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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전쟁의 시대①]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치열한 ICT 패권경쟁의 민낯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전쟁에서 2등을 위한 자리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활약한 미군 최후의 5성 장군 오마르 닐슨 브래들리(Omar Nelson Bradley)의 말이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2등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이 말은 격전의 화염을 뚫고 찬란한 영광을 거머쥔 한 노병의 자만과 비정함을 보여주지만, 사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도 들린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형태의 전쟁은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우리는 여전히 미국 최후의 5성 장군이 내뱉은 격언의 끝자락에 갇혀 있다.

▲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시대를 산다. 출처=갈무리

총과 미사일에서 자본과 기술로
역사시대의 전쟁은 지배자의 욕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대의명분과 정도, 정의'라는 외피를 걸쳤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역사시대 전쟁은 결국 지배자의 욕망과 열망에서 비롯됐다. 더 넓은 땅을 가지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을 지배하고 싶다.

변화는 돈의 시대가 열리며 벌어졌다. 프랑스 혁명을 거치고 부르주아 시민계급이 부상하며 본격적인 자본주의 시대가 열리자 전쟁의 동기가 다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지배자의 욕망은 약간의 확장을 거쳐 소수 자본주의 계급의 열망이 되었고, 이는 본격적으로 자본에 의한 전쟁의 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한다. 캐나다의 역사학자인 자크 파월은 저서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를 통해 나치즘과 파시즘의 기원을 설명하며 "전쟁은 자본가들과 특권층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벌어지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말이다.

다만 2019년의 끝자락을 지나 2020년으로 향하는 지금, 자본과 함께 새로운 전쟁의 도구가 부상하고 있다. 피와 죽음을 매개로 파괴의 향연을 '창조'하는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총알이 수행하던 자리를 자본과 함께 ICT 기술이 채우고 있다. 누가 더 강력한 ICT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가. 자본만으로 행해지던 경제전쟁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ICT 기술을 무기로 삼은 전쟁은 시간과 공간은 물론, 국경의 개념까지 무색하게 만드는 원초적 공포의 현장이다. 예전에는 총과 미사일로 상대방을 무찌르고 억압했다면, 이제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ICT 기술로 상대방을 식민지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과 웨어러블 기술력은 등장과 동시에 모든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곳은 무한한 영광과 함께 1등의 자리를, 그렇지 못한 곳은 자기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경험과 함께 의미없는 2등의 자리로 밀려 1등을 위한 '화수분'이 된다.

▲ 대결의 시대다. 출처=갈무리

국가주의, 그리고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싸움
현재 벌어지고 있는 ICT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국가 중심주의적 관점이 강하다는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서 시작된 기술전쟁이 한 국가의 야망에 투영되며 말 그대로 나라 대 나라의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주도로 도광양회를 지나 대국굴기의 외교적 방침을 세웠고, 그 선봉으로 기술굴기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때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중국이 100년의 역사를 넘어 G2 반열에 오른 후 '기술'이라는 여의주를 물고 승천을 꿈꾸는 셈이다.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비상하는 용의 앞 발에는 화웨이로 통칭되는 예리한 발톱이 선명하다. 그러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기술굴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에 관세폭탄을 던지는 한편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을 매개로 전쟁을 거듭하는 장면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ICT 전쟁이 단순히 몇몇 나라의 민간시장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전쟁으로 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연장선에서 특정 국가는 정치적, 경제적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기술전쟁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는 분위기도 연출하기도 한다.

한일 경제전쟁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일본 정부는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길을 강하게 제어하며 소위 한국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민간의 기술전쟁이 경국 국가와 국가의 신경전 일부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미국과 유럽의 ICT 전쟁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미 실리콘밸리의 기술패권을 100% 용인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며, 구글과 페이스북 및 애플에게 시장 반독점 규제를 도입해 크로스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에 대비해 미국도 유럽에서의 ICT 영토 넓히기에 속도를 내며 맞서고 있다. 이는 국가와 국가의 전쟁으로 봐야 한다.

기술전쟁이 기득권과 비 기득권의 충돌로 벌어지는 장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자산을 두고 벌어지는 전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를 자체 기축통화로 삼으려 노력하고, 기존 달러 등 기축통화를 가진 이들은 리브라를 두고 발 빠른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전투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세계를 휘감은 기술전쟁의 흐름이 국가주의 성격을 보이며 모든 '전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이와 함께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전투에도 기술은 핵심적인 무기가 되어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시대를 살고있는 셈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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