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이 무색하게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하늘 높이 치솟는 중이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이 예정돼 있는 지역 27개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3주 째, 여전히 서울 강남 3구의 집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 단속이 심해지나 오히려 매매 호가는 높아진다", 서초구 반포동 

28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변동률에 따르면, 서초구 매매가는 0.14% → 0.16% 상승으로 상승폭이 커졌다. 오르는 폭만큼 공인중개업자들이 걱정하는 건 정부의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다. 기자가 서초구 반포동을 찾았을 때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다음에 오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가까스로 문을 열어준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은 거래 자체 단속이 심해서 취재를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대장주.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한강변이라는 이점이 크다고 말한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84㎡로 최고 36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84㎡ 매매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올해로 5년째 반포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하고 있다는 그는 "반포동은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반포역 바로 옆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84㎡기준으로 30억5000만~31억원에 거래된다. 10월 18일 KB리브온 시세에 따르면 '래미안 퍼스티지'는 84㎡가 27억25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불과 한달 새 3억원 이상 호가가 높아진 것이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시점에는 최고 가격이다"며 "앞으로의 가격이 문제일텐데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역과 제일 가까운 단지로 지역 대장주(지역의 시세를 이끄는 아파트 단지)로 꼽혀 왔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반포동 물건은 언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규제가 심해진다고 하면 오히려 물건 시세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반포동은 계속 오를 것이다"며 "지금 평당 1억원을 찍었고 그 이상으로 실제 거래된 건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하게 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반포동에 수요자들이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권 리서치 팀장은 "옆에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도 분양에 어려움이 있어도 분양 일정이 정해지면서 준공 과정이 진행 된다면 앞으로 3~4년 내 '래미안 원베일리' 상승으로 주변 단지가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강변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대치동의 대장주. '래미안 대치팰리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여기는 학군 수요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역을 나오자 맞은 편에 '대치우성 1차' 아파트가 보였다. 역 주변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여러 곳을 들어가봤지만 번번이 거절하기 일쑤였다. 래미안 대치팰리스 2차 사이로 들어가 학원가 주변 공인중개업소를 찾아갔고 한 곳에서 취재에 응해줬다. 

U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애들 학원 때문에 이곳에 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래미안 대치팰리스 1·2차'에 대해 물었다. 그는 "최근 거래된 30평 대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며 "최고 높은 호가는 29억원에도 나와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같은 평형 전세는 14억~15억원 선에 거래가 된다. 옆에 있는 '대치SK뷰'는 84㎡ 매매가 25억~27억원 선이다. 

분상제 발표 이후로 집주인들은 가격이 높아질 거란 기대로 물건을 거둬들여 현재 매물이 귀한 상황이다. '래미안 대치팰리스(2015년 9월 준공)'와 '대치SK뷰(2017년 6월 준공)'과 같이 구축 아파트도 동반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U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이후로 집주인은 지금 가격보다 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호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물건이 많지 않아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며 "학원가가 있기 때문이다"고 대치동은 학군 수요가 이끌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수요가 적더라도 물건이 적어 물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대치삼성' 아파트는 84㎡도 전세 12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그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11억원이었다"며 인근 전세가 급등한 점을 설명했다. 전세 물건이 나와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시세는 뛰고 있는 상황이다. 한달 전보다 문의는 뚜렷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급등한 시세에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 은마아파트.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대치동의 시세 오름세가 언제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에,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간이 어느정도인지는 몰라도 오름세는 조금 더 갈거 같다"며 "몇 개월 이상, 6개월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실수요자들을 잡는 꼴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건축 예정인 은마아파트에 대해 물었다. U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뚜렷하게 진행되는 건 없지만 장기적으로 갈 것으로 안다”며 "아직 조합도 만들어지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은마아파트 거래는 101㎡이 18억원 이상이다"며 "19억원까지 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 거래보다 전·월세 거래가 많은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여기다 집 사긴 애매하지만, 애들 공부 때문에 학군과 학원들 때문에 전월세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권 리서치 팀장은 "대치동은 학군수요다"며 "반포나 잠원동에 사는 분들도 애들 학원 때문에 대치동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고 학군수요를 설명했다. 대치동 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전세가는 "학군 수요도 최근 정시 확대를 한다고 하니 애들 때문이라도 전세든 매매든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 (왼쪽) 옛 한전부지인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아니어도 여긴 오른다", 강남구 삼성동

지난 26일 서울시는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부지에 짓는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에 건축허가서를 교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파트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개발 호재로 인근 아파트의 시세 변화가 있는 지 알아봤다. 

경기고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는 개발호재 아니어도 꾸준히 오르는 지역이다"며 "물건도 없고 위치도 좋으니 꾸준히 매매가는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삼성동 현대힐스테이트 1차'가 84㎡에 23억원 선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것도 언제 매수자들이 붙을 지 모른다고 한다. 그는 "물건 하나 내놓으면 일주일 안에 빠지는 게 삼성동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날 강남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값 상승에 대해 "지금 모든 돈이 강남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며 "오름세는 꾸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