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지난달 11일 미국에서 출시한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들이 올해 혁혁한 공을 세우며 바이오시밀러 주도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1일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를 미국에 출시했다.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최초로 미국 진출에 성공하며 일인자 굳히기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수출 실적 1조원 달성을 넘보고 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를 필두로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 연착륙에 성공한 덕분이다.

이들 기업의 활약으로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암젠, 로슈, 노바티스 등 자금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를 방해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진정한 일인자로 거듭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망. 출처=유진투자증권

성장 적기 맞은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가 지속되고,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확산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매출 상위 10위권 내에 포함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잇따라 만료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와 '아일리아'가 미국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십조 원대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른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끝나야 비로소 본격적인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따라서 의약품 특허만료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호재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바이오시밀러가 대체할 수 있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의료비 지출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지원도 바이오시밀러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확산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지난 2010년 3천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약 4천달러로 늘어났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고가약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펼치던 미국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확대로 최소 30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 2018년 기준 매출 상위 바이오의약품 10년내 특허만료. 출처=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 가공

발목 잡는 특허방어 전략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점차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으며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시장 선점이 중요한 까닭에 퍼스트무버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제품 출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미 암젠, 로슈,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까지 가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물론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간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저항도 거세다. 시판 허가만 받으면 출시가 가능할 줄 알았던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방어 전략에 가로막혀 시장 침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미국 시판 허가를 받은지 1년이 지나서야 출시할 수 있었다. 리툭산의 판권을 보유한 로슈가 다양한 특허방어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로슈와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만료된 물질특허 외에 적응증, 투여방법 특허 등을 새롭게 등록하는 방식으로 특허 연장 전략을 펼친다. 결국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제품 출시를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들과 한바탕 특허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가까스로 특허 장애물을 넘어 제품 출시에 성공해도 이번엔 가격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만약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내려가면 바이오시밀러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출혈 경쟁 속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네릭 약가 경쟁력. 출처=하나금융투자

제네릭될까 우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자칫 방심할 경우 합성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과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제네릭 시장은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 1개의 합성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 수백 개의 제네릭이 연달아 출시되는 탓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 놓였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급증하면서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네릭의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6.5% 이하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바이오시밀러도 제네릭처럼 시장 포화 상태에 이를 경우 가격 하락과 성장률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과 달리 생산시설을 건립하거나 확보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며,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제네릭처럼 무분별한 난립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면 성장률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신제품 출시를 통한 특수도 점차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한때 제네릭 시장을 호령했던 글로벌 제약사 테바를 예로 들었다. 그는 “테바사가 단순 제네릭 개발회사에 머물렀다면 현재와 같은 연 매출 188억 달러 규모의 제약사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늘날 글로벌 제약사 테바가 탄생한 이유는 1st 제네릭이 아니라 ‘코팍손’이라는 신약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