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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아세안 하늘길… 항공업계 “득 보다 실 커”싱가포르·브루나이와 직항 항공 자유화 합의
   
▲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과 직항 항공 자유화에 합의하면서 한~아세안 하늘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과 직항 항공 자유화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과 아세안 지역을 오가는 하늘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보이콧 재팬’으로 인한 일본 수요 감소와 과당경쟁, 환율 등으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가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늘길 확대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슬럿 확보가 어려운데다,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해당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외항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싱가포르·브루나이, 어느 공항에서는 무제한으로 직항 노선 개설 가능

   
▲ 출처=픽사베이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과 24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각각 직항노선 운항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직항 항공 자유와 협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해당 노선에서 운항도시, 운항횟수, 운항기종에 대한 제한이 사라질 예정이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이뤄지면 운수권 배분 절차가 사라지고 현지 공항 여건만 맞으면 어떤 항공사든 자유롭게 노선개설 및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운수권을 발급받지 못한 항공사도 어느 공항에서든 무제한으로 직항 노선을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오가는 항공편은 각각 주 4회와 주5회로 제한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국내 항공사들의 최대 관심사다. 생소해 수익성이 불확실한 브루나이와 달리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알짜 노선’으로 분류된다. 

실제 국토부와 한국항공협회가 제공하는 항공정보 제공 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싱가포르 여객수는 127만737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에는 지난해(122만명)보다 여객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각각 18회, 10회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제주항공이 유일하게 올 초 배분 받은 신규 운수권으로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주 4회 운항 중이다. 

국토부는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일본·홍콩 등 노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대체 노선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규 취항지가 창출됐다는 점에서다. 또한, 그간 진입하지 못했던 LCC에게도 취항 길이 열리면서 운임인하 가능성이 커져 소비자 복지가 증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김해공항 뿐 아닌 다른 지방공항에서도 수요에 따라 항공사가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된 만큼 ▲지역 거주민의 해외여행 편의 증진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지방 방문 증가 등도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5자유(상대국 경유 운방항식) 형태의 공급이 일부 증가해 항공사들이 새로운 방식의 운항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의 항공스케줄 선택권도 확대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항공업계 “운항 가능 항공사 제한적… 외항사 국내 진출 가속화 될 것”

   
▲ 출처=픽사베이

하지만 국토부의 기대와 달리 항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슬럿 확보가 어려운데다,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해당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외항사들의 국내 시장 진입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인천공항과 창이국제공항은 슬럿(운항 편수와 시간) 확보가 쉽지 않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이 비성수기에도 탑승률이 90%에 달할 만큼 여객수요가 많아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에도 한국과 싱가포르는 항공회담을 통해 김해~싱가포르 노선을 신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각각 주 7회씩 운항할 수 있는 운수권을 배분했음에도 불구, 제주항공만 현재 주 4회만 취항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내 LCC 의 주력기종인 보잉 737기종은 비행시간 5시간 30분 미만의 단거리 운항에 적합하다. 이에 중거리인 7시간의 거리인 싱가포르까지는 운항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진에어는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B777-200ER 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제재로 현재 신규 노선 취항이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도 중거리 운항이 가능한 737 맥스8 항공기가 있지만, 해당 기종은 안전 문제로 현재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다. 

에어부산만이 항공 자유화 협정을 계기로 내년 도입 예정인 차세대 항공기 A321 네오 LR을 통해 싱가포르 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싱가포르, 델리, 발리 등 중거리 노선을 개발해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루나이 또한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어 수요 확보가 불확실하다. 향후 부정기편을 통해 현지 수요나 분위기를 살필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해당 노선을 적극 확대할 필요성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역시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기존에 브루나이 운수권을 갖고 있음에도 노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번 합의로 국내 항공사들의 기회가 늘어난 동시에 상대국이나 제3국을 경유할 수 있는 ‘제5자유 운수권’이 확대됐다는 점도 항공사에겐 부담이다.

제5자유 운수권은 상대국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형태의 운항방식을 뜻한다. 예컨대, 싱가포르 항공사들이 싱가포르~한국~제3국, 싱가포르~제3국~한국을 오가는 노선을 만들어 운항하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한국~싱가포르~제3국의 5자유 운수권은 기존 주 10회에서 주 14회로 늘었고, 한국~제3국~싱가포르의 5자유 운수권은 주 14회로 신설됐다. 브루나이의 경우 제5자유 운수권이 주 4회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외항사들이 경유지인 싱가포르의 환승수요를 감안해 여객 영업을 하는 등 한국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국내보다 환승 수요가 많아 한국을 경유해 미주나 유럽 등으로 향하는 노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취항지를 늘려야 미래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협정이 국내 항공사에게 불리하게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승 수요가 많은 싱가포르 특성상 한국을 경유해 미주 등 제3국으로 들어가는 외항사들의 노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항공사는 더 큰 경쟁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19.12.01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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