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국내 ICT 업계에서 합종연횡은 물론, 하나의 진영을 이뤘던 이들이 갈라져 새로운 도전을 타진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유가 뭘까?

왜 뭉치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시장의 업황이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 경우도 있고 정무적인 판단으로 결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3의 적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브로맨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전격적인 동맹을 결성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내세웠다. 단기적으로는 카카오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SK텔레콤의 통신 인프라에 녹아드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회사가 글로벌 전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인과 야후재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ICT 대기업의 세계정복이 거침없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제 3의적으로 두고 일종의 합종연횡을 펼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삼별초 발언에 잘 드러난다. 그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구글 제국주의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구글이라는 인터넷 제국에 끝까지 저항하는 네이버가 삼별초처럼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거론한 삼별초는 고려 무신정권 시절 몽고의 침략에 끝까지 버티며 항쟁했던 특수군이다. 구글이 마치 몽고제국처럼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평정하는 과정에서 네이버가 끝까지 토종 플랫폼의 입지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의 동행은 OTT 중심, 스트리밍 중심으로 콘텐츠 환경이 급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SK텔레콤은 전통의 콘텐츠 강자인 지상파의 손을 잡아 5G는 물론,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CJ ENM과 넷플릭스의 만남도 큰 클에서는 콘텐츠 합종연횡 및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연합군으로 봐야 한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연합은 다소 이색적이다. 이들은 치열하게 대립했으나, 사실상 접점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혁신을 위해 택시업계의 품으로 달려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러나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가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상황에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만큼, 역시 제 3의 적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왜 갈라지나
한 때 동맹이었으나 지금은 갈라진 이들은, 시장의 팽창에 따른 영향이 크다. 당장 게임업계의 경우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다만 LG유플러스와 KT의 원내비 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말 그대로 진영논리에 따른 현상이다. 결국 시장이 커지며 핵심 플레이어에 대한 원심력이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합종연횡은 각자의 상황에 따른 정무적 판단이 큰 역할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