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금주에는 생명을 살리는 기술인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겨울철에는 추운 날씨와 큰 일교차, 적은 일조량 등으로 체온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성 심정지 등 심장 문제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높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이웃이나 가족을 위해 심폐소생술을 반드시 숙지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 밖에도 3D프린터로 손상된 근육 조직을 재건하는 기술과 임종의료 선호도를 높이는 '사전돌봄계획 의사결정지원도구'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심폐소생술의 힘, 생존율 3.3배 증가

갑자기 심장 기능이 멈춰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이 최대 3.3배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은 2006~2018년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사례 의무기록을 조사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를 목격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는 2008년 1.9%에서 2017년 21.0%, 2018년 23.5%로 증가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존율은 1.9∼3.3배, 뇌 기능 회복률은 2.8∼6.2배 높게 나타났다.

또 급성 심장정지로 병원에 이송되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3만539명으로 10년 전인 2009년 2만1천905건보다 38.4% 증가했다.

▲ 2018년 급성심장정지 발생 현황. 출처=질병관리본부, 소방청

남성이 전체 환자의 64%로 여성보다 많았다. 연령은 70세 이상 고령층이 51.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60대 16.5%, 50대 14.7%, 40대 8.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 어르신의 발생률은 2008년 40.4%에서 2013년 47.5%, 2017년 50.2%, 2018년 51.4%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급성 심장정지 원인은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 질병으로 인한 발생이 75.1%를 차지했고, 그 밖에 운수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발생이 24.2%를 차지했다.

발생 장소는 가정이 45.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도로·고속도로 7.7%, 요양기관 7.6%, 구급차 안 6.1% 순이었다. 발생 당시 일상생활을 하던 경우가 31.1%에 달했고, 치료 중 8.2%, 근무 중 5.4%, 여가활동 중 2% 등으로 집계됐다.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지난해 생존율은 8.6%, 뇌 기능 회복률은 5.1%로 10년 전보다 각각 3.4배, 6.4배 증가했고, 전년 대비 비슷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정문호 소방청장은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는 환자의 생존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신속히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난치성 근육 질환 치료 새 희망

인체 근육 조직을 3D프린터로 정교하게 구현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른바 '바이오프린팅'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우리 몸에서 손상되거나 결손된 근육 부위를 재건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김근형 성균관대 교수와 장철호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가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이용해 근섬유 다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바이오프린팅은 살아있는 세포가 포함된 생체적합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고유한 해부학적 특징과 생리학적 기능을 가진 조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특히 근육 조직의 경우 세포가 한 방향으로 배열된 근섬유 다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한 패턴을 구현할 수 없어 정렬된 근육 조직을 만들기 어려웠다.

▲금-나노입자가 포함된 콜라겐 바이오잉크를 이용한 근육 조직 제작 모식도 및 제작된 근육 조직 내 세포의 성장 및 성숙도. 출처=한국연구재단

이에 연구팀은 금 나노와이어를 이용해 콜라겐 바이오잉크 내에 포함된 지방줄기세포가 자라나는 방향을 제어하는 인공근육 제작방식을 제안했다. 원예용 지지대를 따라 식물이 뻗어가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배열된 금 나노와이어(지름 30nm, 길이 4500nm)를 따라 지방줄기세포들이 근육세포로 분화해 자라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근육세포는 초기 생존율이 90%를 넘어서며 대체조직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만들어진 인공근육을 길이 3cm, 너비 1cm가량의 외상을 입은 쥐에게 이식한 결과, 8주 뒤 실제 근육처럼 재생됐다. 연구팀은 노즐 이동 속도와 잉크 유량, 온도 등 복잡한 조건을 최적화해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고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나노와이어의 배열성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근세포 재생을 유도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난치성 근육질환 극복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종의 질 높인다

새로 개발된 사전돌봄계획 의사결정지원도구가 임종의료 선호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돌봄계획이란 환자가 의사를 밝힐 수 없을 상황에 대비해 미리 본인의 선호를 확인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본격화됐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연명의료에 대해 스스로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가 없다면 가족의 의사를 근거로 연명의료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환자의 의사와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전돌봄계획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은 사전돌봄계획의 이해를 돕는 의사결정지원도구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디오와 소책자로 구성됐다. 임종과정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과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은 사전돌봄계획의 이해를 돕는 의사결정지원도구를 개발했다. 출처=서울대학교병원

영상과 책자의 내용은 각종 문헌과 여러 종양내과전문의의 감수를 받았다. 윤 교수팀은 의사결정지원도구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실험군 104명에게는 연구팀이 개발한 비디오와 소책자를, 대조군 100명에게는 국립암센터에서 제작한 암성통증조절 관련 비디오와 소책자를 각각 제공했다.

2017년 8월부터 진행된 임상 결과, 1년 이내 사망이 예상된다는 가정에서 실험군은 적극적 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16% 줄었다. 반면 대조군은 1%만 감소해 실험군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연명의료 선호도는 실험군이 11%, 대조군은 1% 줄었다. 또 호스피스 선호도는 실험군이 18%, 대조군이 3% 증가했다. 의사결정지원도구는 불안이나 우울 등 심각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윤영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에 나서게 될 경우 자칫 의료비 절감 목적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웰다잉 상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돌봄계획제공을 급여화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