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지난해 화재 참사로 인명 피해를 낸 전자회로 기판 제조업체인 '세일전자'가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인수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4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세일전자의 채권자들이 유암코를 인수인으로 하는 세일전자의 M&A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였다. 

유암코는 세일전자의 M&A를 위해 총 256억원 규모로 투자를 단행했다. 유암코는 투자조건을 걸어 우선협상자로 나섰다. 법원은 우선협상자를 둔 상황에서 한 차례 공개매각 절차에 회부하는 스토킹 호스를 진행, 유암코를 최종 인수자로 선정했다.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유암코는 M&A가 완료 될 때까지 회사의 부족한 운전자금을 위해 24억원을 공급하기도 했다.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향후 회생가능성이 유암코의 투자를 끌어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세일전자는 메인보드 PCB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왔다. PCB(Printed Circuit Board)는 회로기판이다. 장치종류에 따라 일반 가전 PCB과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2차전지 PCB가 있다. 또 PCB는 자동차의 전자적 제어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세일전자는 PCB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유암코 관계자는 "M&A투자와 DIP금융 지원 후 회사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현재 회사의 법정관리인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정상화 의지도 투자판단의 요소로 삼았다"고 말했다.

유암코는 회사의 채권자들이 M&A에 찬성한 만큼 회사의 채무를 조기에 갚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세일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PBC(회로기판).  회사는 고 신뢰성 인쇄회로기판의 제조방법 등 모두 6개의 특허 및 출원이 있다. 사진=세일전자 홈페이지

◆ 유암코 뛰어든 '변경' 회생계획 M&A절차란?

유암코의 이번 M&A 투자는 세일전자의 기존 회생계획안을 변경하는 절차로 진행했다. 회사가 이미 한 차례에서 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세일전자는 지난 2016년 매출감소로 인천지방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회사의 당시 회생계획안 내용은 채무 1750억원을 1124억원으로 조정해 분할 상환 하는 것이었다.

채권자들이 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면서 법원은 회사의 회생계획을 승인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속 법정관리를 이어갔다. 회생종결을 하지 않았던 것.

회사는 이후 조정된 채무를 갚기 위해 비영업자산 매각하고 제1공장을 세일앤리스백(Sales&Lease back, 자산매각 후 재임대 방식)했다. 여기에 회사는 영업이익금으로 383억원을 마련해 채무를 갚던 중, 지난해 8월 제1공장 화재로 사망자가 여럿 발생하면서 합의금 지출 등으로 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세일전자는 인수예정자인 유암코와 종전 회생계획안의 채무를 다시 조정하고 M&A를 골자로 하는 '변경'회생계획안을 제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변경 회생계획안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조기종결을 하지 않고 상당기간 법정관리를 유지했던 것도 세일전자의 M&A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서울이나 수원과 달리 인천지역은 법정관리 기업이 많지 않아 법원이 법정관리를 조기 종결하지 않고 장기간 경영을 통제한다"며 "이같은 기업은 유동성 위기가 있을 때 새롭게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보다 기존 회생계획안을 변경하는 절차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변경 회생계획안을 이용, M&A를 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유암코 1000억원 재무안정펀드 얼마나 남았나...경기 서남권 회생 기업 투자 전망은

유암코는 이번 M&A에서 '유암코리바운스제이차기업재무안정펀드'을 재원으로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올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유암코에 따르면 이 펀드는 연말까지 약 70%가 소진될 예정이다. 

유암코는 경기 서남권에서 기술력 있는 법정관리 회사의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

유암코 관계자는 "경기 서남권 투자기업은 3년 전에 중장비부품 업체인 에스틸과 중소기업이 몇 곳 있었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발굴 예정이지만 전망 있는 법정관리 기업을 아직 못 찾았다"고 말했다. 

세일전자는 1989년 설립됐다. 스마트폰 PCB 시장 성장에 따라 2010년부터 5년간 약 1000억원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2000년 매출 112억원 2005년 274억원 2010년 728억원 2013년 1820억원으로 매출액의 정점을 찍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중국산 PCB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매출액이 급감했다. 매출 잠식에 더하여 2015년 회계 감사 시 한정의견에 따른 금융기관 여신 축소 등 유동성 위기 직면하여 지난 2016년 5월 인천지방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회사는 법원의 법정관리를 받던 중 지난 2018년 8월에 제1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등 회사는 수개월간 영업에 차질을 빚고 파산위기까지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