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은진 기자] 금융시장의 상품용어는 참으로 어렵다. 금융공학 용어라서 더 그렇다. 접근하기 조차 힘든 용어로 금융기관과 투자자간의 분쟁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당국이 직접 용어 순화작업에 나섰지만 초보투자자들과 소통하는데 여전히 괴리감은 크다. 대표적인 예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기업 분석 보고서'나 '펀드 투자 설명서'다. 여기에는 DLF(파생결합펀드), ELF(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위험을 지닌 증권) 등 한자어와 외래어가 뒤섞인 정체불명 용어들이 주를 이룬다.

초보투자자들은 처음 접해 본 금융용어를 이해하는데 지쳐 수익률만 보고 투자를 진행한다. 리스크가 큰 상품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원금손실이 난 사례가 없다는 판매처 애기만 철썩 믿는다. 그리고 돈을 잃는다. 

실제 올해 가장 큰 문제가 된 DLF 상품이 이 경우였다. 초보 투자자들 대다수가 과거 원금손실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떨어질 리 없다던 은행 말만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DLF는 원금손실이 가능한 고위험군 상품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됐던 DLF 상품은 독일 국채 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2% 이자를 보장하나 반대로 -0.2% 1BP(베이스포인트) 낮아질 수록 원금의 2% 손실이 나는 구조였다. 

구조가 어렵다보니 초보 투자자들은 상품을 이해하기보다 전문가를 믿었다. 이들은 과거 원금손실이 나지 않았다고 강조한 은행 때문에 가장 말미 비중 없이 표기된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냥 넘겼다.

믿었던 결과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높은 수익은 거녕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원금손실 사태를 겪었다. 이번 사건은 금융권에 대한 불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전문가들이 해준 말보다 본인이 상품을 이해해야 피해가 없을 거란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실제 DLF사태 이후로 이해하기 어려운 은행 사모펀드 판매 계좌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는 4만5147개로 6월 말보다 1만4368개(24.1%) 줄었다. DLF 손실을 낸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계좌가 이 기간 동안 각각 4783개(30%), 5553개(35.3%) 줄었다.

반면 쉽고 간단하게 설명된 상품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정해진 구간 ELB' 상품을 들 수 있다. 이 상품은 '월마다 구간이 리셋되면서 정해진 구간안에 있으면 수익을 준다'는 아주 쉬운 구조로 이뤄져 있어 초보투자자들도 이해하기 쉽다.  또 ELB가 원금보장형 상품이기에 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중도 해약만 하지 않으면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일도 없다.

정해진 구간 ELB 상품을 먼저 알아본 것은 투자자들이다. 11월 말 기준 이 상품의 발행액은 벌써 110억원을 넘어섰다. 정해진 구간 ELB 상품이 지난 10월 출시됐으니 불과 한 두달 만에 올린 성과다. 이 상품은 업계에서도 2년 만에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잘 만든 상품은 누가 봐도 좋은 모양이다. 

한 번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어떤 방법이 더 이득인지 안다. 그들은 이제 금융권의 용어 장난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투자방법도 다르다. 안 사면 그만이다. 이해할 수 있는 상품만 골라서 사면된다. 투자자들은 많은 실패를 잃고 간단한 논리를 배웠다. 투자자들이 만든 간단한 논리에 이제 업체들이 긴장할 차례다.

스스로 낮춰라. 투자자들은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라. 자본은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