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홈쇼핑 업계가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의 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골든타임 방송 편성에 가끔 지원해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직접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최근 쇼핑 플랫폼 트렌드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홈쇼핑 업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2020년부터 서울산업진흥원과 손잡고 상품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신규 CSV(공유가치창출) 프로그램 ‘챌린지! 스타트업’을 진행한다. 기존 CSV 프로그램인 무료 판매방송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품을 판매해 주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IOT, AI 등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에게 제품 개발, 마케팅, 판로 제공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 CJ ENM 오쇼핑부문은 2020년 초에 서울산업진흥원과 손잡고 “챌린지! 스타트업”을 열어 기술 스타트업 회사들에게 제품 개발과 마케팅, 판매망 제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출처=CJ ENM 오쇼핑부문이

CJ오쇼핑은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내년 초 공모전을 열고 참여기업 6곳을 모집한다. 육성 대상은 밀레니얼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제조 기반의 리빙·디지털 신상품 및 IOT·AI 기반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서울산업진흥원 산하 기관인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발표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은 기존과 달리 판로 확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CSV 사업 본연의 목적에 더 적합한 모델”이라면서 “창업 기업들이 ‘데스밸리’를 넘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사의 모든 역량을 활용하여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10월 GS그룹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벤처 네트워크 행사 Grow With GS X KITA Startup Gathering(GWG X KITA) 현장. 출처= GS홈쇼핑

CJ오쇼핑에 이어 GS홈쇼핑도 국내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은 지난 2011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벤처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기업은 580여 곳으로 투자 금액만 3300억원이 넘는다. GS홈쇼핑의 올해 3분기 투자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0월까지 신규 투자한 회사는 9곳이다.

대표적으로 간편식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에 40억원, 반려동물 전문업체 ‘펫프렌즈’에 40억원 추가 투자 등을 진행했다. 해외 사업에는 베트남 '럭스테이' 14억원, '르플레어' 34억원, 아랍에미리트 '아이와' 19억원 등 9개 벤처사에 약 298억원을 투입했다. GS홈쇼핑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꼽히는 자회사 ‘텐바이텐’은 올해 3분기 순익 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3억원으로 20.2% 급증하며, 이는 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의 실적이다.

▲ GS홈쇼핑의 2019년 신규투자 회사 목록.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GS홈쇼핑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벤처에 의한 사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기업들은 벤처의 혁신 생태계 참여를 통해 대응하면서 내부 혁신과 미래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에서 파생된 혁신 결과물들을 국내 및 글로벌 비즈니스에 접목해 상호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국내 중소기업들을 해외 유통업체와 연결해주고, 참여 기업들에게 부스설치, 현지숙박 등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해외시장개척단’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의 진출 희망 의사가 높은 지역에서 수출 상담회를 개최하고, 수출 제반 사항까지 원하고 있다.

▲ 지난 3일(화) 이틀간 미국 LA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in LA' 한국상품 수출 상담회에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참여 중소기업 상품을 활용한 메이크업 시연회를 진행했다. 출처=롯데홈쇼핑

특히 최근에는 미국을 개최지로 선정하고 중소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모색했다. 롯데홈쇼핑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미국 LA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수출 상담회를 진행하는 등 수출상담, 제품 현지화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제주 발효 화장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유니크미’는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 속에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롯데홈쇼핑은 현재까지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호주, 러시아 등에서 총 9차례 진행했다. 내년에도 수출 유망 국가를 발굴하여 개최할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이번 미국 행사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4차 산업,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개최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앞으로도 롯데홈쇼핑은 국내 우수 중소기업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롯데홈쇼핑의 ‘해외시장개척단’ 운영실적. 출처=롯데홈쇼핑

홈쇼핑 업계가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이유는 상품 차별화의 목적이 크다. 홈쇼핑은 최근 수년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의 쇼핑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TV쇼핑이 아닌 온라인과 모바일로 고객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시청률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를 대체할 만한 카드로 벤처 투자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또한 이커머스 업체 간 할인 경쟁으로 그나마 중요하던 가격 경쟁력도 잃게 됐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본인들이 진행하면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는 가성비보다 홈쇼핑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상품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벤처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거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 진출 시 동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win-win)인 셈이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투자에 공을 들이는 요인은 재승인 때문이기도 하다. 홈쇼핑 업체는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5년 마다 사업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여러 심사항목 중에서도 중소기업 활성화는 재승인의 주요 심사항목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재승인 항목 중 중소기업 활성화 항목은 유일하게 과락이 적용되는 부분으로 배점의 50% 미만이면 재승인 자체가 거부된다”면서 “이에 업계에서도 자사에서 선택한 스타트업과 빠르게 협력해 실적 개선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