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주목된다. SK바이오팜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 1999년 SK케미칼 한국 신약 1호 ‘선플라주’ 시판 허가 획득. 20년 후인 2019년 SK바이오팜 신약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 획득.

SK그룹 계열사가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주)와 SK디스커버리를 필두로 다방면의 제약바이오 다양성을 확보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꾸준히 키우고 있다.

최종현 선대 회장부터 이어진 투자 ‘결실’

SK의 제약바이오 부문 사업은 최종현 선대 SK회장의 뜻을 이어 받았다. 최종현 회장은 당시 그룹 주력 산업이었던 섬유산업이 사양될 것으로 판단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 당시 내려진 결론은 단기간에는 결실을 맺기 어려운 제약사업이었다. 제약산업에 진출을 결정한 최종현 회장의 안목은 약 30년이 지나 최태원 회장의 뚝심을 통해 증명됐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제약 산업에 진출할 당시 여론 등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왜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 사업에 진출하느냐’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인식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이 의약품 다수를 차지하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일반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제약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질타를 많이 받았었다”면서 “제약 업종이 중소기업용 업종이라는 이유였다.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글락소,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가 있었다. 한국에서 신약 개발이 가능하리라고 생각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1호 신약 선플라 주 제품 모습. 출처=SK케미칼

SK 신약개발 역사는 1999년 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 선플라주 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케미칼과 SK제약은 당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김노경 교수 연구진 등 한국 공동 연구진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보건 의료 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국 최초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1999년 6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선플라는 1990년 5월부터 개발이 시작돼 9년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탄생했다. 한국도 신약을 개발한 기업이 있는 국가가 된 것이다. SK는 기업적인 측면에서 수익성 측면만 따져본다면 당장 중단해도 무관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선대 회장의 의지를 이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끊임없는 투자의 결실은 SK바이오팜에서 맺혔다. 2011년 설립된 SK바이오팜은 신약 R&D를 지속, 마침내 올해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에 대해 의약 선진국인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SK바이오팜은 성공률 약 7%인 신약을 개발한 기업으로 도약했다. 업계 전문가는 “신약 개발과 관련해 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근처에 SK 대덕 연구소가 있었다”면서 “결국 SK바이오팜이 자체적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FDA 신약 허가 획득, 직접 판매까지 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다양성이 SK 힘

SK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지주회사 SK(주)를 필두로 SK바이오팜, SK팜테코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도하는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을 담당하고 SK팜테코는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를 맡았다. SK케미칼은 전문의약품(ETC) 및 일반의약품(OTC) 사업을 진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FDA 시판 허가 신약 2개를 보유하고 있다. SK팜테코는 한국, 미국, 유럽에 있는 대규모 CDMO 기업을 확보, 2025년 이후까지 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 제품 모습.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R&D‧생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SK케미칼로부터 분할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등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의약품이라는 부문 아래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업에서 SK의 각 기업은 역량을 내보이고 있다.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SK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맞물리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SK 같은 기업이 동종 업계 포진하고 있으면 든든하다”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SK가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은 2013년 과민성 장 증후군 치료제 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면서도 독자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은 현재 공동으로 진행하는 R&D 사업이 없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오픈이노베이션 추세를 미루어보아 두 기업은 또 언제, 어디서든 맞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신약개발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