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 크리스토프 히터 헤르메스 책임 이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사례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좋은 지배구조를 보유한 기업은 성과와 장기적 생존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중장기 투자문화와 자본시장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주주들이 기업 발전을 위해 건실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드는 데 목소리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부른 원인으로 꼽히는 ‘부재지주’에 대한 지적도 주목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류영재 회장은 “지배구조 이슈는 IMF 이후로 중요한 화두였다. 그동안에는 기업 거버넌스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고치는 데 급급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업의 장기적 번영을 만들 수 있는 기업 거버넌스 2.0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시 상황 지금 한국과 유사”

한스 크리스토프 허트(Hans Christoph Hirt) 헤르메스 책임 이사는 이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한국은 몇 년 전 독일이 겪은 도전과제와 유사한 상황이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한스 헤르메스 책임 이사는 “헤르메스에서는 많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스튜어드십 컨설팅을 제공한지 15년을 맞이했다”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떨어질 수 없다. 스튜어드십이 반드시 요구된다. 두명이 있어야 춤을 출 수 있는 것처럼 기업과 투자자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르메스는 영국계 자산운용사로 영국의 연기금 메인 소유주였다. 해당 금액은 442억달러 규모다. 한스 책임 이사는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자문활동을 하는 대상이 운용하는 금액을 보면 7814억달러”라고 설명했다.

한스 책임 이사가 15년 동안 겪은 스튜어드십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여러 연기금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55개 이상 연기금이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지속 가능한 금융을 위해 다양한 스튜어드쉽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금융액션플랜 등으로 의무 공시와 정보 공개 규제 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분류 체계도 구성됐다.

한스 이사는 “연금 펀드 이름을 쓰기 위해선 유럽 집행위원회에서 지정한 것을 지켜야 한다”면서 “유럽에서는 표준이 제정됐다.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투자, 현지 언어 사용‧문화 이해 등 ‘소통’ 중요

한스 이사는 아시아 주요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투자를 진행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시장과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모든 나라가 영국 같고, 모든 나라가 동일한 법, 제도, 기업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기업과 투자자가 소통하는 것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투자를 할 때에는 가급적이면 현지 언어를 사용하고 해당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한스 이사는 “아시아의 큰 특징은 기업의 지배구조다. 소수 주주가 지배력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 구조에는 의문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사외이사가 왜 필요하느냐라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다. 고위 경영진, 고위 이사 등과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와 제도 차이를 잘 이해해서 무엇인가를 기업게 강요하는 것보다 설득과 소통을 통해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도 필요한 요소로 꼽혔다.

한스 이사는 “투자자로 투자할 때 누구와 효과적으로 접촉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가족인지, 창립자인지 상대에 따라 적절한 소통이 필요하다.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하면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적극적 주주행동주의가 아니므로 공격적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스 이사는 또 “싱가포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효과적이었던 것은 투자자와 기업가가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은 점이 꼽힌다”면서 “전화 통화하는 것으로는 불충분 하다. 시간을 들여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