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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구동향] 시각장애인은 정말 청각 능력이 뛰어날까?췌장 머리 암 복강경 수술 효과 좋아‧폐암유발단백질 나노구조체 개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노원을지대병원이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언어인지력 필수 요소인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과 ‘시간변화 분석력’이 더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췌장 머리에 생긴 암 치료로 복강경 수술도 효과가 좋은 점을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서울시립대 연구진이 폐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잡는 간섭 RNA 나노 구조체를 개발했다.

시각장애인, 청각 능력 뛰어나다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청각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속설들이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소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15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심현준 교수 연구진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언어인지력 비교 연구’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청각 능력 차이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19명, 후천성 시각장애인 16명, 비시각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에서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그룹이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나 비시각장애인 그룹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높낮이 분석력은 시각장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각장애 연령이 어릴수록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

소리의 ‘시간변화 분석력’은 선천성 시각장애인 그룹과 후천성 시각장애인 그룹이 비시각장애인 그룹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변화 분석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소리 에너지를 얼마나 잘 인지하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와’, ‘바’라는 전혀 다른 발음과 뜻을 갖고 있는 단어가 소리의 주파수로만 보면 거의 동일한 파장을 보인다. 이 단어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이유로는 발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 에너지의 변화가 인지되는 것이 꼽힌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입 모양을 보지 않고 소리로만 듣는 언어인지력은 시각장애인이 정상인에 비해 뛰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의 뛰어난 청각능력은 시각 정보 차단으로 할 일이 없어진 시각뇌가 소리 신호에 반응하도록 보상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각장애인들의 보상적 청각 능력 향상은 분야에 따라 나타나는 시기가 달랐다.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은 1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반면 시간변화 분석력은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심현준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언어인지력은 시각장애 기간과 장애 발생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비시각장애인과 다르게 발달한다”면서 “시각장애인에게 난청이 발생하였을 때 그들에게 특화된 청각재활이 제공될 필요성이 있고,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보청기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후원으로 이뤄졌다. 연구성과는 SCIE급 뇌과학저널인 ‘신경과학계 개척자(Frontiers in Neuroscience, 2018 IF=3.648)’에 11월 6일자로 게재됐다.

췌장 머리에 생긴 암, 복강경 수술 효과 좋아

췌장 머리에 발생한 췌장암 치료로 복강경 수술이 기존 개복수술에 못지않은 우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강창무 교수 연구진은 췌장암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복강경 췌-십이지장절제술’과 ‘개복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비교한 결과, 복강경 수술이 출혈이 적고 수술 후 무병생존율이 좋은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췌장암의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기본조건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머리에 발생한 췌장암에 대한 표준술식이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암이 번져 나갈 수 있는 십이지장, 담도와 쓸개를 췌장머리와 같이 절제하고 남은 췌장과 담도, 위를 소장으로 연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 수술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해 복강경으로 수술하기가 어렵다.

췌장암은 주변에 있는 중요 혈관침윤의 가능성과 췌장암과 동반되는 췌장염, 담도염으로 인해 수술의 난도가 더 높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 기관에서의 췌장암에 대한 복강경 췌-십이지장절제술에 대한 보고는 많지 않다.

강창무 교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2014년부터 2019년 3월까지 61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 췌-십이지장절제술이 개복 췌-십이지장절제술과 비교해 수술 중 출혈이 적고 수술 후 재발까지의 기간 또한 긴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LPD)이 개복 췌-십이지장 절제술(OPD)보다 무병생존율이 더 좋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전체 생존율에 있어서는 두 수술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오른쪽). 출처=세브란스병원

평균 추정 혈액 손실은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232.59±178.68mL로 개복 췌-십이지장절제술의 448.82±343.83mL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병생존률(disease-free survival)의 경우 복강경 췌-십이지장절제술은 34.19개월, 개복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23.3개월로 복강경 수술이 재발까지의 기간을 연장하는 의미있는 결과가 밝혀졌다.

수술시간, 수술 후 입원 및 수술 후 췌장 외상 등 다른 부분에서는 두 수술 모두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강창무 교수는 “복강경 수술의 장점으로는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면서 “수술 후 체력소모도 적어 수술 후 받아야 할 항암치료도 더 좋은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외과 국제학술지 ‘간담췌장과학지(Journal of Hepato-Biliary-Pancreatic Science)’에 게재됐다.

한편 강 교수팀은 과거 췌장의 몸통과 꼬리에서 발생하는 췌장암에 대해서도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췌미부비장절제술을 하기에 적합한 종양상태를 수술 전 구분 할 수 있는 ‘연세조건’(Yonsei Criteria)를 개발하기도 했다.

연세조건은 최근 유럽에서 대규모적으로 시행한 다기관 임상연구에서 췌장암 환자의 선정 전제조건으로 인용됐다.

폐암 유발 단백질 잡는 간섭RNA 나노구조체 개발

한국연구재단은 이창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이종범 서울시립대 교수 연구진이 폐암 발생과 증식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인 ‘USE1’을 표적으로 하는 간섭RNA 나노구조체를 디자인하고 동물모델을 통한 항암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인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 대한 유전자치료의 임상적용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치료제는 질병의 원인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애초에 해당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전자를 차단한다. 이는 원하는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대를 거쳐 보존되는 DNA 자체보다는 중간체인 RNA를 차단하는 방식이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RNA와 결합하는 짧은 RNA가닥을 이용한 RNA 간섭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RNA는 생체고분자로 화학항암제에 비해 독성우려는 적지만 체내에서 분해되기 쉬워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폐암유발단백질 USE1을 표적으로 하는 짧은가닥 간섭 RNA를 디자인하고 이를 표적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불안정한 RNA가 분해되지 않고 표적에 잘 도달하도록 복제효소를 이용해 간섭RNA 가닥을 대량으로 증폭하고, 이 가닥들이 엉기면서 자가조립되는 방식으로 나노구조체를 합성했다. 나노구조체는 세포 내로 들어가기 용이한 크기와 세포 내에서 간섭RNA 방출에 유리하도록 넓은 표면적을 갖도록 제작됐다.

연구진은 나노구조체를 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절단효소를 이용해 RNA 가닥들이 선택적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또 반복되는 간섭RNA 사이사이에 서로 달라붙지 않고 버블형태로 존재하는 부위를 도입하여 절단효소에 의한 방출효율을 높였다.

연구진이 사람의 폐암조직이 이식된 쥐에 합성된 간섭RNA 기반 나노구조체를 투여한 결과 이식된 종양의 크기가 작아졌다. 연구진 관계자는 “USE1이 만들어지지 않는 인간종양세포주 ‘HeLa 및 A549’에서의 결과가 동물모델에서도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러한 간섭RNA의 항암효과가 무분별하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분열정지와 세포사멸 유도에 따른 것임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11월 22일자로 게재됐다.

황진중 기자  |  zimen@econovill.com  |  승인 2019.12.15  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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