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모바일 MMORPG 리니지2M. 출처=게임 갈무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대작 모바일 게임인 것은 분명한데,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느낌이 난다’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평가받은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M’를 만 하루 동안 경험한 느낌이다. 리니지2M은 출시 직전까지 기대감을 키웠다. 사전예약만 738만 건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사상 최고 사전 지표를 기록한 이 게임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밤 12시(27일 00시). 사전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이후 리니지2M 접속은 쉽지 않았다. 모든 신작 모바일 게임이 그랬듯 리니지2M에서도 병목현상은 나타났다. 3GB(기가바이트)를 육박하는 고용량의 패치를 받은 후 나타난 서버 선택창은 ‘빨간불’ 일색이었다. 이는 몰려든 게이머로 빚어진 혼잡한 상황을 방증했다. 사전 선점한 캐릭터가 있는 서버를 누르자 ‘대기열 1435’. 과연 ‘오늘 접속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7~10분 정도 지난 후 대기열, 병목현상 등은 점차 해소됐다. 리니지2M 서버 선택창 곳곳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신규 서버로 인해 접속이 쉬워졌다. 신규 서버로 나오는 오필리아6을 선택하자 곧바로 접속이 됐다. 이내 화면에는 긴박한 공성전 한가운데 속의 주인공으로 튜토리얼이 펼쳐졌다. 튜토리얼을 완수하자 캐릭터 선택과 함께 리니지2M 속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선택한 직업은 원작 리니지2에서도 강력한 대미지를 자랑한 ‘실버 레인저’로 가기 위한 엘븐 스카우트다.

추억의 청동 세트, 펄션은 어디로… 원작 감성만 존재하는 리니지2M

▲ 27일 0시 리니지2M에 높은 대기열이 발생했다. 출처=게임 갈무리

원작 PC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회상하며 시작한 리니지2M은 그 추억이 옅어졌다. 시작 지점인 말하는 섬에서 무급 ‘청동 세트’ ‘펄션’을 착용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험을 꿈꿨지만, 빨리 섬에서 추방하기 위한 NPC와 퀘스트 신경전만 벌였다. 심지어 엘프 종족인데도 시작 지점은 말하는 섬이었다. 리니지2M은 리니지2의 ‘감성’만 존재할 뿐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느껴졌다.

본토라고 불리는 글루디오 영지로 넘어와서도 이런 느낌은 지속됐다. 올 마훔 야영지부터 비탄의 폐허, 황무지까지 하나의 거쳐가는 포인트로만 다가올 뿐이었다. 각 지역마다 등장하는 특징적인 몬스터는 외형이 최신 그래픽으로 개선되면서 이질감을 더욱 키웠다. 퀘스트, 텔레포트, 보상으로 이어지는 동선만 반복했다. 다만 캐릭터 성장은 원작에 비해 월등히 빨랐다. 아마도 빠른 진행을 원하는 모바일 게이머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탓인 것 같다.

▲ 올 마훔 야영지에서 등장하는 올 마훔 병사. 원작 느낌은 남아있지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출처=게임 갈무리

이동 부분에서는 모바일 사용자를 배려한 부분이 감지된다. 리니지2M은 이동이 매우 간단하다. 퀘스트 동선에 따른 자동 이동 설정 혹은 텔레포트 기능으로 곧바로 거점으로 옮겨갈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텔레포트 비용이 무료지만 일정 레벨부터 아데나(게임재화)를 소모한다. 리니지2M은 이동부터 성장까지 ‘느림의 미학’이 존재한 리니지2를 그대로 옮겼으면 지루함에 시작부터 나가떨어지는 게이머가 속출했을 것이다. 모바일로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부분이 돋보였다.

또 엔씨소프트가 기술력으로 내세운 ‘충돌 방지 기능’도 일정 체감할 수 있었다. 작은 화면인 모바일에서는 이 기능을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퍼플’을 활용한 PC 화면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원작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이 기능은 심리스 월드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PvP(이용자간대결)를 더욱 전략적인 판단으로 이끈다. 캐릭터 겹침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볼 수 있는 인원은 PvP 전세를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리니지2M인데 왜 리니지M 요소가?

▲ 일종의 피로도 시스템인 리니지2M 아인하사드의 은총. 출처=게임 갈무리

리니지2M은 곳곳에서 리니지M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보인다. 당장 성장만을 위해 신나게 퀘스트를 달리고 있을 때 우측 상단에서 어디서 본 듯한 ‘아인하사드의 은총’이 나타난다. 바로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동일한 피로도 시스템이다. 아인하사드의 은총은 단계에 따라 경험치 및 아이템 획득 버프가 생기고 유지하기 위해 유료 결제가 동반된다. 리니지M의 핵심 BM(비즈니스모델)이 리니지2M에도 있는 것이다.

또 장착 아이템은 원작에서 등장한 그레이드(등급)이 삭제됐고, 아이템 강화 방식은 리니지M과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 클래스 카드는 변신 카드(리니지M), 아가시온은 마법인형(리니지M)과 판박이다. 심지어 클래스 카드 및 아가시온 ‘합성’부터 보유 패시브 효과인 ‘컬렉션’까지 리니지M의 BM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분명 리니지2M을 하고 있는데도 리니지M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다.

▲ 마치 리니지M 변신 카드와 흡사한 리니지2M 클래스. 출처=게임 갈무리

그래도 UI(사용자환경)과 UX(사용자경험)은 최고 수준으로 다가왔다. 직관적이고 편리성을 동반한 UI/UX는 리니지2M을 보다 간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자동 물약, 자동 정령탄, 액티브 스킬 사용 등 리니지M의 편의 기능들이 리니지2M에서 계승되고 진화했다. 모바일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한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니지2M은 리니지M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되살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부분 때문에 리니지M의 느낌이 더욱 나더라도 말이다.

만 하루 동안 플레이 느낌을 종합하면 리니지2M은 기존 리니지2를 경험한 게이머와 신규 모바일 MMORPG 게이머를 겨냥한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리니지2M은 지난 2017년 6월 리니지M에 몰린 ‘리니지류’ 게이머를 다시 끌어모으기 위한 성향이 더욱 도드라졌다. 특히 이 게임은 리니지M의 매출 영속성이 녹아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을 놓고 ‘모험’을 선택하기 보다 과거 리니지M 출시 시점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안전한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