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B급 감성은 웃기기로 작정한 촌철살인의 ‘병맛’ 콘셉트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옛 것들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디자인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첨단을 달리고 극도의 세련됨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옛 것에 대한 향수는 엄밀히 말해 주류(Main Stream)나 ‘A급 지향’ 감성은 아니다. 그러나 옛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복고(復古)풍의 유행은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옛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법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세련됨으로 다가갈 수 있는 ‘뉴트로(Newtro)’가 대세로 떠올라 마케팅의 광범위한 범주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트로와는 다른 거다! 

더 이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희소성이 생긴 제품이 예전 디자인 그대로 다시 선보여지는 것을 복고풍 혹은 ‘레트로(Retro)’라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관점으로 보면 옛 것들은 한없이 촌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세대나 이전 세대를 추억하는 이들은 있었고 그들에게 레트로 제품은 특별한 감성을 일으켰다. 이 레트로 제품의 가치는 예전의 모습과 얼마나 똑같은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즉, 옛 제품과 똑같으면 똑같을수록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로는 글로벌 스포츠 웨어 브랜드 나이키(NIKE)가 있다. 1984년 나이키가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브랜드화 시킨 에어 조던(AIR JORDAN) 시리즈 농구화는 당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첫 모델인 ‘에어조던 1’은 출시 후 약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는 이들이 있어 수없이 많은 레트로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 나이키 에어조던1 레트로 베리에이션 버전.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런 레트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바로 뉴트로(New+Retro)다. 옛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옛 것의 느낌만을 잘 살려 그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거나 편의성을 개선한 것들을 의미한다.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뉴트로는 ‘한 번도 제대로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옛 시절이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이다. 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제조업계에서도 수많은 뉴트로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미니'부터 '진로 이즈 백'까지

가정용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이하 PS)’은 일본의 전자기업 소니(SONY)의 주력 상품들 중 하나다. 1994년 12월 3일 첫 모델 PS1이 발매된 이후 현재는 4번째 업그레이드 모델인 PS4가 유통되고 있다. PS1은 발매 당시 가정용 게임 콘솔의 ‘혁신’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수많은 게임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소니는 2016년을 전후해 전 세계로 퍼진 뉴트로 신드롬을 제품에도 반영하기로 했고 지난해 24년 전 PS1 발매일과 같은 날(2018년 12월 3일) PS1의 복각판 ‘PS 클래식 미니’를 한정수량으로 선보인다. 

▲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미니. 출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클래식 미니는 예전 PS1 제품의 디자인은 그대로 살리는 대신 크기를 약 4분의 1로 줄이고 CD-ROM 게임 타이틀을 삽입하는 방법 대신 인기 게임들을 기기에 내장하는 식으로 기능을 개선했다. 이 제품은 PS 마니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한정 수량이 전부 팔려(제품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던 것은 논외로 치고)나갔다. 

우리나라에서 뉴트로 트렌드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곳은 바로 주류업계다. 수 십년 전 출시된 제품들의 예전 느낌을 살린 신제품들이 광범위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18일 출시한 소주 ‘뉴트로 진로’가 있다. 뉴트로 진로는 1980년대까지 투명한 병에 푸른 라벨과 제품명 한문 표기 디자인으로 판매됐던 소주 ‘진로(眞露)’의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본래 일시적 이벤트 판매 성격이 강했던 뉴트로 진로는 ‘진로’라는 공식 제품명 보다 제품의 광고 문구인 ‘진로 이즈 백(Jinro is Back)’ 혹은 ‘이즈 백’으로 불리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곧 하이트진로의 주력 제품군 반열에 오른다. 첫 출시 후 72일만인 7월 6일 뉴트로 진로는 1000만병(1104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 출처=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뉴트로 진로의 성공은 국내 주류업계의 뉴트로 트렌드가 확산되는 계기가 된다. OB맥주는 현재의 주력 제품 카스(CASS)를 판매하기 전까지 1952년부터 2001년까지 판매됐던 자사의 주력 브랜드 ‘OB’를 되살린 뉴트로 제품 맥주 ‘OB라거 한정판’을 지난 10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가하면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기업 무학은 지난 10월 21일 주력 제품 소주 ‘좋은데이’ 브랜드와 구별된 뉴트로 제품 소주 ‘무학(舞鶴)’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련의 선택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더불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실전 마케팅 지침서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의 박종윤 저자는 “과거의 복고풍·레트로 그리고 지금의 레트로 트렌드는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통용되는 유행이 더 이상 참신하지 않아 일종의 피로도가 쌓일 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이러한 시기에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익숙한 분위기와 과거의 좋았던 사례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키는 것이며 뉴트로 마케팅은 일종의 안전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즉, 안정감에 참신함을 가미해 실패확률은 줄이고 새로운 시장 분위기를 창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