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경제가 어렵고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비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지갑을 열었고 그 중에 어떤 것에는 매우 거침없이 열었다. 즉,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팔리는 것들은 잘 팔렸다는 ‘히트 브랜드’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사례들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튀는 구석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9년 소비자들의 지갑을 활짝 연 인기 브랜드들과 그를 만든 전략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 출처= TGRN

지알엔 올댓다이어트 시리즈 “어디서든 보이는 광고” 

수많은 헬스케어 브랜드들 중 올해 티지알엔의 지알엔(GRN) 올댓다이어트 제품만큼 많은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시킨 건강보조제 브랜드는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지알엔의 분홍이·초록이·천둥이·검정이 등 다이어트 보조제 제품은 유튜브 영상 시작 전 그리고 중간 광고에서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젊은 층이 이용하는 거의 모든 온라인 채널에서, 사진이면 사진 영상이면 영상 등 각 채널이 요구하는 형식에 광고됐다. “운동을 안하고 약을 먹기만 해도 몇 킬로그램이 빠졌다”, “뱃살이 없어졌다”는 등 누가 봐도 상업 광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복용자의 후기들이 온라인을 통해 범람했다. 

일련의 미디어 노출은 상업성이 매우 두드러졌지만 시간을 들여 건강관리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고 수많은 제품들이 팔려나가는 데 일조했다. 이러면서 지알엔은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이어트 보조제 외에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다른 제품군들을 알릴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에는 부작용도 있었다. 지나치게 범람하는 미디어 상업광고는 식약처로부터 ‘과장·허위광고’ 관련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제품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과도한 광고들은 오히려 브랜드 홍보에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 출처= 하이트진로

테라, 진로이즈백 “브랜드 차별화, 적절한 시기의 시너지”

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오랜 고민이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유입으로 국산 맥주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그 와중에 하이트진로는 자사의 주력브랜드 맥주 ‘하이트’의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인해 매년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사명과 동일시되는 상징성이 있는 브랜드 하이트를 과감하게 포기한 신제품 준비에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맥주 테라(TERRA)다. 완벽한 차별화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국산 맥주들의 상징인 진한 갈색의 병 용기 대신 수입 맥주 느낌이 물씬 풍기는 초록색 병을 테라의 용기로 사용했다.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부문의 사활을 걸고 출시된 제품인 만큼 강한 마케팅이 동반됐고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테라는 순식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테라는 출시 후 279일이 지난 12월 24일 기준 누적판매 4억5600만병(330ml 기준) 판매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하이트진로는 시류의 적절한 반영이 소비재 판매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증명한다. 바로 소주 ‘뉴트로 진로’다. 뉴트로 진로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복고풍 이미지와 디자인을 반영한 하이트진로의 이벤트성 상품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으로 현재는 하이트진로의 주력 제품의 대열에 합류해 있는 상태다. 본래 제품명보다 ‘진로 이즈백’이라는 광고 문구로 불리면서 지난 7월, 출시 72일만에 약 1104만병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출처= KFC

KFC 닭껍질튀김 "눈물겨운 사연 그리고 SNS의 힘"

지난 6월 어느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닭껍질 튀김’을 판매하는 KFC를 찾기 위해 미국 KFC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고 제품을 판매한다는 인도 KFC를 찾아가려 하는 등 눈물겨운 사연이 올라왔다. 이 내용은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회자돼 궁금증을 자아냈고 이 소식을 접한 한국의 KFC는 닭껍질 튀김 제품을 한정 판매 상품으로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에 전국의 수많은 ‘치킨 마니아’들은 앞을 다퉈 KFC를 방문했고 제품을 구매하고 가지각색의 재미있는 소감을 남겼다. 당시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KFC는 11월에 한 번 더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SNS의 빠른 정보 공유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준 사례였다.  
  
 

▲ 출처= 자이언트펭TV

펭수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다”

2019년을 대표하는 단 하나의 히트 브랜드를 꼽는다면 단연 그 하나는 ‘펭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펭수는 한국교육방송(EBS) 어린이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다. ‘EBS 연습생이 되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으로 헤엄쳐 온 10살 자이언트 펭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이 있다. 그러나 펭수는 이전의 EBS 캐릭터들과는 확실히 다른 성격이 있었고 이는 프로그램의 주된 연령층인 어린이가 아닌 젊은 직장인들에게 각광을 받는다. 

펭수는 감정에 충실한 ‘직설 화법’을 사용하면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이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탓에 ‘할 말은 많지만 차마 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신입사원들에게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사했다. 펭수는 스타덤에 올랐고 언론 인터뷰부터 공공기관 홍보영상 그리고 급기야는 개인 화보까지 나오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주요 소비재 업체들은 펭수를 제품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EBS와 ‘물밑작업’까지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펭수는 격한 공감을 통한 위로의 아이콘이 됐고 이는 동시에 가장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