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해서 위기관리를 해 보면 예산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에서 예산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예산을 끌어 사후 위기관리에 투입 하는데, 이 작업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위기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위기관리는 비쌉니다. 역설적이지만 만약에 위기관리가 값싸다면 어떤 기업도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값이 싸게 먹힌다는 것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 위해도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죠. 따라서 어느 정도 대형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상의 대형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핵심은 그런 일정 수준의 예산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배분하는가 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예산 운용 방식은 사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사전 준비를 하는 업무에 상당 비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기발생 수나 위해도를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사전 투자가 없었으면 가래로 막아야 했을 위기를 호미로 사전이나 초기에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사전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위기관리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자, 가장 저렴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별 준비나 투자 없이 위기 발생 이후에 사용되는 예산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 이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큰 돈을 쓸수록 위기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억에서 수백억을 쏟아 부어 사후 위기관리를 하면 뭐합니까? 이미 해당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 그리고 여론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요. 엄청나게 많은 물을 쏟아 부어 불을 껐지만, 이미 집은 탈 때로 다 타버리고 기둥만 남은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런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은 물은 또 얼마나 아까운 것입니까?

사전에 미리 위기관리 체계 수립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면, 그런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화재가 쉽게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소화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물은 그 양이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소실되었더라도, 금새 회복 가능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예산 배분이 지혜로운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혜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발생할지 말지 모르는 위기에 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가?’ ‘그렇게 예산을 장기간 투입한다고 해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자꾸 조직이 바뀌고, 사람이 이동하는데, 이렇게 위기관리 예산을 쏟아 부어 훈련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소모적 아닌가?’ 같은 일부 내부 반론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위기가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른다는 전제처럼 위험한 생각이 없습니다. 이는 회사를 운명론에 기반해 경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좀 더 올바른 전제입니다. 평소 예산 투자가 위기를 완전하게 방지할 수 있는가 묻는 것도 기본적 고민의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조금이라도 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위기발생 자체를 완벽하게 방지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가변적 조직과 인력에 쏟아 붇는 위기관리 예산이 소모적이라 생각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어떤 예산 투입이 영원성을 담보로 합니까? 한번 예산을 투입하면 영원히 효과가 발휘되는 분야가 어디 있습니까? 왜 현재 이 시간에도 60만 대군은 소모적(?) 훈련을 거듭하겠습니까? 왜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며 그 큰 국방 예산을 사용합니까? 위기관리 예산은 사전에 써야 가장 효율적입니다. 위기를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