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도미노피자, 서브웨이, 공차 등 세 요식업계 브랜드의 공통점은 뭘까. 국내서 각기 차별성을 토대로 시장입지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요소로 고객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강점이 꼽힌다.

14일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와 공차코리아 등 두 기업의 매출액은 2018년 각각 2130억원, 1168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4년 매출액인 1806억원, 539억원 대비 각각 17.9%, 116.7%에 달하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미국 본사를 둔 서브웨이는 한국지사가 있지만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점포 수 증감 추이에 있어서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서브웨이의 점포 수는 2016년 말 기준 214개에서 2년 뒤인 작년 말 64.5%나 증가한 352개로 집계됐다.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인 서브웨이는 국내에 경쟁사로 지목할 만한 동종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2년 새 두 자리 수 이상의 점포 수 신장률을 보인 업체는 드물다.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맘스터치의 점포 수는 같은 기간 1001개에서 2년 새 16.6% 증가한 1167개를 기록했다.

▲ 출처= 서브웨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서브웨이·공차·도미노피자, DIY 서비스로 차별화 도모

세 브랜드의 공통점인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각 브랜드의 고유 장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브웨이는 에그마요, 로스트 비프, 터키 베이컨 등 메뉴 이름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상품 ‘테마’ 이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베지 상품의 경우 야채와 치즈 2장이 구성요소인데 고객이 원하는 야채·치즈 종류를 고를 수 있다.

매장 직원들은 선택을 어려워하는 고객에게 재료나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고객이 원하는 상품 특징에 맞춰 알아서 재료를 넣어 제작해주기도 한다. 서브웨이는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로 부르고 있다. 상품 가격대는 단품 기준 최소 3900원(베지)에서 최대 6400원(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정도로 주요 버거 브랜드의 소비자가와 비슷하다.

밀크티 전문 브랜드 공차는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음료 조리법에 대해 세분화한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음료 종류, 토핑, 당도·얼음량 등 세 가지 단계에 걸쳐 소비자들이 재료나 음료 특성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 타 커피전문점에서 모든 메뉴에 대해 정해진 레시피에 입각해서만 제조해주는 것과 대조된다. 공차에 따르면 각 선택지로 만들 수 있는 음료의 가짓수는 60여개에 달한다.

공차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차에 따르면 토핑이나 당도·얼음량을 취향대로 주문하는 고객은 각각 전체의 83%, 82%로 집계됐다.

도미노피자는 공식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고객이 직접 선택한 토핑이 얹혀지는 피자를 만들어주는 서비스 ‘마이키친’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마이키친을 통해 피자 반죽(도우)과 소스, 토핑 등 세가지 구성요소를 선택한 뒤 원하는 매장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마이키친 앱에서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화면을 문지르는 행위를 유도하는 등 재미 요소도 가미됐다. 마이키친 외에도 기존 단품 피자 메뉴 가운데 2가지를 골라 ‘반반’으로 주문할 수 있는 하프앤하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 브랜드의 DIY 서비스가 타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라는 점에는 업계에 이견이 없다. 다만 DIY 서비스가 고객 호응을 얻은 주 요인으로 볼 수 있을 만한 객관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각 사의 주력 메뉴별 업종에 대한 시장조사기관 등의 고객 선호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DIY 서비스가 브랜드 호감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을 입증할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 도미노피자 마이키친 앱을 이용하는 모습. 출처= 도미노피자 공식 블로그 캡처

DIY 서비스, 세분화한 고객 니즈 충족하며 기업 성장에 일조

각 사가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실시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고객에게 차별적 감성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DIY(DO IT YOURSELF) 마케팅 전략은 스스로 원하는 물건을 만들고 이용하고 싶어하는 고객 니즈를 공략하기 위해 개발됐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품종을 제공할 수 있는 생산자가 경쟁 우위를 점하는 추세가 심화하고 있다.

세 브랜드는 DIY 서비스를 통해 틈새 니즈를 공략함으로써 전체 실적을 향상시키는데 직접·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 기업의 DIY 서비스가 가진 효용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특화생존’이 지목된다.

특화생존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를 통해 제시된 시장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생산자들이 불특정 다수를 노리기보다 개별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충성도를 확보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 특화생존의 골자다.

서브웨이와 공차는 각각 국내에선 아직 규모가 작은 샌드위치·밀크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메뉴 자체 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두고 브랜드를 운영해온 점이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서브웨이나 공차와는 결이 다른 성과 요인을 갖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포의 십중팔구를 배달 매장으로 운영한 점이 통했다. DIY 서비스로는 차별화한 감성을 고객에게 전달한 동시에 사업 노하우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DIY 서비스를 내놓은 후 채팅 주문 ‘챗봇’, 인공지능 주문 ‘도미챗’, 피자 위치 안내 ‘GPS 트래커’ 등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한국소비자원의 고객 설문 조사 항목 가운데 고객 응대 서비스의 ‘이용 편리성’ 항목에서 5개 주요 피자 브랜드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세 브랜드의 특장점이 최근 변화한 시장의 특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요소로서 기업에 순기능을 발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명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 브랜드의 DIY 서비스는 풍요로운 소비 시대가 정착한 현재 세분화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킴으로써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며 “시장 내 전통 강자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포화한 시장에서 기존 강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DIY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