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는 정유 업체 중 고도화설비를 갖추거나 갖추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의 고유황 선박유(High Sulphur Fuel Oil·HSFO) 규제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설정 날짜가 임박해오면서 IMO 규제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한편 규제효과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IMO 규제가 우려를 불식시키며 주가 상승을 견인할 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IMO 2020 환경규제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조치로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산성비를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하나인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22일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정제관련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고유황유는 대개 벙커C 제품군으로 벙커C 수요의 60~70%를 차지한다”면서 “세계 벙커C 수요가 IMO 2020 규제시행과 함께 40~50%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유황유인 등경유 수요는 최대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도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중질유 등 중간제품을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설비 비중을 높여왔다. IMO2020 시행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되는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 급등으로 매출이 껑충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정유 업체 중 고도화설비를 갖추거나 갖추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2017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증설 중에 있으며 내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하루에 약 4만배럴 규모의 경질유와 저유황유 생산이 가능해져 늘어나는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도 4조8000억원이 투입된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의 정상가동으로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IMO2020 효과에 따라 정제·윤활기유 마진의 구조적 상승세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IMO2020이 불러올 벙커C의 폭락은 고도화설비의 채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고 이미 배럴당 30 달러 가까이 확대된 휘발유와 벙커C간 간격은 에쓰오일의 RUC·ODC 고도화설비 100% 가동시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강세(단기 수급 불일치)를 보였던 벙커C의 가격과 마진이 빠르게 하락했다”면서 “결론적으로 경유 마진 약세에 따른 정제마진의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이 IMO 2020 규제 시행을 앞두고 정유 업종에 대한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벙커C 수요가 IMO 2020 규제시행과 함께 40~50%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국투자증권

다만 일각에서는 IMO2020에 대한 기대가 과하게 부풀어있다는 지적과 함께 IMO2020 효과가 2년 내외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MO2020의 선제적 수요와 동절기 효과로 정제마진은 개선되겠지만, 중국의 가동률 상승, 선박용 경유 수요는 전체 석유 수요의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이 정제마진 개선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수요부진도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황유 가격 급락에 따라 선사들이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스크러버(배출가스 정화시스템) 설치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IMO2020가 경유 수요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연간 4%가량의 정유공급과잉이 2023년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