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도시 지역에 첫 집에 해당될 만한 주택(entry level home)의 재고가 부족해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VO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당신은 몇 년 동안을 꾸준히 저축하면서 사고 싶은 집을 찾아왔을 지 모른다. 2020년은 과연 생애 첫 집을 사는 해가 될 것인가.

조건은 맞아 들어가는 듯 보인다.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지난해 예상했던 5%내지 5.5%보다 훨씬 낮고, 경제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당신만이 아닌 데다가 매물도 많이 나와있지 않다.

미국 부동산 검색사이트 리얼토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서 생애 첫 집에 해당될 만한 주택(entry level home)의 공급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협회(NAR)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중간값은 올해 3.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주 부동산협회의 리사 스터테반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첫 집에 해당될 만한 주택의 재고가 부족해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상황이 조만간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들이 첫 집 장만할 적기

스터테반 이코노미스트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대부분 30대인 밀레니얼이 집을 장만하기에 2020년이 좋은 해라고 말했다.

"한 동안 사람들은 밀레니얼들이 집을 사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곤 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 시기가 이전 세대보다 5년 정도 늦은 것처럼 주택 소유도 그만큼 늦어졌을 뿐이지요. 이제 고용 상황도 좋아졌고 경제적 불확실성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만큼 2020년은 그들에게 집을 장만할 최적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의 주택 재고가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OH)는 “내년에 주택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짓는 주택의 대부분은 최초 구매자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주택 신규 건설의 증가는 현재의 집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가구들에게는 집을 늘려 이사갈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중저 가격대 주택 시장이 활성화될 것

당신은 내년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애초에 사고 싶었던 지역이 아닐 수도 있다.

뉴욕과 시애틀 같은 주요 대도시는 미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들이다. 또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가격 중간값은 60만 달러(7억원)가 넘어 최초 구매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의 레슬리 애플턴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 이전 세대보다 결혼이 5년 정도 늦은 밀레니얼들이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는 30대가 되는 2020년은 그들에게 집을 장만할 최적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Medium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높은 집값으로 이 지역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솔라노 카운티(Solano County)나 새크라멘토(Sacramento)로 이주하고 있고, 새크라멘토의 주택 가격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애리조나, 네바다 등 집값이 더 싼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비싼 주택 가격때문에 인구가 이동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부동산협회(NAR)의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도시들은 지금 집을 살 만한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집을 살 수 없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도시들은 장기적으로 집 값이 크게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부동산협회가 신규 거주자를 위한 이른 바 ‘첫 집’의 공급과 가격, 일자리 증가 추세, 인구의 연령대, 주택 가격 상승 추이 등의 기준에 의거, 집 값이 크게 뛸 가능성이 있는 10개 도시를 선정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Charleston),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Charlotte),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 오하이오주 컬럼버스(Columbus), 텍사스주 탤러스-포트워스(Dallas-Fort Worth), 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Fort Collins),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타주 오그덴(Ogden),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레이-더럼-채플힐(Raleigh-Durham-Chapel Hill), 플로리다주 탬파-세인트피터즈버그(Tampa-St. Petersburg).

집을 살까 계속 임대할까

많은 시장에서 집값이 올랐지만 임대해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라이언 파이낸셜 플래닝(Lyon Financial Planning)의 설립자이자 공인 재무설계사인 제이 아볼로피아는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자문해 보라"며 "집 값이 너무 높고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면, 예상 주거 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구매하는 대신 임대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집을 투자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무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첫 집의 소유는 투자보다는 비용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그는 또 주택 소유와 관련된 장기적인 비용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간 생활비의 약 2%를 주택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주거 대체 비용으로 책정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는 낮은 금리가 주택 구입에 매력적이지만 2020년에는 대부분의 주요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높다는 것은 계약금이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많은 재산세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1만 달러 이상은 공제받을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계약금을 2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볼로피아는 그 또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계약금을 낮추고 담보대출 비중이 커지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어나니까요.”

아볼로피아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지역에서는 임대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주택 가격을 같은 규모의 주택의 연간 임대 비용과 비교해 보십시요. 구입하는 비용이 임대료의 15~20배가 넘으면 임대해 사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