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중국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중국 자본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특히 주요 콘텐츠 소비국인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콘텐츠를 단초부터 잘라내 통치를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 기류도 일어나고 있다.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반(反)중 정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글로벌 온라인 환경에서는 새로운 이념전쟁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국 자본에 종속된 기업들의 지나친 친(親)중 정책에 대한 반발과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중국과 기업에 대한 보이콧도 진행 중이다.

콘텐츠 주요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9년 2475억4500만달러(약 288조원)로, 전년 대비 9.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매년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콘텐츠 시장도 높은 성장을 이어왔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평균 성장률은 10.6%에 달했다. 규모를 갖춘 중국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주요한 시장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 같은 중국 콘텐츠 시장은 국내 시장과 동질성을 가져 국내 콘텐츠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국내에서 히트친 영화, 음악, 드라마, 엔터테인먼트가 중국으로 넘어가 한류를 만들어 내고, 중국 게임산업의 원류인 PC온라인 게임 전파를 가져왔다. 자본을 축적한 중국 ICT 기업들은 다시 국내 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중국 자본 아래 콘텐츠를 만들고 다시 시장인 중국에 수출하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됐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다. 글로벌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국가 리스크에 중국 진출을 꺼리던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중국의 시장성 하나만 바라보고 앞다투어 진출했다. 월트 디즈니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 ‘그레이트 월’까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중국을 향한 구애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자체적인 검열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중국을 미화하는 콘텐츠로 중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찍히면 퇴출… 중국 정부의 콘텐츠 검열 강화

▲ 사우스파크 중국 풍자. 출처=갈무리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출판물에 대한 사전검열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는 온라인 출판물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 서적 등 모든 콘텐츠가 정부 기관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경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이 부분을 통치에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매출이 큰 콘텐츠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호의적인 콘텐츠를 쏟아내기 바쁜 상황이다. 

중국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돈의 논리에 표현의 자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NBA(미국프로농구), EPL(영국프리미어리그)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대릴 모레이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홍콩을 지지한다’라는 발언을 한 직후 NBA 경기 생중계를 취소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EPL 아스날 메수트 외질 선수가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자 게임, 인터넷, TV에서도 외질의 존재를 삭제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발을 맞춰 살아남는 기업도 있다. 바로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는 중국 매출을 위해 홍콩 시위 및 반(反)중국 관련 콘텐츠 노출을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디즈니의 캐릭터 ‘푸’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희화화하는데 사용되자 중국 국내 검색 포털에서 차단된 일도 있었지만, 디즈니는 여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부 캐릭터가 중국의 입김에 차단되더라도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중국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신랄하게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 기업도 생겨났다. 바로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다. 사우스파크는 푸부터 위구르족 탄압까지 중국의 검열 시스템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를 담은 콘텐츠를 생산했다. 당연히 중국 정부로부터 전면 차단됐다. 현지 동영상 서비스부터 사우스파크와 관련된 사이트까지 모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삭제됐다. 이에 사우스파크는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를 조롱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우스파크는 중국 시장을 아예 포기할 심산으로 신랄하게 비판을 이어갔다. 사우스파크 제작자인 트레이 파커와 멧 스톤은 “우리는 마음속으로 중국의 검열을 환영한다. 우리도 민주주의와 자유보다는 돈을 더 사랑한다. 시 주석은 전혀 곰돌이 푸와 닮지 않았다"라고 조롱했다.

차이나머니의 함정, 지나친 간섭과 규제로 일색

▲ 슈퍼셀 브롤스타즈. 출처=구글플레이

초연결로 가는 플랫폼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유니콘 콘텐츠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본은 경계 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강력한 내수 시장으로 자본을 가진 중국 ICT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늘어나는 중국 자본은 점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게임 산업만 보더라도 중국 자본에 자유롭지 못하다. 양대 게임 엔진 기업인 유니티 테크놀로지, 에픽게임즈는 모두 중국 자본에 종속됐다. 또 유명 게임사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의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슈퍼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에도 중국 자본이 흘러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임사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에도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 지난해 초 넥슨 매각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 회사가 바로 텐센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뒤늦게 산업화를 이룬 중국이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나의 산업을 독점한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산업이 성장했을 때다. 산업이 고도화됐을 때, 중국 정부가 행사하려는 영향력은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콘텐츠 산업은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다. 곰돌이 푸 사건은 우연적인 요소일 뿐이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들도 중국 자본과 시장을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자본 시장의 논리는 무섭다. 이에 따라 콘텐츠 기업들이 중국의 정치적인 이슈를 건들지 않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정현 교수는 “향후 중국 정부의 콘텐츠 검열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부결속을 흔드는 콘텐츠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라며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콘텐츠를 활용한 과거 소련을 보고 중국을 이해하면 된다. 중국은 지도부부터 중국몽(中國夢)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중국인에 대한 우월성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