ‘승자의 저주’ 피할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마무리됐지만 또 다른 현안도 잇따라 부상하고 있다. 과도한 재무적 부담과 경영 정상화 지연에 따른 지속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HDC측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9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실사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에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12.16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HDC의 캐시카우인 주택사업의 앞날이 어두운 가운데,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아시아나항공에 털어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지속되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와 단거리 노선에서이 저비용항공사(LCC)간 출혈 경쟁 등이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HDC가 수익성 제고를 위한 군살 빼기에 총력을 기울 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용 승계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실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지난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고용승계 등을 위한 전면 투쟁 방침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응 대책 회의 측도 지난 10일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협력업체 노동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라”며 경영진에 고용 승계에 대한 책임을 촉구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재매각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도 모두 보유하려면 나머지 지분도 인수해 보유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나머지 지분 매입을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부 자회사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든든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가 되고 순항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만 HDC가 아무래도 항공 운송산업 경험이 미비하다 보니 이 부분이 우려가 되고, 인수합병 이후 인적 쇄신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텐데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