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들렀다. 햄버거와 음료수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앞서서 먼저 주문했던 나이 지긋한 남성이 음식이 나오자 얼른 받으러 나선다.

패스트푸드 음식점 점원은 종이봉투에 담긴 음식을 건네면서 “해피 할리데이즈”라며 이맘때면 흔히 듣는 아마도 매니저가 교육을 시켰음직한 인사말을 건넨다.

점원의 인사말에 이 남성은 커다란 목소리로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네고 음식을 받아든다.

순간,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인사말을 건넨 점원도 잠시 당황스러우면서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점원은 주방으로 돌아가면서 동료들에게 “해피 할리데이즈라고 했는데 메리크리스마스래”라면서 킥킥대며 어이없어 했다.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은 12월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사말로 안녕하세요나 좋은 하루되세요를 흔히 대치할 수 있는 표현이었으나 과거 수년간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려는 노력으로 해피할리데이즈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됐다.

초기 미국 이민자들은 유럽에서 넘어온 기독교와 카톨릭 신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이 여전히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이민자들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

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유대교 인구가 미국내에 많고 이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도 커져가면서 12월에 기념일이 있는 아프리카 문화권의 크완자(Kwanzaa), 유대교의 하누카(Hanukkah), 크리스마스 등을 모두 포함해서 즐거운 명절이라는 인사로 해피 할리데이즈로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기독교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러한 불만이 지지를 얻으면서 최근에는 사람들의 인종과 종교,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다른 인사말을 건네는 양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만났던 남성과 같이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고수하는 사람은 대체로 공화당 지지자이면서 60세 이상이고 미 중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피 할리데이즈”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18세에서 29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공종교연구학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점이나 영업점포의 직원들이 고객의 다양한 종교를 존중해서 “메리크리스마스”대신에 “해피 할리데이즈”라고 인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의 67%는 “해피 할리데이즈”라고 인사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한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66%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은 미국인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또 지역별로도 인사말에 차이가 있는데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12월에 주고받는 인사말을 분석해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표현을 썼는지를 분석했을 때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아칸사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캔사스, 켄터키, 웨스트 버지니아,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미시건 등의 미국 남부와 중북부 등은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트위터에서 월등히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메사추세츠, 메릴랜드, 펜실베니아 등의 미국 동북부 지역과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네바다, 애리조나 등의 서부 지역에서는 “해피 할리데이즈”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간단한 인사말이 이제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과 지역을 나타내는 표현이 되면서 미국인들의 간극도 점차 확대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