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공유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버와 리프트(미국), 그랩(동남아시아), 디디추싱(중국)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미래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완성차 업계의 '큰 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18일 자동차업계와 공유차 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들의 공유 모빌리티 몸집 불리기는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GM은 물론 현대차, 토요타, 벤츠, BMW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고, 우버는 만년 적자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을 정도로 세를 키웠습니다. 

공유차 시장 폭풍성장의 전제는 '자율주행차' 입니다. 탑승자의 운송과 이동은 물론 주차와 충전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차가 스스로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죠. 모두 이 시장을 예견하고 투자를 진행중입니다.

다만 렌터카와 달리 주차공간, 충전설비가 핵심적으로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비'와 '소비자의 니즈 파악'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일단 자리를 잡게 되면 후발주자의 진입이 어렵기도 합니다. 규모가 곧 경쟁력이 되는 만큼 '선점'이 중요하죠. 보다 활성화 된다면 자동차는 부와 재산의 상징에서 단순한 이동용역 수단으로 그 지위가 바뀌게 됩니다.

▲ 장기렌터카 부문에서 2030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사진=롯데렌터카

공유차·렌터카 업계의 부상

이와 같은 변화에서 장기렌터카 서비스의 B2C(Business to Customer) 비중 확대는 눈여겨 볼 만 합니다. 20~30%에 불과했던 장기렌터카 개인 고객 비중이 최근 40%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중 2030세대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롯데렌터카의 자료를 봤는데요. 지난 2014년 전체 고객 중 개인의 렌터카 이용 비중은 21.7%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0.6%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2030고객 비중이 오프라인 계약 46.3%, 다이렉트(온라인) 계약 64%에 이를 정도로 높았습니다. 임대차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물론 시장 변화에 맞춘 롯데렌터카의 내부적인 노력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견적과 계약까지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했기에 젊은 층의 유입도 늘었을 것 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 때문일까요. 최근에는 벤츠가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를 설립하고, 장기 렌트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자사의 모든 차량을 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 보험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특징이죠.

▲ 제네시스 스펙트럼 대상 차량. 사진=현대자동차

장기렌트와 비슷한 형태를 띄는 차량구독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현대차는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현대 셀렉션'과 '제네시스 스펙트럼' 구독 서비스를 내놨고, 기아차는 '기아 플렉스, MINI는 '올 더 타임 미니'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공유차 대중화의 시작을 알린 쏘카, 그린카 등의 공유차 서비스 업체들은 역량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지만 공유차 시장은 조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버(미국), 리프트(미국) 디디추싱(중국)과 같은 합승서비스(Riding Sharing Service)가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아쉽습니다. 대부분 규제에 발목잡혔고,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빌려 쓰는 데 그치는 B2C(Business to Customer) 모델만 성업중입니다. '반쪽' 성장인 셈이죠.

▲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업체 '그랩'에 현대차 아이오닉이 전달됐다. 사진=현대자동차

공유차와 렌터카, 미래차 시장 '큰 손' 될까 

위에 언급했든 공유차 시장은 '선점'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동남아시아 그랩 등 공유차 업체들이 앞다퉈 사업 확장에 나서고, 현대차, SK등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7년 50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글로벌 공유차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 2030년에는 1400조원에 이를 것 이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 이상이 공유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죠.

그렇다면 차량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고객들(공유차나 렌터카 업체들)이 미래차 시장의 주역이 될까요?

공유차 시장 초기에는 이와 같은 전망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렌터카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유차 서비스들이 100%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몇몇 프로그램은 철수하기도 해서죠.

렌터카 또는 공유차 업체가 플랫폼을 갖고, 완성차 업체로부터 차량을 공급받는 개념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아니라 '이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유차에 특화된 인테리어와 플랫폼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완성차 업체들의 권한이기 때문이죠.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제품 양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신기술 적용 등은 렌터카 회사들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현대자동차가 미국 LA에서 공유차 서비스 '모션랩'을 시작한다. 사진=현대자동차

플랫폼 확보 나서는 완성차 업계 

공유차 시장에 뛰어드는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벤츠와 BMW, GM은 하드웨어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모두를 '자급자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GM은 차체 차량공유 업체 '메이븐'을 설립해 B2C 차량대여 서비스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유차 운영 관련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미래에는 직접 제조한 자율주행차로 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죠.

벤츠와 BMW는 미래차 부문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카투고(Car2go)를 BMW는 ‘드라이브나우 (DriveNow)’를 운용중에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양사는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를 공동 추자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 프리나우(Free Now) ▲셰어나우 ▲리치나우 ▲차지나우 ▲파크나우 등 5종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과 일본차 업체들 역시 공유차 트렌드에 맞춘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기술 자급을 선언한 현대차는 미국에 ‘모션랩’을 설립하며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들었고,  토요타는 지난 10월부터 차량 공유 서비스 ‘토요타 셰어’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ITC 기반 공유차 업체들이 미래차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다할 자율주행차가 시판되지 않고 있고,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글로벌 메이커도 한정적입니다. 어떠한 결정을 하기에는 '아직은 판단은 이르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벤츠는 한국 시장에서 장기렌트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기욤 프리츠 대표이사.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한국 공유차 시장…아직은 '공유'보다 '판촉' 목적 커

쏘카와 그린카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브랜드들의 한국 공유차 시장 진출은 '마케팅'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봅니다.

벤츠, 제네시스, MINI가 각각 렌터카, 차량구독 서비스를 내놨지만 플래그십에 국한됐기 때문이죠. 라인업이 한정적이고, 때문에 '공유'보다는 '비싼 차를 빌려 소유한다'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 방점을 둔 장기렌트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노재승 국민대학교 교수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한국 공유차 시장에 접근하는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략은 아직은 마케팅 적인 요소가 강하다" 라고 말합니다.

노 교수에 따르면 현재 공유자동차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은 20~30대 젊은 성인들입니다. 그들은 차량 소유에 대한 욕구가 있고, 쏘카나 그린카를 이용 후 구매력 생기면 자동차 구입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중 70% 이상이 공유차로 타봤던 차량을 산다는 것이죠. 업체들의 인지도 또는 접점을 늘리는 수단으로서 차량 공급이 이뤄지고, 때문에 '신차이용 폭탄 할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