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추세가 내년에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서윤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추세가 내년에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재무 부담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19일 공동주최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크리스 박(Chris Park)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무디스는 현재 국내에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한국 민간기업 24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이는 경제 여건이 둔화된 가운데 재무적 완충력의 축소와 대규모 투자 등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섹터의 영업이익, 수익성을 나타내는 표로, 일시적인 비용이 소멸되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 출처=무디스

크리스 이사는 "이어지는 미중 무역 갈등과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등은 한국 기업의 이익체력을 약화시켜 철강·화학·정유 등 수출 기업들의 올해 수익성은 악화됐다“면서 “내년에도 미중 무역 분쟁은 기업들의 수익성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고 특히 반도체, 전자 산업과 화학 산업 등의 업종이 미중 무역 분쟁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업종은 중국 기업들이 미·중 무역 분쟁의 타깃이 되면서 익스포저(위험 노출도)에 노출돼 있고 화학은 국내 업체들의 수출 비중이 큰 중국 내 제품 수요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크리스 이사는 설명했다.

크리스 이사는 "일부 기업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이어가면서 신용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자금 조달 환경은 우호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나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수출 주도 기업들의 올해 수익성이 악화했는데 내년에도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개선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 본부장도 “올해 업황 저하, 산업 패러다임 변화, 재무악화 등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기조로 전환됐다"면서 "내년에도 기업의 신용도는 하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5개 업종 중 유통, 자동차, 항공, 철강, 디스플레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조선, 메모리 반도체, 정유, 음식료 등 나머지는 ‘안정적’으로 봤다. ▲ 출처= 한국신용평가

유 본부장은 단기 업황 전망이 우호적인 업종은 단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15개 업종 중 유통, 자동차, 항공, 철강, 디스플레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조선, 메모리 반도체, 정유, 음식료 등 나머지는 ‘안정적’으로 봤다. 주요 업종 중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은 없었다.

한국 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으로 무역과 산업생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하향한 기업은 12개였고 상향한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