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의 방향타 12월 12일 영국 총선

세계의 이목은 지금 영국으로 향한다. 소위 ‘브렉시트 담판 선거’인 12월 12일의 조기 총선. 총선 결과에 따라서, 2020년 1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이 결정된다.

집권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브렉시트는 시행된다. 하지만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브렉시트가 연기되거나, 상황에 따라서 취소될 수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현재 상황을 접전으로 분석했다. 브렉시트 강행을 추진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집권 보수당이 의회 의석 과반수 차지할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12월 초부터 지난 7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야당 노동당을 압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여론 조사는 보수당 지지율이 노동당보다 1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는 6%포인트 격차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결과에 대해서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 하원 전체 의석수는 650석. 이 중 보수당 298석, 노동당 243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석, 자유민주당 20석 등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접전 예상 지역구는 80-90개. 독자적으로 보수당이 과반수를 넘기면 브렉시트는 바로 시행이지만, 지금처럼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서 다른 당과 연대를 해야 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영국 총선에서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이루진 영국 내 선거에서, 18세-25세 유권자는 40-50%의 투표율을 보였다. 선거 결과가 자신의 일상에 미칠 영향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26일까지 등록된 이번 선거의 유권자 등록 결과는 달랐다. 젊은 세대 유권자의 등록률이 높았다. 26일 등록한 65만 9,000명 중 34세 이하가 70%. 당장 자신들의 진학과 취업, 결혼과 연결되는 선거인만큼 자발적 유권자 등록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영국 조기총선은 젊은 세대의 결단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유럽 경제 중심으로 도약하는 암스테르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를 규탄하며, 내심 프랑스의 도약을 기대했다. 영국 런던이 감당하던 유럽연합의 경제 수도를 프랑스 파리가 대체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파리가 런던 같은 금융 도시가 된다면, 프랑스는 비약적인 성장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럽연합 기업들은 프랑스 파리 대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선택했다. 인구 80만 명의 작은 도시 암스테르담이 런던을 대신할 유럽연합 경제수도로 부상한 것이다. 누군가 특별히 나서 암스테르담 유치 작업을 한 것이 아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한 것이다. 암스테르담으로 옮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어 사용 가능, 높은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도, 낮은 법인세. 네덜란드 법인세 25%는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도 낮다.

네덜란드 경제부 소속 외국인 투자기관(NFIA)는 최근 영국에 있던 기업 100개사가 네덜란드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 중 최소 65개사는 실제로 암스테르담에서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협의 진행 중인 기업들은 350개 정도라고 밝힌다.

영국의 선택을 주목하는 미국

12월 12일 영국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막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럽연합 내에서의 영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브렉시트를 거론할 때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는 영국에 대해서, 다른 나라들이 우호적일 수는 없다. 유로화 대신 독자적인 파운드를 쓰는 영국을 진작부터 유럽연합 국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어차피 나갈 나라라는 태도로 영국을 바라봤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선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강행을 지지하며, 존슨 영국 총리의 리더십을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존슨 총리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유럽연합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은 과거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별되는 행보로 난감한 적이 많았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의 대 중동 정책에 독일은 독자행동을 취하기도 했고,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되는 최근에는 메르켈 총리가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도 했다.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도 친러 정서를 가졌다. 지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접전을 펼쳤던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 대표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고, 마크롱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물적 공세에 감읍했다.

12월 12일 영국 조기 총선.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당의 승리를 희망하는 이유는 유럽에 밀착하는 중국의 전략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대일로를 통해서 유럽과 결합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이 약화되어야 한다.

나토 창설 70주년 런던 정상회담

브렉시트와 관련된 12월 12일 조기 총선으로 어수선한 영국.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런던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나토 창설 70주년 정상회담이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트럼프 뒷담화로 유명해진 이번 행사는 몇 가지 중요한 안건 처리가 있었다. 첫째, 미국의 나토 국방예산 22% 지분 2021년부터 16%로 축소. 둘째,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GDP 2% 수준으로 상향 조정. 셋째, 나토 회원국 각국의 갈등 노출. 넷째.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한 우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이 바로 중국 문제. 12월 4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런던 선언문에서,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중국 부상을 나토의 도전과제로 명시했다.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밝힌 것이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29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지금의 세계정세를 ‘도전의 시기’로 진단했다. 그리고 워싱턴 조약 제5조에 대한 약속을 지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만 공격을 받아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하자는 규정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강행 여부와 관계없이 작동 상황이다. 현재보다 작은 유럽연합은 과거와 같은 단결성을 보이기 힘들 것 같다. 이런 때, 미국이 유럽연합과 나토의 공적으로 중국을 규정한 것은 의미 깊다. 미중 패권전쟁이 유럽에서도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