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과거 기술수출(L/O)했던 신약 파이프라인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속해온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결실을 거둘 때가 다가왔다는 평가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내년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에 따른 계약금 및 마일스톤 수령을 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기술수출은 라이선스 계약부터 시작된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 수출사는 계약금을 수입사로부터 먼저 받는다. 이후 수입사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1~3)을 진행하고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수출사에 지급한다. 제품 상용화 이후에는 마일스톤과 별개로 판매액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기도 한다.

▲한미약품이 내년 '오락솔', '롤론티스'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료를 수취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한미약품

한미약품 R&D 결실 맺는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기술수출을 선도해온 한미약품은 '오락솔', '롤론티스'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료를 수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오락솔'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합성신약이다.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내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오락솔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오락솔 허가 및 판매에 따른 로열티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미 FDA 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BLA)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자진철회했던 롤론티스 허가를 재신청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롤론티스와 더불어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또 다른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이달 중으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다. 폐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을 표적으로 개발 중인 포지오티닙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은 최대 4160억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사노피에 기술수출된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내년 8월 완료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 사업 축소에 따른 결정으로 계약 변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수출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미약품은 내년 상반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HM15211'의 미국 임상 1상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이 HM1521의 임상 1상 결과를 토대로 또 한 번의 기술수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 2020년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개발 마일스톤 유입 가능성 존재. 출처=KTB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 가공

총액 3조원 회수 본격화 

국내 제약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을 일으킨 유한양행은 최근 1년간 총액 3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냈다. 총액 규모가 큰 만큼 내년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폐암 1차 치료제 레이저티닙(YH25448)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GLP-1/FGF21 이중작용제(YH25724) 등 총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저티닙은 지난해 11월 다국적 제약사 얀센 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다. 지난 12일 유한양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임상 진전이 빠를 경우 내년 하반기 시판허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은 얀센이 맡는다. 이미 얀센의 JNJ-372와 병용을 위한 글로벌 임상 1/2상 임상계획이 지난 8월 등록됐다. 내년 병용요법으로 임상 2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이 지난 1월과 7월에 길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에 각각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발단계에 들어간다.

길리어드와 계약을 맺은 신약후보물질은 NASH 치료를 위한 2가지 약물표적에 작용하며, 내년쯤 후보 물질을 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을 맺은 신약후보물질인 YH25724은 제넥신의 하이브리드 'FC'(HyFc) 기술이 접목된 GLP-1/FGF21 이중작용제다. 현재 비임상 독성실험이 진행 중이며, 성공 시 약 120억원의 기술료를 수취할 수 있다. YH25724은 내년에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 ▲동아에스티 파이프라인 현황. 출처=동아에스티, 한화투자증권

뉴로보에 웃는 동아에스티 

매년 매출액의 10%를 R&D에 투자하는 동아에스티도 내년에 적지 않은 수확이 예상된다.

미국 머크에 기술수출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최근 폐렴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제품이 출시될 경우 동아에스티는 머크로부터 추가 기술료를 수취할 수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미국 애브비에 기술수출한 면역항암제 ‘DA-4501’을 시작으로 항암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DA-4501은 지난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유의미한 항암 면역반응 및 병용요법 가능성을 확인했다. 최근 전임상이 완료됨에 따라 마일스톤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동아에스티는 기업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도 앞두고 있다. 기술수출 파트너로서 지분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즈(이하 뉴로보)가 나스닥 입성에 가까워지면서 동아에스티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로보는 이달 중순까지 나스닥 상장사 젬파이어 테라퓨틱스와의 합병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나스닥 우회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뉴로보의 지분가치가 상승할 경우 동아에스티는 투자수익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뉴로보가 동아에스티로부터 넘겨받은 천연물의약품 2종에 대한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월 당뇨병 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NB-01)'과 퇴행성신경질환 치료제 'DA-9803(NB-02)'의 전 세계 권리를 뉴로보에 이전하면서 계약금 700만달러와 별도로 뉴로보 지분 29%를 확보했다.

DA-9801는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조만간 임상 3상 진입이 예상된다. DA-9803은 뉴로보가 동아에스티와 기술이전이 아닌 양도계약을 맺은 신약후보물질이다. 그 만큼 뉴로보가 DA-9803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뉴로보는 DA-9803의 국내 전임상결과를 바탕으로 미 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일스톤은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성장 요소 중 하나"라면서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이 기존에 기술수출했던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한 마일스톤 수령으로 내년 실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