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서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12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불거진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여기에는 CP의 입장변화 및 ISP의 상황변화 등 복잡한 이슈가 숨어있다.

방통위에 중재를 요청한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은 한 마디로 "글로벌 CP도 합당한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글로벌 CP들이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면서도 망 이용료를 ISP에 합당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ISP와 페이스북의 망 이용료 문제가 접점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도 글로벌 CP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제도 깔렸다.

반면 넷플릭스는 "윈윈하는 대안이 있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은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인 방안이며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망 이용료를 내며 트래픽 부담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는 대신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SK브로드밴드에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에 시선이 집중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했으며 트래픽의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캐시서버도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다.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특유의 플랫폼 성격에 걸맞는 방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구글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경우 트래픽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콘텐츠를 게시하는 이용자에 대한 일반적인 패턴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말 그대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게시하기 때문에 명확한 트래픽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콘텐츠 게시를 회사가 결정하며, 상대적으로 트래픽 관리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개발해 ISP에도 효율적인 망 관리 솔루션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미 1000곳이 넘는 ISP들도 이를 택했다는 논리다. 현재 LG유플러스와 CJ헬로,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넷플릭스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해 망 관리를 돕겠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논리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픈 커넥트를 무상으로 제안했으나, 이는 무상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무상으로 우리의 망을 쓰겠다는 것"이라면서 "LG유플러스 등 국내 ISP도 오픈 커넥트를 활용하고 있다지만 이들은 모두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파트너며, SK브로드밴드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ISP와 CP의 망 이용료 분쟁을 두고 '확고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ISP들은 '영업'을 위해 글로벌 CP에게 구애하며 망 이용료를 낮추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마련한 바 있다. 국내 CP 입장에서는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이 때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시장이 성숙되며 ISP에게 글로벌 CP는 '트래픽 잡아먹는 하마'가 됐으며, 이후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ISP 스스로가 나서 글로벌 CP를 우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상태에서, 국내 CP들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최근 분위기가 변했다. 국내 CP들은 글로벌 CP와 연합해 ISP의 망 이용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하며 이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는 상호접속고시를 현행 유지하며 중소 CP의 망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쟁은 페이스북에 이어 넷플릭스로 번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