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세계의 뷰티 사업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H&B스토어 ‘부츠’는 실적 부진을 막지 못해 매장을 축소하고 있는 반면,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계속해서 매장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시코르는 국내 H&B스토어 중 유일하게 글로벌 뷰티편집숍 ‘세포라’와 경쟁상대로 언급되면서 뷰티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행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시코르 명동점. 출처=시코르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코르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홍대에 30호점을 열며 확장일로를 거듭하는 중이다. 지난 2016년 대구에 처음 문을 연지 3년 만이다. 이로써 올해 연말까지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겠다던 목표를 달성했다. 

시코르 홍대점은 사전 테스트 점포를 진행한 후 나온 매장이다. 홍대 지역의 특성 상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와 외국인을 중점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25~34세 매출 비중은 전 연령 대비 47.8%를 기록했다. 이는 40대 매출이 가장 많은 시코르 경기점(20.7%)에 비해 2배가 넘는 비율이다. 외국인 매출 역시 높은 편이다. 지난 10월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4.1%를 기록했고, 시코르 신세계 본점(97.9%)과 명동점(68.9%), 부산 센텀시티점(56.4%), 가로수길점 (43.9%)에 이어 상위 5위권에 드는 성적이다.

시코르가 매장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럭셔리 브랜드로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스’와 ‘맥’, ‘바비브라운’, ‘슈에무라’ 등 백화점 1층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를 매장에 입점시켰다. 올리브영과 롭스 등 중소기업 브랜드가 주로 입점해있는 H&B스토어와는 차별점을 둔 것이다.

▲ 세포라 2호점의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 출처=세포라

시코르의 안정화는 국내 H&B스토어 업계에서 환영받는 소식이다. 세포라가 꺾어야 할 상대가 바로 시코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콘셉트가 세포라와 동일하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국내 H&B스토어와는 제품의 가격부터 크게 차이가 난다.

매장 간 거리도 가깝게 위치해있다. 삼성동에 입점 된 세포라 1호점과 시코르 코엑스 스타필드점과의 거리는 직선 기준 약 280미터 정도다. 최근 오픈한 명동의 세포라 2호점과 시코르 명동점과의 거리도 약 300미터 정도로 매우 가깝다.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담당 김은 상무는 “K-뷰티를 알리는 한국형 편집숍의 원조 시코르가 오픈 3년 만에 30호점을 열었다”면서 “시코르 홍대점이 글로벌 고객들을 위한 뷰티 쇼핑 랜드마크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츠의 이대점 매장 전경. 출처=이마트

반면, 부츠는 지난해 34개에서 최근 15개로 몸집이 확연하게 줄었다. 부츠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017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야심차게 들여온 H&B스토어 다. 부츠의 하락세는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국내 H&B스토어와는 다르게 해외의 고가 브랜드와 생소한 브랜드를 차별화로 내세웠지만 제품의 구성이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의약품부터 화장품까지 아우르는 드러그스토어 개념인 영국의 부츠와 달리 국내에선 H&B스토어 성격이 더 뚜렷한 편이다. 또한 K-뷰티가 활성화 되는 당시 국내 중소 브랜드의 입점은 거의 없고 고가의 브랜드는 젊은 층의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힘든 애매한 위치였다는 평가다.

▲ 지난 9월 오픈한 부츠의 이대점의 매장 안의 모습. 출처=이마트

이마트의 전체적인 사업 재편의 영향도 있었다. 수익성 위주의 출점 전략을 택하면서 잘되는 브랜드는 키우고 그렇지 않은 곳은 축소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마트의 올 2분기 전문점 매출은 2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88억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2분기(160억원 적자)에 비해 28억원 적자 폭을 확대했다. 3분기 역시 전문점 매출은 2735억원으로 전년비 26.1% 올랐지만,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갔다.

▲ 신세계 뷰티사업의 부츠와 시코르 매장 현황추이. 출처=각 사

지난 2017년 7월 오픈한 부츠 명동점은 약 1년 후 문을 닫았다. 이후 그 자리에는 지난해 12월 삐에로쑈핑 6호점으로 재오픈했지만 이마저도 폐점을 검토 중이다. 부츠가 입점해있을 당시 명동은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80% 가까이가 들리는 대표 관광지다. 그만큼 해외 여행객에게 K-뷰티를 홍보할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과 홍보 효과는 충분했지만 그에 비해 성과가 부진했던 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시코르의 뷰티 어드바이저, 체험형 서비스 등은 최근 유행하는 뷰티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통했다”면서 “다만 세포라는 국내 뷰티 트렌드와는 거리가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고, 오프라인 매장도 점점 줄고 있어 소비자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