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2019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애브비의 '린보크' 부스. 출처=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68조 류마티스 시장을 겨냥한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졌다.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류마티스 학회인 'ACR 2019'는 그야말로 류마티스 치료제의 각축전을 방불케 했다. 애브비, 화이자, 일라이 릴리 등 류마티스 치료제 강자들이 총출동해 현재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의 효능 및 강점을 뽐냈다.

ACR은 류마티스 관련 질환 치료를 위해 1934년 설립된 단체로, 매년 정기적으로 류마티스 치료의 최신 동향을 공유한다. 올해도 40여 개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현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류마티스 질환에 사용되는 다양한 치료제를 소개했다.

68조 류마티스 시장 잡아라

류마티스 질환은 자가면역에 의해 관절, 연골, 뼈 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건선성 관절염, 소아 특발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루푸스 등이 이 질환에 해당된다.

류마티스는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치료 비용이 높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류마티스 치료제 시장 규모는 581억달러(68조 2965억원)에 이르렀다. 항암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은 줄여서 '류마티스'라고 부를 정도로 전체 질환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건선(25.6%), 건선성 관절염(5.9%), 강직성 척추염 및 특발성 관절염(3.6%) 순이었다.

▲류마티스 질환 시장규모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2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ACR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은 42개 초록이 제출된 애브비의 '린보크'(성분명 우파다시티닙)다. 애브비는 린보크의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 관련 5가지 주요 임상과 강직성 척추염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경쟁사 화이자는 혁신 신약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의 소아 특발성 관절염에 대한 임상 3상 데이터로 응수했다. 이 밖에도 ▲로슈 '악템라'과 '리툭산' ▲존슨앤존슨 '심퍼니'와 '스텔라' ▲사노피 '케브자라' ▲노바티스 '코센틱스' 등 다양한 류마티스 치료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세대 휴미라 등장

애브비는 ACR 2019를 통해 차세대 휴미라로 불리는 '린보크'(성분명 우파다시티닙) 띄우기에 나섰다. 린보크는 지난 8월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으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인산화효소(JAK) 계열의 치료제다. 현재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소아 특발성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건선, 강직성 척추염 등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애브비는 이번 학회에서 강직성 척추염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를 발표했다. 린보크는 187명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애브비는 연 매출 200억달러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의 대체 품목으로 린보크를 적극 밀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휴미라도 오는 2022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매출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휴미라와 비교 임상을 통해 우위성을 강조하는 제품이 늘고 있으며, 휴미라보다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바이오시밀러까지 등장하면서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다. 애브비가 린보크와 같은 차세대 휴미라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린보큐의 SELECT-COMPARE 임상 데이터. 출처=한화투자증권

신재훈 연구원은 린보크가 차세대 휴미라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5개의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 데이터 세트를 통해 MTX 없이 투약했을 경우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기존 TNF 계열 약물과 직접 비교해도 우월한 결과를 도출했다"며 "3400명의 환자에게 투약해 안전성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애브비는 린보크 외에도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TNF 계열인 'ABBV-3373'과 BTK·JAK 이중 기전인 'ABBV-599'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TNF 계열의 ABBV-154는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애브비는 류마티스 치료제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휴미라뿐만 아니라 린보크의 뒤를 이을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벌써 매출 18억달러

세계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자는 이번 학회에서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 '젤잔즈'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임상 3상은 225명의 소아 특발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젤잔즈는 위약 대비 44주 차에 질병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며 1차 평가지수를 충족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젤잔즈의 적응증 추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젤잔즈는 화이자를 류마티스 치료제 시장의 강자로 이끈 혁신 신약이다. 2012년 11월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젤잔즈는 지난 6년간 15만2000명의 환자에게 처방되면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아울러 궤양성 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등으로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처방 영역을 키우고 있다. 거듭된 임상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정성을 증명한 젤잔즈는 지난해 매출 약 18억달러를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라섰다.

▲젤잔즈 적응증별 과거 매출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화이자는 젤잔즈와 더불어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구축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바이오시밀러로 인플렉트라, 룩시엔스, 아브릴라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판권을 이전받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나머지 제품은 특허 문제로 인해 출시 시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연구원 "화이자는 암젠의 엔브렐 유럽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블록버스터 항체 치료제가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면서 "JAK 계열 치료제인 젤잔즈를 개발하면서 류마티스 질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너도나도 휴미라 공략

대표적인 류마티스 치료제 '휴미라'의 쇠퇴는 경쟁사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애브비는 휴미라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린보크와 같은 차세대 치료제를 내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그 빈틈을 꿰찰 수 있는 카드를 준비 중이다.

▲업체별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와 적응증 구분. 출처=한화투자증권

일라이 릴리는 인터루킨 계열의 건선치료제 '탈츠'(익세키누맙)와 JAK 계열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안트'(바리시티닙)를 들고 ACR 2019에 참석했다. 이번 학회에서 탈츠는 휴미라와 건선성 관절염 적응증에 대한 비교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건선 심각도 지수에서 휴미라보다 우수한 개선 효과를 나타내며 주목을 받았다. 올루미안트는 TNF 계열 약물에 실패한 환자에 대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했다.

길리어드는 2015년 벨기에 바이오텍 갈라파고스로부터 135억달러에 사들인 신약후보물질인 '필고티닙'을 전면에 내세웠다. 필고티닙은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등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으로 FDA 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다.

BMS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TNF 계열 약물치료 실패 시 주로 사용되는 '오렌시아'를 대체할 신약 파이프라인 'BMS-986165'을 꺼내 들었다. 오렌시아는 지난해 매출 27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BMS의 대표적인 수익 효자지만 특허만료로 인해 매출 감소 우려가 큰 상황이다. BMS는 현재 건선, 루푸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다수의 적응증으로 BMS-986165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들은 류마티스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ACR 2019에서는 JAK 계열의 화학 기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