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업계가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어 시선이 쏠린다. 출처=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들어 내우외환으로 유례없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항공업계가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어 향배에 시선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 전반적인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이 불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 조원태 체재 첫 인사 단행… 20~30% 임원 감축 예고

대한항공은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조원태 회장 체제의 첫 연말 정기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연말 인사를 다음해 1월~3월 경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에 이어 올해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연초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원래는 이달 초 정도로 정기인사가 좀 더 앞당겨 질 예정이었지만, 수석 부장 등 직급을 신설하면서 인선 구성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계열사 CEO와 임원 인사를 모두 건너 뛴 만큼 올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20~30% 수준의 감축이 전망된다. 현재 한진그룹 임원 150여명 가운데 100여명 정도가 대한항공 임원에 달한다. 

실제 조원태 회장도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구조조정과 관련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연말 내에는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고 전하며 대규모 인사 조정설에 힘을 실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 모습.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임원 축소의 배경으로는 위기의식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별 경기 부진 등 요인으로 화물사업 부진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화물매출은 6401억원으로 전년 동기(7542억원) 대비 15.1% 줄었다. 여기에 일본노선 여객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일본노선 비중은 8%로 전년 동기(10%) 대비 2%p 줄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0% 감소한 1179억원을 기록했다. 2118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하며 전년 동기(2678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부채규모도 지난해 말 21조3514억원에서 23조2917억원으로 9.1%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707%에서 862%로 155%p 늘었다.

이에 대구·광주·청주 공항에서의 국내선 화물사업을 중단했고, 최근에는 3개월짜리 단기 무급 희망휴직 신청을 받기도 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부조직 축소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 쇄신과 안정을 동시에 꾀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자신의 경영철학을 서서히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파격적인 세대교체 보단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본인과 코드를 잘 맞춰갈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인사 예정… 기존 경영진 거취 ‘촉각’

아시아나항공의 인사 단행은 좀 더 늦춰질 전망이다.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마찬가지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인수가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나 인사·조직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정기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역대 가장 많은 총 54명의 보직 이동이 이뤄졌으며, 보직을 새롭게 부여받은 신임팀장들이 기존 보직부장들에 비해 연령대가 대폭 낮아져 주목은 받은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품더라도 처음부터 대대적인 인사·조직변화를 단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사 내 항공업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1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력 조정 등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한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임원 또한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존 실무진 가운데 잔뼈가 굵은 인물 위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양측의 인사를 공동 대표로 앉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사의 완전한 결합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존 경영진의 거취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아시아나항공의 날개 마크를 떼라고 지시한 만큼 금호그룹 꼬리표 떼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측근들의 거취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창립멤버로 박 전 회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임기는 2022년 3월 28일까지지만 그룹 재무통으로서의 역할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어 거취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 

기내식 대란과 관련된 인사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의 과거 기내식 공급 문제와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을 비롯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 등 LCC도 정기인사 임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 들도 연말 인사단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애경그룹이 12월 중으로 그룹사 차원에서 인사 단행을 진행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말 안용찬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이석주 사장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하면서 적잖은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은 연말, 이스타항공은 내년 상반기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인사 단행은 비용 줄이기와 경영진 쇄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수가 깜짝 인사보다는 유임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