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양천구 아파트들이 시세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양천구 목동의 신시가지 지역 아파트들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대책으로 인해 가격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반면, 9억원 이하의 소형 세대가 밀집한 양천구 신월동 '신월 시영 아파트'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개발호재 등과 함께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피해가면서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유지되는 한 규제 강도가 비교적 덜한 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양천구 목동, 12.16 대책 직격탄, 매수 문의 및 가격 상승폭 하락

▲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국감정원이 26일 발표한 ‘12월 4주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21개 자치구에서 매매 상승폭이 꺾였다. 특히 강남 4구 등 고가 아파트 위주 지역에서 이런 추세가 두드러졌다. 고가아파트 위주의 급격한 매수심리 위축과 관망세 확산으로 강남 지역 4구 모두 상승폭이 축소됐다는 것이 감정원의 설명이다.

12.16 대책 다음 날인 17일부터는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되면서 양천구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번 주간 동향에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크게 상승폭이 줄어든 지역은 양천구"라며 "양천구는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0.61%의 매매가격 상승폭을 보였지만, 23일에는 0.23%로 상승폭이 급격히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목동신시가지 위주로 매수문의가 급감한 것을 상승폭 축소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실제 양천구 목동 7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는 “매수 문의가 이전보다 확실히 감소한 것을 체감한다. 크지는 않겠지만 가격 조정도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원혜진 한국감정원 연구원은 “양천구의 경우 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 영향 등으로 목동은 물론 신정동 등을 중심으로 학군 수요가 늘어 상승폭이 상당히 높았지만 이번 12.16 대책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대폭 줄었다”면서 “대출규제가 타격을 줬을 것으로 본다. 대출을 통한 매수가 훨씬 어려워 지면서 고가 아파트가 많은 목동 지역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 조정 단계로 접어들 수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시동 건 신월 시영, 문의와 수요 대기 이어져

▲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인근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목동 지역의 고가 아파트들의 매수가 급격히 얼어붙은 사이 같은 구의 9억원 이하 일부 저가 아파트들은 매수 문의 증가와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아파트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처럼 안전진단단계를 통과 중인 신월동 ‘신월 시영 아파트’다. 24개동에 총 세대수는 2256세대로 용적률은 132%다.

해당 단지는 1988년 준공된 아파트로 2019년 10월 5일 신월시영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 양천구청에 신청한 예비안전진단 역시 지난 24일 통과했다. 안전진단 강화 이후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하는 정비사업장이 속출했던 만큼 예비 안전진단통과로 재건축 사업에 일단 청신호는 켜진 셈이다.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들은 해당 단지의 경우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후에도 매수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의 한 중개업소는 “신월 시영 아파트는 매물은 없지만 매수 대기자는 많다. 현재 거래 자체는 주춤하다. 매물 품귀로 거래가 주춤하기 전에는 상승세와 매매도 활발했던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매가격은 9월부터 급상승했다. 재건축준비위원회가 10월에 재건축 착수에 들어가면서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수요 심리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중개업소도 “신월 시영 아파트는 지금은 강보합에 가까운 상태지만 11월까지는 계속해서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8월 중순 서울시 예산으로 2022년 목동선 경전철 개통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건축과 예비안전진단 신청 등의 이슈 역시 상승세에 일조한 부분이 있다. 물건 자체가 없고 매수자들도 관망하기 때문에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한 중개업소는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12.16 대책으로 인한 영향은 이 곳엔 없다. 다만 일부 다주택자에 의한 매물은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월 시영의 59㎡타입의 매매가격은 4억2000만원을 상회한다. 8월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이 이후로도 오름세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저가 아파트를 찾으려는 수요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떨어지거나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수요대기나 문의는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대출규제 등 비켜가 상승여력 충분, 풍선효과 '시기상조'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양천구의 저가아파트들은 대출규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상승폭이 낮았던 만큼 상승여력도 있다. 기존 고가 아파트보다 상승세가 오래 유지될 수는 있다. 단 단지별 세부 입지 등에 따라 상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풍선효과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단지의 경우 규제 영향이 비교적 적은 저가아파트라는 점 이외에도 경전철 착공과 재건축 착수 등의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감정원 관계자는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풍선효과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관망세에 가까운 현상이라고 보인다. 목동 지역 등이 워낙 급격하게 상승한 부분도 있어 대비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고강도 규제가 고가 아파트에 대해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신호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저가 단지들 중 상승폭이 커질 단지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