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홍콩 이중상장 6.3% 급등 개장

11월 26일 화요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이중상장해서, 공모가보다 6.3% 급등한 채 개장했다. 알리바바의 공모가는 176홍콩달러였는데, 거래는 11홍콩달러나 높은 186홍콩달러로 시작했다. 성공적인 홍콩 증시 상장이었다.

알리바바 급등 상장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전 공모 신청률이 42.44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알리바바는 개인투자자 배정 주식을 3,750만주에서 5,000만주로 늘렸다. 홍콩에 이중상장하는 5억 주의 10% 물량이었다. 알리바바의 오전 9시 30분에 홍콩 증시 개장 거래액은 16억 2,400만 홍콩달러(2,430억 원). 오전 11시에는 개장가보다 1.9 홍콩달러가 상승한 187.9 홍콩달러. 공모가 대비 11.9 홍콩달러 상승이었다. 거래액은 87억 300만 홍콩 달러에 이르렀다.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 증시 상장에 이어 5년 만에 두 번째 홍콩 상장. 이번 알리바바의 상장 규모는 880억 홍콩달러(13조 2,160억 원)은 올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배차 사이트 우버테크놀로지의 81억 달러(9조 5,200억 원)의 1.5배 수준. 세계 최대.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은 지난 8월에 처음 시작된 일. 그러나 6월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연기. 그러다가 지난 11월 24일 치러진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한국 지방의회 격) 선거가 끝난 뒤 바로 재개.

알리바바는 유방보험 이래 9년 만에 홍콩 증시에 상장된 대형 IPO. 알리바바는 이중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배송서비스, 동영상 사이트 이용자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투입할 예정. 텐센트와 함께 중국 양대 정보기술(ID) 기업인 알리바바가 상장되면서, 사회불안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홍콩 경제는 모처럼 활기를 띄게 되었다.

 

‘행정장관 직선제’ 동력, 11.24 홍콩 구의원 선거

지난 11월 24일 일요일 실시된 홍콩 구의원 선거. 하루 뒤 25일 월요일 선거 결과가 나왔다. 유례없는 야권의 압승. 지난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예외 없이 구의회를 장악했던 친중 ‘건제파’가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중국 송환 반대 운동이 만든 결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18개 구의 선거구 452곳 중 범민주파는 388석 획득해서 구의회의 약 86%를 장악. 반면 건제파는 60석(13.3%)에 그쳤다. 2015년 선거에서는 458석 중 건제파가 327석, 범민주파가 124석이었다. 한 마디로 선거혁명.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다수당이 된 범민주파. 범민주파는 홍콩 민의가 반영된 선거는 ‘이제부터라도 우리 스스로 지도자를 뽑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절대적으로 지지해 온 친중 ‘건제파’ 현역 의원들은 사실상 전패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중국 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한 홍콩 언론의 평가는 크게 2가지.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민의를 반영하려는 바람이 담긴 결과라는 것과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끈 시민단체 대표들이 의회에 대거 입성했다는 것.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정치 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과 비슷한 상황. 향후 홍콩의 변화가 어떨지 주목된다.

 

중국 정부의 미국 대사 초치 “내정 간섭 금지”

지난 11월 26일 화요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중국 외교부 정쩌광(鄭澤光) 부부장(차관)의 주중 미국 대사 초치를 보도했다. “홍콩 문제에서 손 떼고, 중국 내정에 간섭 말라.” 장쩌광 부부장이 테리 브래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에게 항의한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1주일 사이 미국 대사를 2번 불렀다. 첫 번째는 지난 주 미국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홍콩인권법안’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 이번 두 번째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가 궤멸하는 대참패 결과에 미국이 영향을 끼쳤다는 불만 표현. 중국 송환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에 미국 정부가 다양한 형태로 도움 줬다는 것.

정쩌광 부부장은 브랜스태드 미국 대사에게 “홍콩은 중국의 홍콩으로 홍콩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내정에 속한다. 어떤 다른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미 의회의 소위 ‘홍콩인권법안’이라는 것은 중국 내정에 공공연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쩌광 부부장은 이 같은 미국의 행위는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것(指鹿爲馬)”과 같다며, 미국이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에 난동을 일으키는 세력의 폭력 범죄 행위를 종용, 지지해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쩌광 부부장은 “중국은 미국이 정세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잘못을 즉각 바로잡아 ‘홍콩인권법안’이 정식 법안이 되는 걸 저지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홍콩 문제에 대해 어떤 손도 쓰지 말 것이며 중국 내정을 간섭하는 언행도 멈추라”고 말했다.

 

홍콩의 미래 중국의 미래

범민주파의 압승으로 끝난 홍콩 11.24 구의회 선거. 선거를 앞두고, 중국 송환 반대 운동이 극렬할 때, 세계 언론은 과연 중국 정부가 언제 홍콩에 강력한 공권력을 투입할 지에 주목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 정부는 끝까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을까? 홍콩이 가진 경제적 가치 때문이었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홍콩은 철저한 자유 시장 경제체제를 견지하고, 3차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높은 대외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의 국제금융 중심지와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서, 중국 본토와 긴밀한 경제 통합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홍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국이 무력으로 진압하는 순간, 홍콩은 아시아 국제금융센터의 위상을 잃는다. 외국 자본이 홍콩을 이탈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홍콩을 거쳐 간접 투자를 받는 중국 경제는 타격을 입는다.

홍콩은 중국의 뜨거운 감자이다. 압박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조심스럽게 홍콩 문제에 접근한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의 결과로 압승을 거둔 선거와 함께, 그 분위기가 중국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염려한다.

지난 26일 화요일의 알리바바 이중 상장과 중국 정부의 미국 대사 초치는 11월 24일 일요일 구의회 선거 결과를 희석시키는 일이다. 홍콩 증시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구의회 선거는 미국 정부의 간접 지원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폄하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강력한 공권력 투입이 어렵다. 그럼 중국 정부는 어떻게 홍콩을 조율할까? 바로 시간의 힘이다. 11.24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송환법 반대 시위 세력은 더 이상 시위의 구실을 찾을 수 없다. 범민주파가 구의회를 장악했다고 해도, 독자적인 홍콩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결국 버티는 중국 정부의 뜻대로 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