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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視]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나의 작품은 보석이다”
   
▲ 용문사 내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정현숙 작가 <사진:권동철>

단풍도 절정의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 풍경을 보러간다고 하지만 짧은 기간의 아름다움을 잠시 보여주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단풍의 이치를 감안하면, 그 절경은 차라리 나무가 허락하는 자만이 만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저녁부터 초겨울 비가 내리면 절경의 풍경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樹齡) 1,1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를 만나러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사(龍門寺)로 향했다. 정현숙 작가(JEONG HYUN SOOK,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교수)와 깔깔한 공기가 산 속을 맴도는 산사(山寺)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대화를 문답식으로 구성했다.

   
▲ Before and After, 130×13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9

-작품명제가 ‘역사에 빛을 더하다’이다. 서양화가 정현숙 작품세계에서 ‘빛’은 어떤 의미이며 작업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가.

생의 깊은 번뇌를 승화시킨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시(詩)를 가까이 두고 틈틈이 가슴에 새기곤 한다. 두보의 주옥같은 글귀들을 읽으며 나의 작품세계 ‘역사는 변화해도 빛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관계성과 연결 지으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내 작업에 있어 자개와 크리스털의 빛이 두보의 빛을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역사와 빛의 관계를 나름대로 표현해 보고자했다. 모든 역사에 빛을 더하면 인간에 대한 허무함도 묻히지 않을까?

-구상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근작엔 모노크롬적인 경향이 짙다. 계기나 의도가 있는가.

이전에나 지금이나 구상작업을 해야겠다, 비구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해왔다. 그동안 작업의 변화과정이 여러 번 있었지만 오랜 명제 ‘before and after’가 말해주듯 내용적인 면에서는 그대로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하는 작업의 조형성도 같은 뿌리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미니멀 컬러(minimal color)라는 것을 자꾸 강하게 느낀다.

   
▲ Before and After, 100×10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5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책상에 엎드려 사람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나를, 아버지의 고등학교 선배시던 정문현 화가에게 보내셨다. 방과 후에 당시 서소문에 있던 서울중·고등학교 미술교사이셨던 선생님께 그림을 배운다고 어린아이가 오빠들이 가득한 학교미술실로 쫄래쫄래 갔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재료로 크리스털, 자개 등을 운용하는데 ‘이것이 나의 작품이다’라고 말한다면….

나의 작품은 보석이다. 왜냐하면 보석이 갖추어야할 조건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품엔 역사성, 장인정신 그리고 빛이 존재한다.

-그림과 삶은 어떤 관계성이 있다고 여기는가.

작가는 일생의 많은 부분 즉 시간과 에너지를 작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작품에는 그의 삶이 투영된다. 나도 그렇다. 작가는 작품으로 표현된다.

   
▲ 정현숙 화백(ARTIST JEONG HYUN SOOK) <사진:권동철>

-작품에 영감을 선사한 사람이나 계기가 있는지요.

작업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은 조금 일찍 돌아가신 어머님이다. 역사의식, 두보의 인간 삶의 허무함 등을 어머니가 아끼던 자개농에서, 자개의 빛을 보았다. 그리고 미국 펜실베니아 미술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일본인 히토시 나카자토가 항상 내게 했던 말 중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작업을 찾으라.”는 말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의 생각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 그림은 나를 지탱하고 살아갈 힘을 준다. 마치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를 그려놓고 기원하듯이. 내게도 살아갈 힘을 달라고 작업을 하면서 늘 기원한다. 그 시대처럼 나에게 있어서 내 그림은 기원의 대상이다.

-용문사 천년은행나무와 단풍을 보면서 느끼신 소회가 있다면….

내 작업은 자연물을 재현하는 작업은 아니다. 그렇지만 천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은행나무와 잠시라도 함께 있고 싶었다. 나도 역사의 의미를 콘셉트로 다루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지만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게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 역사에 두보의 영원한 빛을 더 해주어야하지 않을까!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  kdc@econovill.com  |  승인 2019.12.04  14: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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