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포스코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재계 3위인 SK와 6위인 포스코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2015년 이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기업시민’을 앞세우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뜻이 맞은 결과다. 재계에서는 SK의 사회적 가치가 포스코를 비롯한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의 ‘사회적가치’·최정우의 ‘기업시민’ 협력 가시화

3일 포스코의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깜짝 등장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최 회장의 깜짝 등장은 SK와 포스코가 ‘착하게 돈벌기’라는 시대적·사회적 소명에 공감대를 형성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기업시민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혁신과 사회문제 해결이 동시에 가능하며,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많은 기업이 기업시민으로 거듭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한 사회”라며 “이 말을 쉽게 하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최정우 회장도 생각할 것이라 믿고 나도 믿는다”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행사장을 직접 찾아준 최태원 회장에 감사를 표하며 “포스코의 기업시민과 SK의 사회적가치가 서로 뜻하는 바가 맞아 오늘의 자리가 성사됐다”며 “포스코와 SK 두 기업의 노력이 합해지고 협력한다면 기업시민이 기업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혁신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두 회장은 주요 내외빈과 함께 포스코센터 경관조명 점등식에도 참석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포스코’의 의미와 실천 의지를 담은 조형물과 트리에 함께 점등하는 시간도 가졌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포스코

양사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계열사 사장 10여명이 동석한 가운데 회동을 갖고 두 그룹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 기업시민이 공유하는 점이 많아 SK와 상견례를 가졌다”며 “공통된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양사의 지속적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SK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노하우가 포스코로 전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스코가 SK의 ‘사회적가치’ 측정기준을 바탕으로 ‘기업시민’ 측정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 아울러 포스코는 SK와 같이 사회적가치 창출성과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2일 열린 SK그룹 미디어포럼에서 강동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상무는 “포스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과 SK 사회적 가치 개념은 비슷하다”며 “양사 회장단 회동 이후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큰 방향에서 공감하며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강 상무는 “포스코도 기업시민 측정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SK가 사회적 가치 측정 노력을 1년 전 먼저 했으니, 이같은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일종의 글로벌 표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기업이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협력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전세계 기업 ‘이윤’ 넘어 ‘가치’ 추구… 한국형 사회적가치 나올까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온실가스 감축 등의 환경 개선,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라 보면 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영속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의 양립이 필수조건이라 보고 2015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고용·납세·배당·환경·지배구조 등을 총괄해 화폐가치로 집계하는 사회적 손익계산서 ‘더블 바텀 라인’을 작성하고 있다. ‘측정할 수 있어야 관리가 가능하고, 진화·발전도 가능하다’는 최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는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도 50%를 사회적 가치로 채우기 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기업 권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포스코의 기업시민과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이윤을 내는 것에 기업의 역할을 제한하지 않고 사회 기여를 키워야 한다는 발상은 가장 큰 공통분모다. 

기업시민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포스코가 공생을 통해 회사를 둘러싼 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윈윈하며 지속정상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로 경제적, 사회적가치가 포함돼 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당시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선포, 지난 1년간 기업시민실 신설 및 기업시민위원회 설치, 기업시민 소통창구인 러브레터 운영,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활동 개편 등 다양한 기업시민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 숫자로 보는 기업시민 포스코. 출처=포스코

두 회사의 이 같은 구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존의 자본주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등장한 CSV(공유가치창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기업경영의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기업이 이윤 추구 활동만 열심히 해서는 영속할 수 없다는 반성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리셋(Reset)’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미국의 대표기업 CEO 181명은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인 기업의 목적을 넘어, ‘고객·직원·공급사·협력사·지역사회’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도 다르지 않다. 기업이 돈만 벌던 시절은 지났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 ‘기업시민’, ‘상생 번영’, 등 각자 사용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사회적 이슈 해결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SK는 중국 정부와 사회적 가치 창출 및 측정방법을 공동개발 하는 등 전 세계에 ‘사회적가치’를 전파해 글로벌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부터 시작한 최 회장의 경영이념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만큼, 포스코 등 국내 재계를 넘어 글로벌 기업에 전파되는 그림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에 관련내용을 측정하는 것이 명확하고 직관적이어야 할 것”이라며 “포스코와 SK를 통해 새로운 사례가 만들어지는 경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도 전파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