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지난달 한·중·일 제약 산업이 나란히 미 FDA 시판 허가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1일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중국은 바이오 제약사 베이진이 개발한 항암제 브루킨사로, 일본은 시오노기제약의 요로감염증 치료제 '페트로자'로 각각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 진출에 필요한 허가증을 획득했다. 신약 강국을 향한 한·중·일 제약산업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총 7개의 신약이 FDA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지난 11월 한 달간 총 7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출처=FDA, 이코노믹리뷰

한중일 나란히 FDA 승인 획득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엑스코프리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 발작 치료제로 지난달 21일 미국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2001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혁신 신약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미국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엑스코프리는 정확한 기전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감마 아미노뷰트릭 산(GABAA) 이온 채널의 양성 알로스테릭 활성화와 전압개폐성 나트륨 전류의 차단을 통해 신경 세포의 반복적인 발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코프리는 12.5mg으로 시작해 2주 간격으로 용량을 조정해 복용하는 1일 1회 복용 경구제다. 총 6가지 용량을 1일 1회 복용할 수 있도록 판매될 예정이다. 엑스코프리는 단독 복용 및 다른 뇌전증 치료제와 함께 복용이 가능하다.

엑스코프리는 미국 관련 법 절차에 따라 최종 검토를 거쳐 내년 미국 전역에 출시될 예정이다.

▲ SK바이오팜이 지난달 26일 SK서린빌딩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美FDA 시판 허가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출처=SK바이오팜

중국 바이오 제약사 베이진은 외투세포림프종(MCL) 치료제 '브루킨사'로 미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최소 한 번 이상 다른 약으로 항암 치료를 진행해본 적이 있는 성인 환자를 위한 것이다. MCL은 림프절과 골수 등으로 전이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향후 브루킨사는 세엘진의 '레블리미드', 얀센과 애브비의 '임브루비카',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칼퀸스' 등의 항암제와 점유율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요로감염증 치료제 '페트로자'도 FDA 승인을 획득했다. 페트로자는 다른 치료 대안이 없거나 18세 이상 환자 중 그람음성균에 의한 신우염을 포함한 복잡성 요로감염증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페트로자는 감염질환인증제품(QIDP)으로 지정됐으며, 내년 초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QIDP로 지정되면 우선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동시에 미국에서 독점기간이 5년 연장된다.

혈액질환 치료제 강세

지난달 혈액질환 관련 치료제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레블로질, 아다크베오, 옥스브리타 등 총 3종의 혈액질환 치료제가 연달아 FDA 허가관문을 통과했다. 혈액질환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먼저 세엘진의 레블로질은 일명 베타 지중해 빈혈로 불리는 희귀 혈액 질환 치료제다. 베타 지중해 빈혈은 적혈구의 철 함유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감소시켜 체내의 세포에 산소를 전달을 방해하는 유전적 혈액질환이다.

레블로질은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 336명 중 112명의 위약 투여 임상결과에 근거해 허가를 획득했다. 레블로질 투여 환자 21%가 위약 투여 환자 4.5% 대비 수혈 감소율이 33% 더 높았다. 환자가 레블로질을 복용하는 일정 기간 동안 수혈하는 양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레블로질은 현재까지 FDA가 승인한 유일한 적혈구 성숙 제제로 세엘진의 단기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겸상 적혈구병에 걸리면 헤모글로빈의 분자구조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가 불규칙한 초승달 모양으로 변한다. 출처=homenaturalcure

레블로질과 달리 아다크베오, 옥스브리타는 겸상 적혈구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겸상 적혈구병은 주로 아프리카 적도 부근, 지중해 연안, 인도, 미국 흑인들에게 발병하는 유전질환이다. 겸상 적혈구병에 걸리면 헤모글로빈의 분자구조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가 불규칙한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고 혈중 산소농도를 낮춰 장기손상과 뇌졸중, 폐합병증 등을 일으킨다. 미국에서만 약 1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다크베오는 겸상 적혈구병을 앓는 16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혈관막힘에 따른 통증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

옥스브리타는 겸상 적혈구병의 근본 원인인 겸상 헤모글로빈 중합을 직접 억제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FDA는 옥스브리타를 가속 승인 절차를 밟아 빠르게 허가했다. 수많은 혈액 장애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