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올해 4분기,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파격 프로모션을 내놨지만 판매량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기불황, 부족한 신차 라인업,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현대차 -1.5% ▲기아차 -0.2% ▲한국지엠 -11.7% ▲르노삼성 -3.9% ▲쌍용차 -10.6%의 감소율을 보였다.

▲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車 시장 패러다임 변화…구매층·선호 요인 달라져 

이와 같은 판매 부진은 ‘내수 불황’ ‘부족한 신차 라인업’에 더해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 및 소득 양극화’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차가격 상승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그랜저, K5 등 신차들은 자동차 ‘전장’과 미래차 기술 탑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해당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첨단사양 미장착’ 차량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첨단 사양을 대거 추가하고, 신차 출시를 앞당기는 정책을 폈다. 그리고 이와 동반돼 신차 가격이 올랐고, 이 시기 글로벌 수요 부진이 맞물렸다. 이와 같은 요인이 판매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미래차로 모빌리티 변혁이 이뤄지면서 소비자의 성향이 바뀐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관련 매출액의 2016년 1%에 불과했던 공유차 시장은 2030년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장이 크게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쏘카, 그린카 등 공유차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신차를 구매하려는 2030소비자가 크게 줄었다. 낮은 취업률, 기업 규모별 연봉차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소비에 양극화도 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 7~8년 주기로 등장하던 글로벌 메이커들의 신차 주기가 현재는 3~5년 주기로 앞당겨졌다”라며 “첨단 시스템 장착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가격이 상승했고, 불황과 겹치며 판매도 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30세대의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구매력이 없는 소비층은 공유차를 선택하고, 여력이 있는 30대는 선택 여력이 많아졌다”라며 “최근 출시된 그랜저가 30대로 소비 타깃을 잡은 것도 이러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019년 11월 완성차 내수 판매 통계. 자료=각 사

신차 내놨지만…기존 라인업은 매력 떨어져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 지난 11월 자동차 판매 통계다. 당시 완성차 5사는 내 차 마련을 위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시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KSF)를 맞아 일부 차종에 대해 최대 20% 할인 제공, 선수금 제로, 0.9%금리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은 것이다.

현대차는 20% 할인과 최저 1%대의 저금리 할인 혜택을 제시했고, 기아차도 10% 할인과 무이자 할부를 제시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역시 각각 최대 15% 할인, 최대 530만원 혜택 등의 조건을 제시했고, 쌍용차는 선수율 제로 혜택을 가동했다.

파격적인 할인에도 불구하고, 프로모션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할인 혜택이 없거나 적었던 쏘나타, K7, 그랜저, 셀토스 등 신차 판매가 크게 늘었고, 할인 대상 차량들의 판매든 대부분 크게 줄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신차가 적은 제조사의 경우 보다 타격이 컸다. 특히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두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부족한 라인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2019년 자동차 시장은 소비 양극화와 기술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 10년간의 변화보다 최근 1년간의 기술 변화가 컸고, 이에 2018년 이전에 생산된 차량들의 경우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