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차례의 자동차 대출을 거듭하며 자동차의 가격을 초과하는 대출자가 많아지고 있다.    출처= Consumer Re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존 슈리커는 2017년 차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그 후 차를 한 대 더 사며 또 대출을 받았고 이듬해 한 대를 더 사면서 대출을 한 번 더 받았다.

40세의 전기 기술자인 슈리커는 2년 동안 4건의 자동차 대출(Car loan)을 받았고, 그때마다 이전 차는 팔고 미지급 잔액을 다음 대출로 합산시켰다. 그는 최근에 2만 7000 달러짜리 지프 체로키를 사면서 앨리 파이낸셜(Ally Financial Inc.)로부터 4만 5000달러의 대출을 받았다.

자동차 대툴을 받는 소비자들이나 이를 판매하는 판매원들과 대출기관들은 요즘 자동차 대출이 지난 금융위기 때 주택 대출처럼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다. 몇 차례의 대출이 쌓여 자동차의 가격을 초과하는 대출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소위 역자산 현상(negative equity, 담보로 잡힌 물건의 가치가 갚아야 할 대출금 액수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 자동차 소유주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자동차 판매 사이트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2019년 9월까지 9개월 동안 자동차를 산 미국인들 중 약 33%가 역자산 상태를 보였는데, 이는 5년 전 28%, 10년 전 19%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새 대출을 받기 이전), 이전 자동차를 매각한 후에도 평균 약 5000달러의 빚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가격의 상승도 자동차 부채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대출기관들이 선금이 전혀 없거나 7년 이상 장기로 허용하는 등, 대출 기준이 크게 완화된 것도 자동차 부채를 영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소비자(대출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대출이 걸려있는 차량을 판 이후에도 남은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이 소비자가 다른 차를 살 때, 이전 대출 잔금을 새로운 대출에 합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 대출을 해주는 기관이 미상환 대출금을 이전 대출자에게 갚아주고 소비자는 이전 차와 새 차에 대한 대출금을 새 대출 기관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이런 식의 거래는 종종 자동차 딜러들에 의해 오히려 장려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딜러들이 신차 판매 보다는 이런 식의 자금 조달 소개로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슈리커는 지프 체로키가 올해부터 여러가지 문제를 보여 다시 새 차로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체로키를 팔더라도 대출기관인 앨리에게 여전히 1만 8000달러의 빚이 남는다. 슈리커 자신은 자동차를 그렇게 자주 바꿀 생각은 아니었지만, 첫 차는 10만 마일이 되어 바꾸었고, 이혼하면서 두 번째 바꾸었고, 세 번째는 재혼하며 식구가 늘자 다시 차를 바꿨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신차 구입 당시 이미 역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대출 기간이 길어지고, 높은 이자율에 월 납입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자율이 높고 상환 기간이 길다는 것은 대출 첫 몇 년 동안 그들의 월 납입액 중 원금 상환 몫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점점 더 깊은 빚의 함정에 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평가회사들에 따르면, 이 같은 역자산 대출이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 사이에서 더 만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점수가 낮은 소비자들은 새 차를 사면서 새 대출을 받기 전에는 이전 차량의 대출 잔금을 갚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이 채무불이행을 할 경우, 대출 기관들은 대개 그들의 차량을 압류해 매각을 함으로써 미지급 잔액에 충당하지만, 그것으로 미지급 잔액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업체들은 보통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지만 역자산 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그런 대출금을 채권으로 묶어서 낚아챈다.

빚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은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증권화된 미지급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잔액 중 상환 기일이 최소 60일 이상 경과된 비율이 5.2%에 달한다. 2018년에는 4.8%였고 2017년에는 4.9%였다.