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오토존. 현대기아차, SK에너지 등이 참여한 오토존에서는 운전 면허증을 딴 뒤, 대리점에서 전기 자동차를 빌려 운전해볼 수 있다. 운전 중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거나 세차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기업들은 미래의 고객들을 확보하고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키즈마케팅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들의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는 놀이와 교육을 접목한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기업로고가 표시된 건물 안에서 유니폼을 입고 직업 체험을 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 친밀도를 높임으로써 높은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개장 2주년을 앞둔 요즘 고객 1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키자니아를 방문해 그 성공 원인과 기업들이 키즈마켓에 주목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 키자니아 오토존의 운전면허시험장.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시뮬레이션운전교육 의자에 앉아 수퍼바이저의 교육을 듣고 있다. 신호 준수 및 운전주의사항 등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꼬마친구들은 O/X로 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본다. 전원합격. 아이들은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다. 넥센타이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어린이는 현대·기아차 대리점 코너로 들어간다. 면허를 땄으니 자동차를 구매하고 시승해 보는 것이다. 특별 제작한 미니전기 자동차는 현대기아차의 제네시스쿠페와 쏘울 등이다. 고객체험을 하는 아이들은 키자니아의 돈인 10키조를 지불하고, 대리점의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8키조를 번다. 주행실습을 한 아이들은 SK주유소에 들려 차에 기름도 넣는다.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직업체험 프로그램 키자니아의 오토존 풍경이다. 키자니아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모든 사물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실제 크기의 3분의 2로 축소한 직업체험 도시로 현재 MBC의 자회사인 MBC플레이비(대표이사 진현숙)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멕시코에 본사를 둔 키자니아는 2010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오픈한지 2년도 채 안돼 150만명 고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평일 오후 2시, 기자가 직접 3시간 가량 키자니아를 둘러봤다.

90여가지 직업을 놀이와 교육을 통해 체험한다
입장 매표소에는 대한항공 수속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의 나라다.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키자니아에 입국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테마파크 입장 시에는 여행자 수표 50키조 씩을 제공받는다. 키조는 키자니아에서 쓰이는 화폐로,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며 일한 대가로 받거나 물건 구입 시 사용하게 된다.

또한,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거나 ATM기계를 통해 입-출금을 하기도 하며, 카드를 만들어 멤버십 서비스 할인을 받는 등 실제 경제와 비슷한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키자니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은 90여가지다. 소방관을 비롯해 뉴스 앵커, 홈쇼핑 쇼호스트, 스튜어디스, 모델, 경찰 등 다양한 직업들이 어린이를 맞는다. 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직업뿐 아니라 택배회사에서 물건을 배달하거나 건물의 페인트를 칠하기도 한다.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

이들은 입장할 때 받은 50키조로 직업체험을 하며 직업활동을 통해 키조를 벌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주로 피자를 만드는 등 음식을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체험형 직업은 키조를 내고 노동을 제공하는 직업은 키조를 번다. 키자니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연령대는 만 3세부터 16세까지이지만 기본적으로 직업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하고 글을 읽을 수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어 중학생보다는 일곱살부터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금융권 ‘경제교육의 場’으로 적극 활용
직업이라는 것이 수입과 직결된 만큼 키자니아는 경제 개념을 심어주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그 동안 부모님이 준 용돈으로 쉽게 물건을 구입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일을 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과 저축을 통해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개념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미스터 피자에서 피자만들기 체험을 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주부 이은경(38)씨는 “키자니아 체험을 통해 아이가 돈의 중요성을 알게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이가 키자니아에서 본 보석함을 구매하기 위해 직업체험을 통해 키조를 열심히 모으며 “엄마, 힘들게 번 돈이 아까워서 다른 곳에는 쉽게 돈(키조)을 쓰지 못하겠어요” 라고 말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금융권의 키자니아 활용도 적극적이다. 현재 키자니아에 입점된 금융권은 산업은행과 BC카드, 현대증권 등이다. 대한항공의 출국 수속을 거쳐 키자니아에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은행거래다. 키자니아 내 산업은행에서 여행자수표와 최대 50키조를 교환한다. 모두 산업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로 교환할 수도 있고 예금을 할 수도 있다. 예치된 돈은 키자니아 곳곳에 배치돼 있는 ATM기기에서 찾아 쓸 수 있다. 키자니아에서 다 쓰지 못한 예금은 재방문 시 다시 찾아 쓸 수 있다.

카드사도 들어와 있다. BC카드에 들러 카드를 신청하면 얼굴까지 찍힌 e-키조카드가 발급된다. 현금 충전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각 직업체험시설에서 현금 대용으로 결제할 수 있다. BC카드 스티커가 붙은 매장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1키조가 할인된다. 현재 BC카드는 ‘키자니아 에듀카드’ 를 만들어 키자니아의 무료입장 세트권도 증정과 연 1회 무료입장 외에 추가적으로 이용할 경우 입장료의 최대 30%를 할인해 주며 키자니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입점된 현대증권 역시 키자니아에서 신입사원 투자대회 체험교육을 하며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투자의 개념을 이해시킨다. 그 뿐 아니라 실제로도 ‘현대 키자니아 어린이 증권펀드’를 출시해 가입고객에게는 키자니아 무료 입장권·할인권을 제공하고 있다.

49개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이 파트너
키자니아는 90여가지의 직업과 65개의 체험시설이 있다. 한 프로그램당 소요시간은 대략 15분에서 30분. 하루 2번의 오픈타임이 있는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3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이며 주말은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한다. 한 타임당 5시간 정도로 대기시간을 감안하면 65개의 체험시설을 하루에 모두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방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키자니아는 직업 체험 공간을 실제처럼 꾸미기 위해 총 49개의 회사와 공공기관, 교육기관이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은 각 체험현장을 지원하고 직원 교육도 시킬 만큼 열의가 높다. 대한항공은 보잉 727 항공기에 실제 좌석을 배치하는 한편 키자니아 수퍼바이저의 승무원 교육까지 도맡았다. 아이들은 승무원을 따라 구명조끼 착용법과 케이터링 서비스를 배운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일부는 승무원으로, 일부는 승객으로 교대로 항공기 탑승을 체험했다.

현장에서 승무원 직업체험을 마친 모현초등학교 5학년 정은지 양은 “이번이 벌써 일곱번째 방문”이라고 말한다. 평소 꿈이 스튜어디스라 말하는 정양은 “직접 스튜어디스 제복을 입고 고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구명조끼 위치를 가르쳐 주는 체험이 인상적이었다”라 덧붙이며 “키자니아 체험이후 자연스레 공항에 갈 때마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언니들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정양의 대답은 기업들이 키즈마켓을 주목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체험을 통해 회사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갖게 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소방관, 항공기장, 라디오 DJ, 의사 등의 직업체험과 놀이를 통해 직업과 경제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대한항공의 이종욱 홍보팀장은 키즈마켓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 미래의 주요 고객인만큼 어릴 때부터 회사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키즈마케팅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회성 이벤트만으로는 어린이들에게 회사의 이미지를 장기적으로 심어줄 수 없기 때문에 키자니아 직업체험 및 매해 시행하는 비행기 그리기 대회 등을 통해 항공기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자니아의 오토존에 참여하는 현대기아차 관계자 역시 “최근 자동차에 대한 개념은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생활의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추구하고 있다”며 “미래 고객인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갖게하고 자동차는 즐겁고 재미있는 요소라는 개념을 인식시켜주고자 키즈마켓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상범 수석 연구원은 “키자니아가 미래의 소비자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기업로고가 표시된 건물 안에서 유니폼을 입고 직업 체험을 하는 것이 곧 높은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과도 직접 접촉해 아이디어도 얻으면서 구전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은 현실로도 이어진다. 모델 체험을 했던 아이가 입고 있던 빈폴키즈의 옷이 아이에게 잘 어울려 근처 백화점에서 똑 같은 옷으로 바로 구매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현재 고려은단, 던킨도너츠나 파리바게뜨, 청정원, GS SHOP, 삼성전자, 소니, SK에너지, GS SHOP, BC카드, 청정원, 롯데제과, 이마트, MBC, 서울우유, 빈폴, 현대기아차등이 미래의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키자니아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 | 장재형 ㈜MBC플레이비 파트너십 개발팀장
“참여 기업들 홍보효과에 대만족”

개장 1년 반 만에 고객 100만명을 돌파하고 현재 150만명 고객을 눈 앞에 두고 있는데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키자니아는 멕시코에 본사가 있으며 현재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교육 열기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에 비해 체험과 교육 위주의 방식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키자니아는 직업 체험을 통해 놀이와 교육을 병행한 에듀테인먼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직업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줄 뿐 아니라 경제개념도 심어준다. 이러한 시스템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물론 미래고객을 중시하는 기업들에게도 어필한 듯 하다.

현재 입점돼 있는 기업의 종류와 숫자는 어떻게 되며 기업들이 키즈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고 있는가?
현재 49개의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입점했다. 아이들이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미스터 피자나 SPC가 운영하는 떡집인 ‘빚은’, 던킨도너츠나 청정원, 산업은행, 현대증권, BC카드 등의 금융회사, 그리고 고려은단, 현대기아차, SK에너지, GS SHOP, 삼성전자, 소니, MBC, 빈폴 등 기업들이 입점해 있다.
그 뿐 아니라 국세청, 우체국 등의 공공기관도 들어와 있다. 이들이 키즈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미래고객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는 부모들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공공기관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는데 공공기관들이 키자니아를 찾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효과적인 홍보 및 교육효과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세청에서 세금이 걷히지 않았을 때 지하철 에스컬레이트 등 공공시설들이 멈추는 모습을 보여주며 세금의 중요성을 교육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교육을 받은 아이가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트가 멈춰있는 것을 보고 ‘세금이 걷히지 않아 그런거냐’고 묻더란다. 이처럼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홍보 동영상보다 놀이와 체험을 통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공공기관들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우체국 역시 일일 집배원 체험 등을 통해 편지쓰기부터 배달까지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키자니아의 지난 해 주목할 성과와 올해 주요 계획은?
테마파크는 그 성격상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키자니아는 개장 2년도 안 돼 흑자전환을 했다. 고객 역시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통해 개장 1년 반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11 더 프라우드 주목받는 신상품’에 선정돼 브랜드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관심도 높아졌다.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키자니아를 개장해 지방 어린이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