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연구진이 미세먼지 노출 그룹에서 난청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술을 마시지 않지만 지방간이 있다면 식이습관을 살펴봐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음식으로 섭취하는 지방도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세먼지, 난청 원인 부각…최대 28% 증가

24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가 노출된 그룹에서 유모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난청 위험이 최대 28% 증가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실험동물로 주목받고 있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배아상태의 제브라피쉬에 다양한 농도의 미세먼지를 노출시킨 뒤 시간대를 구분해 유모세포 손상을 관찰했다. 연구결과 7일이 경과한 비교군에서는 약 13%의 유모세포 감소가 있었으며 10일 동안 미세먼지에 노출 된 경우 최대 28%까지 손상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유모세포는 소리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유모세포가 손상될 시 난청으로 청력에 문제가 발생하며 한번 손상이 일어난 유모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신체기관이다.

수년 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미세먼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할 만큼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건강과 관련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실험은 미세먼지가 인체의 중요 감각기관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도를 밝혀낸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인체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가 난청을 유발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서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제브라피쉬의 심박수를 포함한 배아세포 독성과 제브라피쉬 유모세포의 손상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원인관계를 규명했다.

최준 교수는 “미세먼지가 유모세포의 손상에 영향을 미쳐 난청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제브라피쉬 연구로 청각 이외에 심박수 감소 등의 문제도 함께 관찰됐다. 추가적인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술 안 마시는데 지방간? 식이습관 살펴봐야

식습관이 비알코올 지방간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방간에서 술이나 운동 이외에 식생활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고은·김영선,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 연구진은 2011년 건강검진을 받은 1190명을 대상으로 식품섭취 빈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들 모두 B형 및 C형 간염 환자가 아니고 알코올 소비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연구결과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이 증가한 반면 단순하게 먹는 식사 습관을 가진 사람은 위험이 감소했다.

지방간은 간에서 지방 비중이 5% 이상인 상태다. 단순 지방간은 성인 10명 중 3명 정도로 흔하며 대부분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장기간 방치해 염증이나 섬유화가 진행되면 간경변과 드물게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 지방간은 20% 정도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조금만 마셔도 지방간이 나타나는 ‘비알코올 지방간’이 대다수다. 주로 과체중과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36가지 음식의 1년 동안 섭취한 빈도를 조사해 ▲전통식 ▲서양식 고탄수화물 ▲간단한 식사 패턴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을 빈도수로 5개 그룹으로 구별했다.

▲ 전통식과 서양식 고탄수화물식, 간단한 식사 분류. 출처=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 전통적인 식사습관과 간단한 식사습관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 출처=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연구결과 1190명 중 331명(27.8%)이 비알코올 간질환으로 진단됐다. 전통식 식이습관을 가진 패턴에서는 가장 빈도수가 높은 그룹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비알코올 지방간 위험도가 무려 85% 높았다. 간단한 식사 빈도가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41% 위험도가 낮았다. 서양식 고탄수화물의 식사 패턴은 의미있는 결과를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지방간 환자에게는 에너지 섭취량 25% 감량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을 피하라고 권장했다. 개별 식품군을 조합하고 분석해 식이 습관에 따른 비알코올 지방간의 발생 위험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잘 밝혀져 있지 않았다.

소화기내과 정고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식이습관에 따라 비알코올 지방간의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통한 무리한 체중 감소가 아닌 적절한 식이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영양학(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지방, 혈중 콜레스테롤 높일 수 있어

2015년 미국 식생활지침 자문위원회(DGAC)는 기존 하루 300㎎으로 제한하던 콜레스테롤 섭취 권고 조항을 삭제했다. 음식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거나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연구진이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고위험군은 음식 섭취를 통해서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 연구진은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5년)에 참여한 19세 이상 65세 이하의 성인 1만 68명과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에 참여한 40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9652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이상지질혈증이 있을 때 하루 300㎎ 이상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한 그룹의 총 콜레스테롤은 204mg/dl로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사람 200.1mg/dl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심뇌혈관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117.1 mg/dl로, 300㎎ 미만 섭취군의 111.7 mg/dl보다 높았다.

연구진이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흡연유무, 음주여부, 운동량, 총칼로리 섭취량, 식이섬유 섭취량, HDL 콜레스테롤, 이상지질혈증 약물복용 여부 등 혼란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콜레스테롤 섭취가 증가함에 따라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연속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지질혈증이 없으면 콜레스테롤 섭취가 늘어도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다.

평균 9년간의 추적조사 결과도 이상지질혈증과 함께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는 그룹은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많이 상승하는 경향을 유지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해도 몸에서 자연적으로 합성을 조절하므로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은 음식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한국은 영양소 중 탄수화물 섭취가 가장 많은데 이번 연구에서 이상지질혈증이 있더라도 탄수화물 대신 좋은 지방인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방 섭취를 무조건 줄이기보다 적정량의 지방을 가급적 좋은 지방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교수는 또 “최근 한국 만성질환 중 가장 급격한 증가 추세인 이상지질혈증의 관리를 위해 올바른 식사 지침을 마련하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유럽 영양학회 국제 학술지 ‘유럽 영양학(European Journal of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